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민주당 특설링〉④ 최고위원들은 줄을 섰고, 계파는 다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열넷의 공약보다 먼저 불린 것은 누구의 사람이라는 계파 이름이었다.

〈민주당 특설링〉④ 최고위원들은 줄을 섰고, 계파는 다시 이름을 바꿨다!

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민주당 특설링〉 ④ 최고위원들은 줄을 섰고, 계파는 다시 이름을 바꿨다

■ 14명이 등록했지만, 이름표는 정책이 아니라 계파였다

■ 친명·친청·친송, 세 개의 큰 줄이 5석을 놓고 맞섰다

■ 최고위원 선거는 2028년 공천 규칙을 둘러싼 전초전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 등록이 지난 17일 마감됐다. 원내 9명과 원외 5명 등 총 14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이재명계와 친정청래계, 송영길계가 세 개의 큰 줄을 형성했다. 후보들은 정책과 비전을 내놨지만 정치권이 먼저 붙인 이름표는 누구의 사람인가였다. 일러스트=AI 생성

당대표 자리는 하나다.

최고위원 자리는 다섯이다.

그런데 줄을 선 사람은 열넷이다.

민주당 특설링의 네 번째 종이 울렸다.

후보들의 얼굴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얼굴 뒤에 붙은 이름표는 낯설지 않다.

친명.

친청.

친송.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열넷의 공약보다 먼저 불린 것은 누구의 사람이라는 계파 이름이었다.

■ 열넷이 등록했고, 세 개의 큰 줄이 보였다

친청계로는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이 거론됐다.

친명계에는 박성준·서미화·이건태 의원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묶였다.

김영호·박선원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와의 인연 때문에 친송계로 분류됐다.

모든 후보가 세 줄에 속한 것은 아니다.

복수의 정치적 인연을 가진 후보도 있고 뚜렷한 계파로 분류하기 어려운 후보도 있다.

그러나 선거판을 지배한 것은 세 개의 큰 줄이었다.

계파가 없는 후보조차 누구의 표로 살아남을 것인지부터 질문받았다.

■ “1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

이건태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자기 정치 욕심으로 이재명 정부와 엇박자를 낸 지도부는 교체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정·청 사이에 1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후보의 포부처럼 들리지만 과녁은 분명했다.

정청래 지도부가 이재명 정부와 오차를 냈다는 주장이다.

김민석이 당대표 경선에서 정청래를 향해 쏜 화살을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가 다시 당겨 든 셈이다.

최고위원 선거가 독립된 경쟁이라면 후보는 자신의 지도부 구상을 말해야 한다.

그러나 첫 공격은 자신이 누구와 같은 편이고 누구를 교체하려는지를 먼저 보여줬다.

■ 친청은 압축했고, 친명은 갈라졌다

당내에서는 친청계가 후보를 세 명 안팎으로 압축해 표 분산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친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더 많았다.

친청은 숫자를 줄였다.

친명은 후보가 겹쳤다.

최고위원 경선은 정책 경쟁이면서 조직표의 산술이다.

후보가 많다고 반드시 강한 것은 아니다.

누가 같은 표를 나누고 누가 표를 집중시키느냐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

■ 진짜 상금은 다음 총선의 규칙이다

최고위원이 자동으로 공천 심사위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 지도부는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기준과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당대표가 오늘의 권력이라면 최고위원은 다음 총선의 규칙에 손을 얹는 자리다.

그래서 최고위원 선거는 당대표 경선의 부속 경기가 아니다.

차기 공천권을 둘러싼 별도의 전장이다.

당대표 후보에게 줄을 선 최고위원 후보가 함께 당선되면 지도부의 힘은 더 커진다.

공천 기준과 당무 판단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최고위원은 당대표의 응원단이 아니다

후보들은 민생과 개혁, 당원주권과 정부 성공을 말했다.

그러나 공약보다 누구와 가까운지가 먼저 보도되고 소비됐다.

최고위원은 당대표의 선거운동원이 아니다.

당의 주요 정책과 전략을 함께 결정하는 선출직 지도부다.

당대표의 판단이 잘못됐을 때 제동을 걸어야 한다.

당과 정부의 관계가 어긋날 때 다른 목소리도 내야 한다.

그러나 후보가 당대표 진영의 대리인으로 출발하면 역할은 뒤집힌다.

견제해야 할 사람이 충성을 경쟁한다.

논쟁해야 할 지도부가 한목소리만 낸다.

집단지도체제는 박수부대로 변한다.

■ 계파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름을 바꿨다

민주당은 오래전부터 계파정치 청산을 말했다.

친노와 비노가 갈렸다.

친문과 비문이 충돌했다.

친명과 비명이 맞섰다.

이제 친청과 친송이라는 이름이 다시 붙었다.

사람은 바뀌었다.

이름도 달라졌다.

권력을 중심으로 줄을 긋는 방식은 남았다.

최고위원 후보 14명은 모두 민주당의 미래를 말했다.

그러나 유권자가 먼저 본 것은 미래가 아니라 줄이었다.

누가 어느 줄에서 당선되는지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당선된 뒤 그 줄을 벗어나 당대표에게 다른 말을 할 수 있느냐다.

최고위원들은 이미 줄을 섰다.

이제 그들이 증명해야 할 것은 충성이 아니라 독립성이다.

제보 및 반론 :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