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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진주 의곡사 한글 비석, 가치 재평가 필요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진주 의곡사 한글 비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관리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주 의곡사 한글 비석, 가치 재평가 필요

‘의곡사 문화적 가치와 의미’ 학술토론회

현존하는 한글 비석 4기 중 희소한 자료

진주 의곡사에 있는 한글 비석. /박용식 경상국립대 교수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진주 의곡사 한글 비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관리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용식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경상국립대학교 박물관 대강당에서 국어문화원이 주관하고 의곡사가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학술토론회는 ‘진주 의곡사의 문화적 가치와 지역사적 의미’라는 주제로 진주 비봉산 자락에 자리한 의곡사의 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지역사적 의미를 짚고자 마련됐다.

박 교수는 ‘진주 의곡사 한글 비석의 가치’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의곡사 한글 비석은 2015년 경상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지만, 이후에 보존을 위한 관리도 잘 안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기에 보존 처리와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한글 비석은 의곡사 한글 비석을 포함해 현재 4기만이 알려져 있을 만큼 아주 희소한 자료이다. 특히, 의곡사 한글 비석은 나머지 3기와는 세운 목적과 한글의 구실이 다르다. ‘이윤탁 한글 영비’(1536년)와 ‘인흥군 묘산비’(1686년)는 비석을 세운 까닭을 한자로 적어 놓고 한글은 ‘영험한 비석이기 때문에 비석을 훼손하면 화를 당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조령 산불됴심 표석’(17~18세기)은 ‘산불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다.

세 비석 모두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금지’의 내용을 담고 있거나 한글은 비석 보존을 위한 부수적인 구실을 할 뿐이지만, 의곡사의 한글 비석은 비석을 세운 본연의 내용을 한글로 적었다.

의곡사 주차장 한쪽 모퉁이에 있는 의곡사 한글 비석은 1856년 또는 1916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형의 비석이다. 비석의 한 가운데 한자로 ‘(南)無阿彌陀佛 塔, 나무아미타불탑)’이라 새겨 놓았고 그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한자와 한글로 ‘父母生天目連經, 부모생천목연경’이라 새겨 놓았다. 목련경에 등장하는 목련존자의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를 지옥에서 천당으로 모신 것과 같이 이 비석 글귀 속의 ‘부모’도 천당으로 가기를 비는 자식의 효성으로 세운 비석이다.

이 비석의 가장 큰 특징은 비석에 아무런 이름이 없다는 점이다. 자식과 부모의 이름은 물론 비석 글자를 쓴 사람과 비석에 글자를 새긴 사람의 이름도 없다. 이름을 적지 않은 대신 한자를 모르는 자식 혹은 신도를 위해 한글을 새겨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이름을 적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한글을 새겨 넣은 것은 사찰의 따뜻한 배려이다. 이름을 남기지 못하는 이들의 간절한 사연이 이 비석에 담겨 있다”며 “이 점은 사회 공동체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고 한글문화사에서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허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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