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난달에는 칼럼을 쓰지 못했다. 매달 지역의 가능성을 이야기해 왔지만, 정작 내가 운영하는 공간을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던 시간이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려운 날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보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10월, 곳곳에서 축제가 열렸다. 지역을 알리고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행사들이었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거리가 활기를 띠는 일은 반갑다. 그런데 축제가 이어지는 동안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야기도 들렸다. 평소 가게를 찾아오던 손님들의 발길이 줄고, 매일 제자리를 지키던 이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축제는 과연 누구를 위해 열리는가.
축제장에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만으로 지역 관광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며칠간의 방문객 수와 행사장의 매출은 눈에 잘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주변 상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지역을 다시 찾는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축제장의 활기와 지역 상권의 활기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상인들은 축제 기간에 가게 문을 닫고 행사장에 부스를 차린다. 손님이 모이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의 매출이 절실하고,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다. 다만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지역에 이미 자기 공간을 만들어 놓은 사람이 그 공간을 비워 두고 다른 곳에서 손님을 만나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지역에 남기고 있는 걸까.
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다. 주인이 오랜 시간 다듬어 온 취향과 서비스, 공간의 분위기, 손님과 쌓아 온 관계가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축제장에서 제품 하나를 판매하는 일도 의미 있지만, 그 경험이 실제 가게를 찾아오는 발걸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역에 남는 것은 얼마나 될까. 행사마다 부스를 따라다니는 일이 지역 사업자의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축제가 모든 상인에게 같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축제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얻는 곳도 있고, 행사장 안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사업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축제를 없애자는 주장이 아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지역의 기존 가게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는 제안이다.
방문객이 축제장만 둘러보고 돌아가지 않도록 주변의 카페와 식당, 상점과 숙박시설을 연결할 수는 없을까. 행사 안내에 지역의 상권을 함께 소개하고, 축제 이후에도 다시 방문할 이유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부스 참여만을 지역 상인의 기회로 여기기보다, 각자의 공간에서 손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방식도 필요하다.
축제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행사장을 방문했는지만큼, 그 사람들이 지역의 어디까지 걸어갔는지, 어떤 가게를 발견했는지, 다시 찾아올 이유를 얻었는지도 중요하다. 지역 관광의 성공은 한곳에 사람을 모으는 능력이 아니라, 그 발걸음을 지역 전체로 이어 가는 힘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지난달 사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 말을 꺼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사업자는 늘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배웠고, 어려움 앞에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개인이 바꿀 수 없는 환경이 있다. 그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누군가를 탓하는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지역을 살린다는 말은 거창하다. 그러나 그 출발은 어쩌면 소박하다. 오늘도 문을 연 가게가 내일도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것. 지역을 찾은 사람이 행사장 너머의 골목과 마을을 기억하게 하는 것. 일회성의 숫자가 아니라, 다시 찾아올 관계를 남기는 것이다.
축제는 며칠이면 끝난다. 그러나 지역의 상인들은 그다음 날에도 같은 자리에서 문을 열어야 한다. 진정한 축제의 성과는 무대의 불이 꺼진 뒤에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지역에 무엇이 남았는가. 그리고 누가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다음 축제가 그 질문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 이선율 ((유)웨스턴빈 대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