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의원들의 국정감사 활동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전라일보 전신 전라매일은 1994년 10월 16일자 3면에서 ‘국감 자세 成熟…全北의원 평점 높다’는 제목으로 지역 의원들의 활약을 전했다. 자료를 준비하고 현장을 확인한 활동이 호평받았다. 32년 뒤 국감장에도 전북 현안이 올랐다. 새만금 국제공항과 피지컬AI, 지역의료와 농업 지원까지 의제가 이어졌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는 일과 해결하는 일은 다르다. 이제 국감의 성과는 정부 답변을 예산과 제도 개선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신문이 매긴 높은 점수
1994년 지면의 오른쪽 세로 제목은 ‘20일 강행군…國監 내일 결산’이었다. 중앙에는 전북 의원들의 국감 자세가 성숙했고, 평점도 높다는 평가가 실렸다. ‘여야 불문 제역할 톡톡’, ‘질의응답 활발 열린공간 새모습’ 등의 제목은 당시 신문이 주목한 변화를 보여준다. 고성과 공방보다 준비한 자료와 질의의 내용에 무게를 둔 평가였다.
이협·최재승·오탄·장영달 등은 당시 지면에서 활약이 부각된 인물들이다. 보도는 야당 의원들만 조명하지 않았다. 여당인 민자당 의원과 전북 연고 전국구 의원,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의 역할도 함께 살폈다. 소속 정당과 지역구를 넘어 전북과 연결된 정치인들의 활동을 평가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감 전체를 칭찬으로 채우지는 않았다. 인기를 의식한 폭로성 발언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담겼다. 성숙해졌다는 총평 속에서도 일회성 문제 제기의 한계를 짚었다. 자료를 갖춘 질의와 관심을 끌기 위한 발언을 구분해야 한다는 과제는 당시에도 있었다.
■개인의 활약에서 지역의 구조로
오늘의 전북 의원들 국감에서는 개별 사업의 필요성과 함께 지역 격차를 만드는 정책 구조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라일보는 지난 10월 19일 보도에서 문화예술인 복지의 수도권 편중, 헌법재판소 전주 이전, 전북 경제 저성장, 지방의료원 진료 공백, 중소기업 정책자금 접근성 등을 주요 의제로 정리했다. 지역 현안을 국가 정책의 배분과 운영 문제로 확장한 질의들이다.
문화예술 지원이 있어도 지역 예술인이 이용하기 어렵다면 지원 방식부터 살펴야 한다. 의료기관이 있어도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없다면 시설 수만으로 의료 여건을 평가하기 어렵다. 기업 지원 역시 제도를 마련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필요한 기업이 제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제공된 국감 보도에서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이처럼 정책의 존재와 실제 이용 사이의 간격에 모였다.
다만 정책 질의가 많았다는 평가와 정책이 바뀌었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의원실의 자체 평가도 최종 성적표가 될 수는 없다. 질의의 구체성은 국감장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정부의 수용 여부와 지역의 변화는 이후에도 살펴야 한다.
■새만금에서 산업·의료까지
지난 10월 25일 전라일보가 정리한 국감 보도에서도 전북 의원들의 관심은 지역 현안에 집중됐다. 이성윤·김의겸 의원은 새만금 국제공항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춘석 의원은 새만금 사업의 국가 책임과 재원 배분을, 안호영 의원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등 산업 기반을 점검했다. 같은 새만금 현안도 법적 쟁점과 재정, 에너지 공급이라는 서로 다른 과제로 국감장에 올랐다.
박희승 의원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후속 지원과 산업 용지·전력·용수, 피지컬AI 실증 기반 등을 다뤘다. 박지원 의원은 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개교 준비를 위한 예산과 교육 여건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가동에 필요한 조건을 묻는 질의였다.
김윤덕 의원은 지방 공모 사업의 획일적인 지방비 부담을, 윤준병 의원은 농지 관리와 농협 지원 자금의 지역별 격차를 짚었다. 지역의 재정 여건과 농업 현실을 국가 지원제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전북 현안을 다룬다는 것은 특정 사업의 예산을 요구하는 일뿐 아니라 지원 기준의 형평성을 따지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안이 국감장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해결의 문이 열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KBS는 10월 26∼27일 보도에서 새만금과 금융 중심지 등 주요 현안을 다뤘지만, 일회성 질의와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정책 질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답변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질의에서 이행 점검으로
앞으로의 국감은 질문 이후를 더 오래 추적해야 한다. 정부가 검토하겠다고 했다면 무엇을 언제까지 검토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추진하겠다는 답변에는 담당 기관과 재원, 일정이 따라야 한다. 다음 국감에서는 같은 필요성을 되풀이하기보다 전년도 약속이 어디까지 이행됐는지 물어야 한다.
산업 유치도 발표된 투자계획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전력과 용수, 용지와 교통망이 실제로 갖춰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역의료 역시 설립 계획뿐 아니라 교육시설과 인력, 운영 준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기반 시설과 개교 준비 문제가 예산 심사와 후속 입법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다.
전북 현안을 챙기는 일과 정부를 감시하는 일도 따로 갈 수 없다. 필요한 사업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사업비와 추진 과정, 집행의 적정성도 검증해야 한다. 지역 사업이라는 이유로 점검을 늦춰서도, 정치 공방 때문에 필요한 지원을 놓쳐서도 안 된다.
1994년 신문은 발로 뛴 의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오늘의 국감에서도 자료를 준비하고 지역 문제를 국가 정책의 과제로 끌어올리는 활동은 중요하다. 여기에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국감장에서 받아낸 답변이 예산서와 법률, 행정의 변화로 남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전북 의원들의 다음 성적표는 질의가 끝난 뒤부터 작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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