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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은 왜 몰랐을까…‘친일파 후손’보다 씁쓸한 가족의 역사 교육

배우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번 논란에서 짚어볼 지점은 단순히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후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서울 | 윤동언 기자] 배우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번 논란에서 짚어볼 지점은 단순히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후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가족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조상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던 과정과, 그 안에 있었던 역사에 대한 무지가 아쉬움을 남긴다.

하영은 12일 자신의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증조부 안상호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그동안 저는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부끄럽게도 그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며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했다.

또 “제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7일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하영이 자신의 집안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하영은 증조부가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고 고종 황제를 진료한 인물이라며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소개했다. 이후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일제강점기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소속사가 처음에는 관련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충분한 검증 없이 잘못된 입장을 냈다며 이를 번복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결국 하영은 직접 사과문을 통해 “충분한 확인 없이 잘못된 입장이 전달되도록 한 점 또한 저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가족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점을 인정했다.

여기서 생각해볼 부분은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후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조상의 행적은 후손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과거 세대의 잘못을 후손에게 연좌해 책임을 묻는 것과, 후손이 자신의 가족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가족의 과거를 숨기거나 미화하지 않고 제대로 알려주는 일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처럼 우리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아픈 과거를 가진 집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족에게 불편한 역사라고 해서 감추거나, 반대로 일부 업적만 부각해 자랑스러운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은 다음 세대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조상의 친일 행적이 있다면 그 사실을 자녀와 후손에게 정확하게 알려주고, 당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왜 그것이 역사적으로 비판받는지까지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후손에게 필요한 것은 조상에 대한 맹목적인 자부심이 아니라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가수 청하의 과거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청하는 지난 2024년 혜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활동 공백기 동안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도전해 1급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당시 청하는 “한국사 수업을 제대로 받았던 기억이 없어서 역사의 흐름을 좀 알아야겠더라”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셨다. 어머니께서 ‘언젠가는 너가 한국사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매번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청하의 외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독립유공자 석은 김용근 선생이다. 김용근 선생은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뒤 광복 이후에는 민주화운동에도 참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두 가족의 역사가 같다는 이야기가 아니. 다만 청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가족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조상의 공적만 강조해 자랑스러운 가족사로 전하는 것과, 공과 과를 모두 알려 스스로 역사적 의미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친일 행적을 가진 조상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가족사를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잘못된 역사는 잘못됐다고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논란이 남긴 질문은 ‘하영이 친일파의 후손이라서 잘못했느냐’가 아니다. 가족의 과거를 다음 세대에 어떻게 가르쳤고, 그 역사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갖게 했느냐에 더 가깝다.

하영 역시 이번 사과문에서 “우리의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가며 독립유공자분들과 우리나라의 광복과 안녕에 힘써 주신 모든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단순한 연예인의 가족사 논쟁으로 소비하기보다, 가족에게 불편한 역사까지도 숨기지 않고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hellboy3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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