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성장과 함께 자라나, 한때 남부시장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번화가였던 공간이 있다. 골목마다 발 디딜 틈 없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이제는 다소 한산해졌지만, 전주의 중심 상가로서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켜 온 전주신중앙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골목골목마다 전주 시민들의 추억이 묻어있는 공간, 전주신중앙시장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들여다보자.
1980년대 중앙시장/전주시민기록관 제공
▲사람이 사람을 불렀다, 버드나무길 따라 들어선 장터
신중앙시장은 해방 이후 전주 구도심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공간이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 것은 1948년, 해방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지금의 시장 자리 인근에 연초 제조공장(전매청)이 생기면서 주변에 한창 사람들이 모여들던 무렵이었다. 시장에서 5분도 채 멀지 않은 거리에, 과거 전주 첫 초등학교인 ‘전주초등학교’가 위치해있는 점만으로도 그 위치가 어느 정도로 중심가였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그 시절 중앙시장 터 옆으로는 ‘노송천’이라는 하천이 흘렀다. 많은 이들이 오가는 길목이 되자 하천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버드나무길을 따라 좌판이 깔렸고, 사람들을 불러세웠다. 이후 사람이 사람을 불러 모아 자연스럽게 장터가 형성되어버린 까닭에 처음 중앙시장이 생겨났을 무렵에는 ‘버드나무 시장’이라고 불린 것으로도 전해진다.
1970년대 중앙시장(시가 행진 행사)/전주시민기록관 제공
지금은 100곳도 넘는 점포들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처음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이 내걸렸을 때만 해도 입점한 가게는 32곳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중앙성당을 비롯해 오래된 건물들과 주택가 사이에 형성된 탓에 중앙시장의 점포들은 계속 확대되어 나갔다.
70년대에서 80년대 무렵까지만 하더라도 중앙시장은 남부시장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2대 시장이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당시 시장의 규모가 어느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구 도청 자리 인근에 백화점이며 번화가까지 있어 ‘만남의 장소’로도 자주 쓰였다. 무엇보다 목욕탕을 비롯해 생활에 밀접한 시설들도 있었다보니, 그 시절 중앙시장은 말 그대로 전주 시민들의 ‘생활의 중심’이었고, 많은 이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발 디딜 틈 없는 당시의 중앙시장 사진이나, 그 무렵 시장에서는 자정까지도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얼마나 시장이 번화했는지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1980년대 중앙시장 모습/전주시민기록관 제공
▲지금의 신중앙시장…길은 달라져도 시장은 남았다
물론 지금 신중앙시장의 모습은 '그때 그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시장 인근에 일부 좌판 등이 흔적처럼 남아있긴 하지만, 시일이 지나고 건물들이 정돈되는 등 여러 변화를 맞으면서다.
신중앙시장은 1999년을 기점으로 상가주택 건물형 시장으로 정식 문을 열었고, 2012년에는 전주시의 인정시장으로 등록되기도 하는 등 여러 변곡점을 거쳐왔다.
시장 앞쪽으로 흐르던 노송천 역시 한 차례 아스팔트 아래 숨었다가 복구되는 과정을 거쳤고, 과거 버드나무 시장이 들어섰던 주변으로도 이제 상점과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점포들 역시 사람을 쫓아 옹기종기 모여들었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말끔히 단장을 한 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외견만이 바뀌었을 뿐, 전주시의 근현대사를 지켜봐 온 시장의 역사는 자리를 지켜 온 사람 냄새와 함께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전주신중앙시장/김수현 기자
▲골목도 시절도 바뀌었지만…새로운 길 찾는 전주 신중앙시장
물론 앞으로 시장이 살아가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도 남아있다.
전주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신중앙시장 일대뿐만 아니라 전주 구도심 지역은 주민들이 떠나고 고령화되는 등 인구 절벽의 타격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임대’ 문구나, 갈수록 시장과 거리가 멀어지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역시 새로운 고민거리다.
지금 신중앙시장은 여전히 전주 도심 속 전통시장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의 역사와 비슷한 궤를 공유하는 ‘떡골목’이며 ‘추억의 포차거리’ 등 골목골목에 이름을 붙이고, 다양한 행사 등을 마련해 관광객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도 나서면서다.
전주 근현대사의 변곡점을 시민들과 함께 거쳐온 전주신중앙시장은 이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비록 과거처럼 골목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 온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중심이 옮겨가고 거리의 모습도 달라졌지만, 그곳에 쌓인 사람들의 추억과 삶의 흔적만큼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전주의 성장과 함께해 온 신중앙시장이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의 곁에 남게 될지, 오래된 시장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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