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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푸른 숲 대신 노랗게 말라죽어” ···‘소나무 무덤’ 됐다

지난 22일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대산동 야산이 재선충 피해로 붉다 못해 회색빛으로 변한 고사목들로 뒤덮여 있다.

■광주특별시 덮친 소나무재선충 상. 황폐화된 산림

지역 산림 곳곳 고사목 즐비

감염목 1년 새 4배 이상 급증

“치료법 없어 매개충 방제가 핵심”

지난 22일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대산동 야산이 재선충 피해로 붉다 못해 회색빛으로 변한 고사목들로 뒤덮여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난 22일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대산동 야산이 재선충 피해로 붉다 못해 회색빛으로 변한 고사목들로 뒤덮여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일명 ‘소나무 에이즈 ’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치사율 100%로 사실상 방재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소나무재선충병이 일부시·군을 제외한 광주특별시 전 지역으로 번지면서 산림당국과 지자체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무등일보는 소나무재선충병의 실태를 점검함과 동시에 지자체 대응방안, 그리고 전문가들의 제언 등을 통한 대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대산동 한 야산 산길에 재선충으로 말라 죽은 소나무에서 부러진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광주특별시 산림 곳곳에서 푸른 소나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면서 사시사철 푸르던 숲이 붉고 회백색을 띤 ‘소나무 무덤’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2일 광산구 대산동 한 야산. 산비탈을 올려다보자 푸른 소나무 대신 회백색 나무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군데군데 초록빛이 남아 있었지만 잎이 무성한 소나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솔잎마저 다 떨어져 나간 나무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빼곡히 서 있었다.

숲 안쪽으로 들어서자 멀리서 보이지 않던 모습이 드러났다. 소나무들은 잎을 거의 잃고 앙상한 가지만 뻗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하늘이 훤히 보였고 발밑에는 말라 부러진 가지가 흩어져 있었다. 나무껍질이 벗겨져 속살을 드러낸 소나무도 눈에 띄었다. 푸른 숲을 이루던 나무들이 줄지어 말라 죽으면서 산 전체가 빛을 잃은 모습이었다.

문제는 고사목이 늘어나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말라 죽은 나무는 줄기와 가지가 약해져 쉽게 부러질 수 있다. 특히 주택가 인근에서는 부러진 나무가 주택이나 주민을 덮치는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현장을 안내한 광산구 관계자는 “소나무의 표피가 떨어져 나갔다면 고사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나무는 부러질 위험이 있어 위험목으로 분류하고 주택가 인근 나무를 중심으로 벌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산구에서 장성으로 넘어가는 길에도 붉게 변한 나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산자락을 따라 붉은빛과 회색빛이 뒤섞인 나무들이 산 곳곳에 퍼져 있어 산비탈 전체가 말라가는 나무들로 얼룩져 있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 남면 일대에서는 지난 1~2월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를 벌채했다. 광주특별시 장성군 제공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 남면 일대에서는 지난 3월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를 벌채한 자리에 편백나무를 심었다. 광주특별시 장성군 제공

장성에서는 재선충병 피해가 심각한 산림을 중심으로 소나무를 통째로 베어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피해가 심각한 장성 남면 일대에서는 지난 1~2월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를 벌채한 뒤 3월 편백나무를 심었다. 울창했던 소나무 숲이 사라진 자리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다. 나무 사이사이로 흙바닥이 훤히 드러났고 주변 산림에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반면 벌채된 구역은 나무 사이로 빈 공간이 넓게 펼쳐져 휑한 모습이었다.

장성군은 지난 2024년까지 감염목을 한 그루씩 제거하는 단목 벌채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피해가 확산하면서 지난해부터 일정 구역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다른 수종으로 바꾸는 수종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종전환은 산주 동의를 거쳐 통상 3㏊ 이상의 집단 발생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소나무를 일괄 벌채한 뒤 편백나무와 목백합나무, 상수리나무 등 다른 수종을 심는 방식이다.

이 같은 피해는 광산구와 장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광주특별시 전역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25일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이 산림청 국정감사를 위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광주특별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15만4천890그루로, 지난해 3만8천90그루보다 4.1배 증가했다. 2022년 2만1천831그루, 2023년 2만9천182그루, 2024년 2만1천215그루로 증감을 반복하다 최근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전국 감염목도 지난해 148만6천338그루에서 올해 177만2천985그루로 19.3% 늘었다. 지난 2022년 37만8천79그루와 비교하면 피해가 4.7배에 달한다. 발생 지역 역시 154개 시·군·구에서 166개 시·군·구로 확대됐다. 산림당국은 소나무재선충 피해 정도가 이른바 ‘3차 대발생’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지난 2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 한 야산에서 소나무가 재선충 피해로 붉게 물들어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전문가들은 감염목 제거를 넘어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의 개체 수를 줄이는 방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산림과 주택가·공원 등 생활권을 구분해 방제 방식을 달리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중태 광주나무병원장은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고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을 통해 확산하기 때문에 매개충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시행이 금지된 항공 방제는 환경적 부작용을 고려해 피해가 심각한 산림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생활권 수목에는 예방 나무주사 등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선충병은 국가적 재난인 만큼 국가가 주도하고 지자체와 주민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나무의사의 전문성을 방제 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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