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섬 사이를 잇는 다리를 건너고, 파도가 깎아낸 기암절벽을 바라보며 서해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또 다른 섬이 펼쳐진다. 배를 타야만 만날 수 있었던 고군산군도의 외딴섬들이 이제는 두 발로 이어진다.
군산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케이(K)-관광 섬 육성 사업’ 핵심 사업으로 조성한 ‘고군산 섬 잇길’이 바다와 섬의 풍광을 함께 즐기는 걷기 여행 명소로 관심을 끌고 있다.
‘고군산 섬잇 길’은 방축도에서 말도까지 보농도와 명도를 거쳐 5개 섬을 4개의 인도교로 잇는 해상 도보 길이다. 전체 노선은 8.64㎞이며, 이 가운데 인도교 구간은 1.4㎞다. 섬마다 서로 다른 자연경관과 이야기를 품고 있어 걷는 재미에 볼거리를 더한다.
단순히 섬을 오가는 길을 넘어 바다 한가운데서 고군산군도의 자연을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 섬마을의 정취까지 한 길에서 만날 수 있어 걷기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고군산군도 전경
◆섬마다 다른 풍경… 걷는 재미에 볼거리까지
‘고군산 섬 잇길’은 5개 섬을 가로지르는 종주길과 섬별로 출발점에 돌아오는 가족 걷기길 3개로 나뉜다.
종주 길은 방축도에서 말도까지 이어지며, 안내 자료상 거리는 10.8㎞, 걷는 시간은 관람과 휴식을 포함해 약 4시간 30분이다. 난도가 높은 편이어서 평소 걷기 운동을 즐기고 장거리 걷기에 익숙한 여행객에게 알맞다.
섬 하나를 골라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다면 가족 걷기 길을 이용하면 된다. 방축도 길은 4.7㎞, 명도 길은 4.4㎞, 말도 길은 4.9㎞로 각각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방축도 길은 중간 난도, 명도 길은 낮은 난도, 말도 길은 중간 난도로 안내하고 있다.
방축도 길은 선착장에서 출발해 출렁다리를 반환점 삼아 돌아오는 길이다. 동백나무 군락과 고인돌, 독립문바위, 인어상 등 섬의 대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해안 곳곳에 자리한 기암괴석과 바다 풍경은 걷는 내내 눈길을 붙든다.
명도 길은 ‘명도 삶 문화센터’ 앞 선착장에서 출발해 오진여 체험전망대를 거쳐 돌아오는 길이다. 해발 68m의 ‘구렁이 전망대’에 오르면 ‘보농도’와 ‘말도’, 두 섬 사이를 잇는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길을 따라서 자라는 약초와 봄나물도 섬의 자연을 느끼게 한다. 코스 끝자락에 자리한 ‘오진여 전망대’에서는 파도가 오랜 세월 깎아낸 바위 해안과 탁 트인 서해를 마주할 수 있다.
말도 길은 천년송과 제1교 동쪽 끝을 반환점으로 삼는다. 해발 89m의 산정과 ‘말도 등대’, 기도굴, 천년송 등이 주요 볼거리다. 섬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걸으며 바다와 섬마을을 내려다보고, 오랜 세월 바닷길을 지켜온 등대에서 섬 특유의 고요함도 느낄 수 있다.
방축도 출렁다리
◆천연 방파제 ‘방축도’… 기암괴석과 출렁다리의 조화
고군산군도 북서쪽에 자리한 방축도는 주변 섬을 거센 바람으로부터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구실을 한다. 섬의 이름에도 이러한 지형적 특징이 담겨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방축도를 전국의 ‘걷기 좋은 섬’ 10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방축도 걷기 여행의 중심에는 길이 83m의 출렁다리가 있다. 바다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해안 산책길과 어우러진 섬의 풍경이 펼쳐진다. 다리 주변으로 이어지는 해안 길에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섬 곳곳에 자리한 기암괴석도 빼놓을 수 없다. 바위가 문처럼 뚫린 ‘독립문 바위’를 비롯해 ‘거북바위’와 ‘시루떡 바위’ 등이 저마다 독특한 생김새를 자랑한다. 인어상과 고인돌도 여행객의 눈길을 끈다.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과 서해의 낙조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는 방축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 바다와 숲, 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다.
말도습곡구조
◆맑은 바다와 기암절벽… 자연의 신비 지닌 ‘명도’
명도는 맑고 깨끗한 바다와 기묘한 바위가 어우러진 섬이다. 섬의 생김새가 해와 달이 어우러진 모습과 닮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섬에는 해발 108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독특한 형상의 바위들이 자리해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얼룩말의 무늬를 닮은 ‘얼룩 말 바위’와 ‘구렁이 전망대’는 명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눈여겨볼 만한 곳이다.
‘오진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작은 바위섬 ‘오진여’도 빼놓을 수 없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 명도와 이어지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물때에 따라 바다의 모습이 달라지는 만큼 섬을 찾기 전 물때와 배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명도는 다양한 약초가 자라는 섬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방풍이 유명하다. 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안 풍경뿐 아니라 섬사람들의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물때가 맞으면 명도에서 방축도 방향으로 이어지는 오누이 바닷길의 신비로운 풍경도 볼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 물길이 갈라지며 약 450m에 이르는 바닷길이 드러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섬 서쪽 끝 바람의 언덕에서는 서해로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말도 노을
◆고군산군도 서쪽 끝 ‘말도’… 5억 7,000만 년 지구의 흔적
말도는 고군산군도의 가장 서쪽에 자리한 섬이다. 바다를 향해 우뚝 솟은 바위 절벽과 오랜 세월 바닷길을 밝혀온 등대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말도의 대표 볼거리는 천연기념물 제501호인 말도 습곡 구조다. 약 5억 7,000만 년 전 형성된 지질구조로,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바위의 굴곡에서 오랜 지구 역사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기암절벽은 섬의 자연이 간직한 긴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말도 등대’도 섬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오랜 세월 바다를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등대는 외딴섬의 정취를 더한다. 천년송과 기도굴 등 섬 곳곳의 명소를 둘러보며 해안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군산시는 ‘고군산 섬 잇길’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도록 걷기 여행 상품과 섬 체험 콘텐츠를 꾸준히 보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해양관광 상품개발을 위한 여행사 답사와 전문 걷기 여행객 70여 명이 참여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걷기 여행 전문 여행사 관계자들과 현장 답사와 간담회도 열어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살폈다.
군산시 관계자는 “‘고군산 섬 잇길’이 단순히 걷는 길에 그치지 않고 섬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체류형 관광의 바탕이 되도록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꾸준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바다 위를 걷고, 섬의 능선을 따라 오르며, 파도가 빚어낸 바위와 서해의 낙조를 만나는 ‘고군산 섬 잇길’. 다섯 섬이 품은 서로 다른 풍경과 이야기는 걷는 이들에게 새로운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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