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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미국은 ‘군사적 우세’와 ‘해양통제권’ 사이 마지막 간극을 메울 수 있나?…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미국은 호르무즈에서 무엇을 지배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프롤로그: 미국이 호르무즈를 장악했다면 왜 선박은 돌아오지 않는가

미국은 호르무즈에서 무엇을 지배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압도적인 ‘군사적 우세(Military Superiority)’를 확보하고 있다면 왜 국제상선은 아직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이 질문은 2026년 호르무즈 사태에서 군사적 승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전략적 문제를 제기한다.

미국은 압도적인 해·공군력을 바탕으로 이란의 군사행동을 제한하고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지배(Military Dominance)’를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8월 20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주요 원자재 운반선은 7척에 불과했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LNG 운반선은 한 척도 통과하지 않았다. 군사적 우세와 국제해운의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이란이 호르무즈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이란은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미사일과 드론, 기뢰 가능성 등을 이용한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과 거부능력(Denial)을 유지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해협의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교착을 깨기 위해 군사적 압박에 경제적 압박을 결합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대이란 경제조치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란의 군사력과 경제적 지속능력을 약화시키는 것만으로 해양통제(Sea Control)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군사적 우세와 군사적 지배는 왜 아직 완전한 해양통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가. 그 사이에 남아 있는 마지막 간극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I. 미국은 호르무즈에서 무엇을 지배하고 있는가

2026년 8월 21일 현재 호르무즈에서 미국이 이란보다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별 이견이 없다. 미국은 항모전단과 수상함, 잠수함, 장거리 타격전력과 공중전력을 바탕으로 이란의 해군기지와 미사일·레이더·지휘통제시설을 공격할 수 있으며, 해상봉쇄를 통해 이란의 군사활동과 석유수출을 제한할 능력도 갖고 있다. 이러한 전력의 격차는 미국이 호르무즈와 주변 해역에서 군사적 우세(Military Superiority)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우세가 곧바로 ‘해양통제(Sea Control)’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군사적 우세는 상대보다 우월한 군사력과 작전능력을 보유한 상태이고, 군사적 지배(Military Dominance)는 그러한 우세를 실제 작전에 투사해 상대의 군사행동을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전장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현재 호르무즈에서 이 두 단계에서는 분명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능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항모와 함정, 항공전력, 정보·감시·정찰능력과 경제제재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자원을 어느 정도까지 투입하고 군사행동을 확대하거나 억제할 것인지에 관한 최종적인 정치적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군사적 우세와 그것을 어떠한 전략적 효과로 전환할 것인지는 서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미국의 군사적 지배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부분은 이란이 더 이상 호르무즈 주변에서 자유롭게 군사력을 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란은 미군의 감시와 타격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미사일과 드론, 해군전력을 운용해야 한다. 미국은 필요할 경우 이란의 군사시설을 추가로 공격하고 해상봉쇄의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전장의 주도권이라는 측면에서 이란보다 미국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역설이 발생한다. 미국이 이처럼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갖고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지배를 행사하고 있음에도 호르무즈의 국제상선 통항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8월 20일 주요 원자재 운반선 통항은 7척에 불과했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LNG 운반선은 한 척도 통과하지 않았다. 이는 군사적 지배와 해양통제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양통제는 단순히 상대의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것보다 더 복합적인 개념이다. 특정 해역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용하면서 상대가 그 해역을 군사적·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호르무즈와 같은 국제해협에서는 국제상선의 안전하고 지속적인 항행이라는 조건이 중요하다. 군함이 항해할 수 있다는 것과 원유운반선과 LNG선, 일반 상선이 보험과 금융지원을 받아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미국이 현재 확보한 것을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호르무즈에 대한 ‘완전한 해양통제’라기보다 ‘압도적인 군사적 우세와 이를 기반으로 한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지배’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행동을 제한할 수 있지만 국제해운시장의 행동까지 군사력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해운회사와 선주, 보험회사와 금융기관은 미군의 전력규모보다 실제 항행위험과 손실 가능성을 판단해 호르무즈에 들어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사적 우세와 해양통제 사이의 마지막 간극이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란의 군사력을 얼마나 많이 파괴했느냐만이 아니라 이란이 국제해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을 얼마나 제거했느냐이다. 미국의 군사적 우세가 아무리 압도적이어도 이란이 제한적인 위협만으로 국제상선의 정상운항을 방해할 수 있다면 군사적 지배는 아직 완전한 해양통제로 전환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미국이 직면한 문제는 더 이상 군사적 우세를 확보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확보한 군사적 우세와 군사적 지배를 어떻게 국제해운의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해양통제로 전환할 것인가가 새로운 문제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전환을 방해하는 핵심적인 전략수단이 이란이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과 거부능력(Denial)이다.

이란의 비대칭적 거부능력과 현존위협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 이란은 군사적으로 열세인데도 왜 해협을 열지 못하게 하는가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세(Military Superiority)에도 호르무즈의 국제상선 통항이 정상화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란의 전략적 목표부터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란은 미국 해군을 격파하거나 호르무즈에서 미군을 몰아내야만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안전하고 정상적인 해상교통을 지속적으로 방해할 수 있다면 군사적 열세에서도 상당한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란의 핵심 수단은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이다. 이 개념은 현존함대(FIB·Fleet in Being)의 전략적 논리와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다. 현존함대가 반드시 적 함대를 격파하지 않더라도 그 존재와 잠재적 행동 가능성만으로 상대의 행동과 전력운용을 제약하는 것처럼, 현존위협 역시 실제 공격의 지속 여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살아 있다는 인식이 상대에게 계속 존재한다면 위협은 전략적으로 기능한다. 호르무즈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기뢰 부설 가능성,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전력과 상선 공격 가능성은 각각의 전력 자체보다 이들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을 통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이란에는 미국과 같은 군사적 지배(Military Dominance)가 필요하지 않다. 국제상선 한 척을 실제로 공격하는 것과 언제 어디에서 공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지속시키는 것은 해운시장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전자는 물리적 피해를 발생시키지만 후자는 수많은 선박과 선주, 보험회사와 금융기관의 의사결정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제한된 군사능력으로 훨씬 넓은 경제적·심리적 공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현존위협의 전략적 효과이다.

여기에서 거부능력(Denial)의 의미가 나타난다. 거부능력은 이란이 호르무즈를 완전히 통제한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미군 함정의 자유로운 항해만이 아니라 국제상선이 안전하게 통과하고 에너지와 상품의 흐름이 정상화되는 상태이다. 이란이 이러한 상태의 형성을 계속 방해할 수 있다면 미국보다 훨씬 약한 군사력을 가지고도 미국의 전략적 목적 달성을 거부할 수 있다.

실제 통항량은 이러한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8월 18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은 6척이었고 최근 10일 평균도 하루 11척 수준에 머물렀다. 전쟁 이전 하루 130~140척 수준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국제해협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통항이 완전히 중단된 것도 아니다. 미국은 해협이 열려 있다고 주장하고 이란은 여전히 닫혀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 중간에 존재한다.

이것은 이란이 호르무즈에 대한 완전한 통제(Control)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이란 어느 쪽도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완전한 통제상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우세하지만 국제해운을 완전히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고, 이란은 미군의 활동을 차단하지 못하지만 국제해운의 정상화를 방해할 수 있는 거부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통제능력(Control Capability)과 이란의 거부능력이 동일한 공간에서 비대칭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시설은 공격을 받아 파괴될 수 있고 미사일과 군함도 소모될 수 있지만 호르무즈라는 지리적 공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란은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지렛대로 보고 있으며 통항 문제를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군사행동 중단 등의 문제와 연결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에게 호르무즈는 단순한 방어공간을 넘어 군사적 열세를 정치적·경제적 협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부전략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해협의 위험을 장기간 유지할수록 이란 역시 석유수출과 무역, 금융거래에서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에너지 수입국들이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이라크와 UAE 등이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수출경로를 확대한다면 이란이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호르무즈 자체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란의 TIB와 거부능력은 강력하지만 무한정 지속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국에는 원정군 유지비용과 국내 정치·경제적 부담이 누적되는 반면 이란에는 석유수출 감소와 금융압박, 국가경제의 부담이 직접적으로 축적된다. 동시에 국제사회가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면 이란이 보유한 전략적 지렛대의 가치도 감소할 수 있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나타나는 역설은 분명하다. 이란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이길 필요가 없다. 미국이 원하는 해양질서를 완성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전략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거부능력을 장기간 유지할수록 이란 자신도 더 큰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은 미국의 군사적 우세와 이란의 현존위협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강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란이 현존위협과 거부능력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으며 미국이 그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압박에 경제적 압박을 결합하기 시작한 이유가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우세를 경제적 압박으로 전환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트럼프 대통령은 왜 군사적 우세를 경제적 압박으로 전환하는가

이란이 군사적 열세에도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과 거부능력(Denial)을 유지하면서 호르무즈의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더 많은 군사력을 투입해 이란의 잔존전력을 계속 파괴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압박을 유지하면서 전쟁의 중심을 이란의 경제적 지속능력까지 겨냥하는 방향으로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항모와 함정, 장거리 타격전력과 정보·감시·정찰능력, 달러와 국제금융체제, 경제제재라는 압도적인 국가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을 언제,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것인지, 추가 군사공격을 할 것인지, 봉쇄와 제재를 강화할 것인지, 또는 협상의 문을 열 것인지를 결정하는 핵심 정치적 행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미국이 힘을 제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힘의 사용방법과 강도를 결정한다.

8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지원하거나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도 이란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경제제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의 압박이 군사봉쇄와 경제제재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군사적 압박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군사력으로 확보한 우위를 경제력의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해군시설을 공격하면 물리적인 전력은 감소한다. 그러나 일부 미사일과 드론, 기뢰 부설능력과 혁명수비대 해군전력이 살아 있고 이란이 이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국제해운시장이 판단하는 한 현존위협은 계속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위협을 군사력만으로 완전히 제거하려면 지속적인 작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적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란이 TIB와 거부능력을 유지하려면 군사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미사일과 드론을 생산하고 군대를 유지하며 국가기관을 운영하기 위한 재정과 외화가 필요하다. 특히 석유수출과 국제금융거래는 이러한 전략적 지속능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미국이 이란의 경제적 생명선을 압박한다면 직접적인 군사공격만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거부능력의 지속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전을 단순히 이란 경제에 고통을 가하는 차원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전략적으로 보면 이란의 경제적 지속능력을 약화시켜 군사적 지속능력을 떨어뜨리고, 이를 다시 TIB와 거부능력의 약화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경제적 압박은 군사전과 분리된 별도의 전쟁이 아니라 군사적 우세를 전략적 효과로 전환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인 셈이다.

이 지점에서 전쟁의 성격에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 초기에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란의 전력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이란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TIB와 거부능력을 유지하면서 전쟁은 누가 상대보다 더 오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항모와 병력, 장비를 교대하고 보충할 수 있지만 이란은 국가경제와 외환, 석유수출과 국민생활을 다른 국가의 것으로 교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시간이 자동적으로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 역시 항모와 탄약, 병력과 정비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높은 국제유가는 미국 소비자의 휘발유 가격과 생활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전쟁의 비용과 목적을 둘러싼 국내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전은 이란만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시간표도 함께 압박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압박은 이란의 시간표를 압축하면서 자신의 시간표도 관리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추가 군사작전의 비용과 위험을 계속 증가시키기보다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경제력과 금융력을 이용해 이란에 더 빠른 속도로 비용을 누적시키려는 것이다. 군사력의 절대적인 격차를 경제적 지속능력의 격차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미국 혼자 이란의 모든 경제적 통로를 차단하기는 어렵다. 이란은 오랫동안 제재 아래에서 우회무역과 제3국 금융망, 비공식적인 원유거래를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경제압박의 실효성은 미국이 얼마나 강력한 제재를 발표하느냐뿐 아니라 이란과 경제적으로 연결된 주변국과 국제금융망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UAE의 선택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다. 이란의 주요 무역·금융 연결통로 가운데 하나였던 UAE의 대이란 경제조치는 미국의 경제압박과는 별개의 안보적 판단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갖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화한 경제적 압박이 이란의 거부능력을 실제로 약화시킬 수 있는지는 미국의 제재 강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미국의 압박이 주변국의 행동과 결합하고 국제금융과 무역망으로 확산될 수 있는가가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호르무즈의 전쟁은 이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결을 넘어 주변국의 선택이 경제전의 효과를 좌우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UAE의 선택은 왜 경제전의 새로운 변수가 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V. UAE의 선택은 왜 경제전의 새로운 변수가 되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압박을 경제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는 시점에 걸프지역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UAE가 이란과의 무역·상업·금융거래를 중단한 것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것과 이란의 중요한 경제적 연결국가가 실제 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전략적 효과에서 차이가 있다. 경제전의 실효성은 제재를 선언하는 국가의 힘뿐 아니라 상대가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통로가 실제로 얼마나 제한되는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UAE는 8월 18일 역내 긴장 고조를 이유로 이란과의 무역과 상업 교류, 금융거래를 추후 통보 때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전 UAE는 이란이 자국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으며 UAE 관련 선박에 대한 일련의 공격도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반면 이란은 자신들이 UAE를 공격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따라서 공격의 책임 문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되, UAE의 대이란 경제거래 중단 자체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UAE의 선택이 중요한 것은 이 나라가 단순한 걸프 주변국 가운데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UAE는 오랫동안 이란이 국제경제와 연결되는 중요한 무역·금융 통로였다. 이란 측 통계에 따르면 전쟁 이전 10개월 동안 양국 교역 규모는 약 210억 달러였으며, 2024년에는 이란 전체 수입의 30.6%가 UAE에서 들어왔다. 특히 두바이는 지리적 인접성과 금융·물류 기능을 바탕으로 국제제재 아래에서도 이란 경제가 외부와 연결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UAE의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화하고 있는 대이란 경제압박과 전략적으로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다만 UAE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경제전에 참여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UAE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직접적인 이유는 자국의 안보와 역내 긴장 고조였으며 미국의 제재와 UAE의 조치는 서로 다른 결정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출발점이 다르더라도 이란의 무역과 금융 접근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결과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작동한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박이라면 UAE의 조치는 이란과 직접 경제관계를 유지해 온 주변국이 자신의 안보이익에 따라 경제적 연결을 제한한 것이다. 만약 이러한 움직임이 다른 걸프국가들로 확산된다면 미국의 단독적인 경제압박은 이란 주변의 지역적 경제압박과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전의 범위가 미국과 이란의 양자관계를 넘어 걸프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UAE의 조치가 곧바로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오랜 제재 기간 제3국 기업과 비공식 금융망, 우회 원유거래 등 다양한 제재회피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합법적인 무역·금융거래를 제한하더라도 중국과 홍콩 등의 페이퍼컴퍼니와 비공식 거래망을 통한 석유수익의 이동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UAE의 조치가 이란의 제재회피 능력에 어느 정도 실질적인 타격을 줄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이유로 전략적 의미까지 작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UAE와의 경제관계가 장기간 제한되면 이란은 새로운 거래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거래단계가 복잡해지고 중개비용과 금융비용이 증가하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더라도 경제적 부담은 계속 누적된다. 경제전에서는 모든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만큼 상대가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이란의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과 거부능력(Denial)을 유지하는 기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사일과 드론, 해군전력을 유지하고 군사작전을 지속하려면 국가재정과 외화, 생산과 조달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UAE의 경제조치가 그 자체로 이란의 TIB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란이 이러한 위협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UAE는 이란과의 경제관계를 제한하는 동시에 호르무즈에 대한 구조적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호르무즈 바깥의 푸자이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활용하고 수출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해협의 위험이 장기화하더라도 에너지 수출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전략적 지렛대로 사용할수록 주변국들은 오히려 그 지렛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체경로를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이란의 거부전략이 갖는 또 다른 한계를 보여준다. 이란은 호르무즈의 전략적 가치를 이용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압박하려 하지만 위협이 장기화할수록 주변국과 국제시장은 호르무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란이 자신의 전략적 지렛대를 강하게 사용할수록 상대방이 그 지렛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게 되는 자기잠식의 가능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UAE의 선택을 걸프국가 전체가 미국의 경제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압박과 걸프지역 핵심국가의 독자적인 대이란 경제조치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앞으로 다른 걸프국가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UAE의 조치가 개별적인 안보대응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이란을 압박하는 보다 광범위한 지역적 경제구조로 발전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강화한 경제적 압박의 성패는 미국이 얼마나 강력한 제재를 발표하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란 주변국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국제금융과 무역, 에너지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UAE의 선택은 미국의 군사적 우세를 경제적 압박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주변국의 행동이 새로운 전략적 변수로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군사적·경제적 압박으로 이란의 거부능력을 약화시키는 것과 국제상선이 다시 호르무즈를 안전한 바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군사적 우세와 완전한 해양통제 사이에 남아 있는 마지막 간극이 드러난다.

마지막 간극은 누가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V. 마지막 간극은 누가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미국의 군사적 우세(Military Superiority)와 군사적 지배(Military Dominance),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압박, 그리고 UAE의 대이란 경제조치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지만 이것만으로 호르무즈의 해양통제(Sea Control)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군사력과 경제적 지속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중요한 조건이지만 국제상선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8월 20일의 통항 상황은 이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주요 원자재 운반선의 통항은 7척에 불과했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LNG 운반선은 한 척도 통과하지 않았다. 미국은 해협이 열려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제해운시장의 행동은 훨씬 신중하다. 호르무즈는 완전히 폐쇄된 것도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개방됐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바로 여기에 군사적 지배와 해양통제 사이의 마지막 간극이 존재한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행동을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해운회사에 호르무즈를 통과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다. 보험회사에 위험을 인수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으며 금융기관과 에너지기업에 안전하다고 판단하도록 명령할 수도 없다. 이들은 미군의 전력규모가 아니라 실제 항행위험과 손실 가능성, 보험료와 운송비용, 항로의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군사적 우세가 실질적인 해양통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몇 개의 단계가 더 필요하다. 군사적 우세를 바탕으로 군사적 지배를 확보하고, 이란의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과 거부능력(Denial)을 억제한 뒤 국제해운의 신뢰를 회복해 정상적인 상업통항을 지속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군사적 우세가 출발점이라면 국제해운의 정상화는 그 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여전히 결정적인 변수다. 미국이 보유한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추가 군사공격과 경제제재에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것인지, 주변국의 협력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또는 일정한 조건에서 이란과 협상을 선택할 것인지는 정치적 결정의 영역이다. 군사적 우세를 해양통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힘의 사용뿐 아니라 그 힘을 언제 멈추고 어떠한 질서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한다고 해서 마지막 간극이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압박은 이란의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유발할 수 있고, 반대로 이란의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하면 미국이 군사적 우세를 확보하고도 새로운 통항질서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압박의 강도만이 아니라 군사적 우세를 어떠한 정치적·경제적 질서로 전환할 것인가에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국과 이란만이 호르무즈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너지 수입국들은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UAE와 이라크 등은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수출경로를 확대하고 있다. 교착이 장기화할수록 국제시장은 호르무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은 미국과 이란 모두에게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은 자유롭고 안정적인 국제해협을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상화가 지나치게 늦어지면 시장은 다른 길을 찾는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의 지정학적 가치를 이용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압박하려 하지만 위협이 장기화돼 대체 공급망이 확대되면 자신이 가진 전략적 지렛대의 가치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결국 완전한 해양통제는 상대의 군사력을 억제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제상선이 다시 항해하고 보험회사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금융기관이 거래를 지원하고 에너지기업이 정상적인 공급을 회복해야 한다. 여기에 국제법적 정당성과 주변국의 협력, 지속 가능한 통항규칙까지 결합돼야 한다.

바로 이 단계가 ‘전략적 질서관리(SOM·Strategic Order Management)’의 영역이다. 전략적 질서관리는 상대를 군사적으로 제압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만들어낸 질서를 다른 행위자들이 신뢰하고 지속적으로 따르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호르무즈에서 미국이 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도 이 능력이다. 미군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 국제상선이 그 해역의 안전과 통항질서를 신뢰하고 스스로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호르무즈에는 완전한 통제자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군사적 우세와 군사적 지배를 확보하고 있지만 국제해운의 완전한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란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밀어낼 수 없지만 TIB와 거부능력을 이용해 미국이 원하는 해양질서의 완성을 방해하고 있다. 주변국들은 자신들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국제해운과 보험·금융시장은 어느 국가의 선언보다 실제 위험을 기준으로 행동하고 있다.

결국 군사적 우세와 해양통제권 사이에 존재하는 마지막 간극은 더 많은 군함만으로 메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군사적 우세와 군사적 지배를 이란의 거부능력 억제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국제해운의 신뢰 회복과 정상적인 통항질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질서가 국제사회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지속될 때 비로소 군사적 우세는 실질적인 해양통제로 완성된다.

호르무즈의 진정한 통제자는 결국 상대를 가장 많이 파괴한 국가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다시 안심하고 그 바다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국가와 질서가 될 것이다.

에필로그: 군사적 승자가 반드시 바다의 통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26년 호르무즈 사태는 군사적으로 가장 강한 국가가 반드시 바다의 완전한 통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적 우세(Military Superiority)를 확보하고 있지만 국제상선의 통항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 반면 이란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밀어낼 수 없지만 현존위협(TIB·Threat in Being)과 거부능력(Denial)을 유지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해양질서의 완성을 방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교착을 깨기 위해 군사적 압박에 경제적 압박을 결합하고 있다. UAE의 대이란 경제조치까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이란의 전략적 지속능력에는 새로운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란을 약화시키는 것과 호르무즈의 해양통제(Sea Control)를 완성하는 것은 여전히 다른 문제이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마지막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은 군함이 아니라 상선이다. 국제상선이 다시 항해하고 해운회사와 보험회사, 금융기관이 안전한 항로로 받아들이며 국제사회가 지속 가능한 통항질서를 신뢰할 때 군사적 우세는 비로소 실질적인 해양통제로 전환된다.

군사력은 바다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지만 그 바다에 정상적인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질서와 신뢰이다. 바로 이것이 군사적 우세와 해양통제권 사이에 존재하는 마지막 간극이며, 그 간극을 먼저 메우는 쪽이 호르무즈의 진정한 통제자가 될 것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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