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달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재판 선고가 10월 중순부터 줄줄이 예정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추경호 대구시장, 김기현 의원 등이 특검 사건에 연루돼 판결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직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민의힘 사법 리스크의 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심 시장직 상실형 吳… 2심 쟁점은 ‘오세훈 몰라요’ 녹음 증거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전날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항소심 변론을 종결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도 오 시장에게 원심과 동일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달 23일 오후 2시를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지난 7월 22일 1심 선고가 진행된 후 약 3개월 만에 2심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의혹은 오 시장이 2021년 4월 보궐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비서실장이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검은 오 시장 측이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오 시장의 후원가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 대납하도록 해 총 10회에 걸쳐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을 지급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총 5회의 여론조사가 오 시장 측 의뢰로 진행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당시 정치적 입지가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만한 동기가 충분했다고 봤다. 이어 5회 여론조사 비용 2100만 원을 김 씨가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김 씨와 명 씨 사이에 친분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오 시장 측의 요청 없이 거금이 오갈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재판부는 오 시장에게 정치자금법상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는 명 씨의 “오세훈은 몰라요” 녹음파일이 핵심 공방이 됐다.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알려진 김 씨 측은 항소심 과정에서 2021년 3월께 명 씨와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녹음에 따르면 김 씨는 오 시장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을 했다는 취지로 “거기서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가지고”라고 말했다. 명 씨 역시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해당 녹음이 김 씨가 오 시장의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지원했다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발언 당사자인 명 씨 측은 ‘오세훈은 몰라요’라는 발언이 여론조사가 아닌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한 말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해당 녹음파일을 탄핵증거로 채택한 상태다.
증거를 제출한 김 씨 측은 명 씨가 녹음파일에서 오 시장을 향해 “사주가 안 좋은 놈”, “객사할 팔자”라는 취지로 말한 점도 지적했다. 오 시장의 의뢰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비용을 지급받는 관계였다면 같은 시기 명 씨가 오 시장에게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 공소사실과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최후진술에서 자신이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이른바 ‘오세훈법’ 입법에 앞장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후원자라는 사람에게 비용을 대납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지켜온 정치적 신념과 어울릴 수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무죄를 호소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260만원대 로저비비에 가방을 선물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영부인 부당 지원으로 당대표 당선”…김기현 징역 1년 구형
김건희 여사에게 당대표 당선의 대가로 명품 가방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김 의원은 배우자 이 모 씨와 함께 2023년 3월 김 여사가 통일교 신도들을 동원해 당대표 선거를 지원한 데 대한 대가로 260만 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의원 측은 배우자가 가방을 선물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해당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가방을 직접 받은 기억은 없으며, 사후 대통령 관저에서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김 의원 부부의 행위가 통상적인 선물 제공이 아니라 권력과 직무 관계가 결합한 범행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당대표 경선에 관여해 국가 최고권력이 특정 후보를 위해 이용됐다”며 “김 의원은 여당 대표의 지위를 얻기 위해 김 여사에게 고가의 금품을 은밀히 건넨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범행으로 공정성과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강조하며, 반성 없이 묵비로 대응한 점도 지적했다.
반면 김 의원 측은 가방 제공에 관여하거나 배우자와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배우자의 편지에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나 답례라는 표현이 없고, 김 의원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승인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김 여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이전부터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었고 자체적인 당내 기반도 구축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23년간 정치를 했고, 한 번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았다”며 “배우자와 서로 신뢰하면서 사생활에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고 선물 제공에 관여한 바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 씨도 “김 여사에게 선물을 드린 것은 사실이지만,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다”고 무죄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달 30일 오후 2시 선고를 진행한다. 김 의원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피선거권을 상실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대구시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특검 “국회 내부에서 계엄군 역할”…추경호에 징역 20년 구형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추 시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결심공판에서 추 시장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추 시장은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추 시장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추 시장이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의 헌법적 권한을 내부에서 무력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국회 외부에서는 군과 경찰이 동원됐고, 내부에서는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추 시장이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추 시장과 윤 전 대통령이 이미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이심전심’의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추 시장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윤 전 대통령의 협조 요청을 받아 내란에 가담했다고 봤다. 특검은 “국회가 계엄을 멈출 수 없도록 의원들의 동선을 교란시켜 내란 세력에 도움을 줬다”며 “헌법 수호를 선서한 국회의원이 내란에 자진해서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 시장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도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표결을 막아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는 점도 내세웠다.
추 시장은 최후진술에서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이라며 “돌이켜보면 급박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더 세심하게 소통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의결을 방해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무죄를 호소했다.
추 시장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1심은 다음 달 18일 선고된다. 지방자치법 등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추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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