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연예계가 다시 역사 논란에 휩싸였다.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밴드 혁오의 신곡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일본 배우의 가문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통점은 하나다. 개인의 재능이나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대중 앞에 서는 이들이 어떤 역사적 맥락 위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시 불거졌다는 점이다.
먼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하영이었다. 하영은 방송과 인터뷰 등을 통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언급해왔다. 이후 그의 증조부 안상호의 과거 행적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조명되며 논란이 커졌다.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확인되면서다.
대정친목회는 조선총독부 정책에 협력했던 친일 성격의 단체로 평가된다. 다만 안상호는 정부가 공식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이나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이 지점 때문에 논란은 단순히 ‘친일 후손’이라는 낙인으로 정리되기보다, 가족사를 대중 앞에 어떻게 말하고 검증해야 하는지의 문제로 확장됐다.
문제를 키운 건 초기 대응이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소속사 측은 처음에는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이후 추가 확인을 거쳐 관련 기록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조상의 행적을 후손에게 그대로 책임지울 수는 없지만, 성급한 부인과 뒤늦은 정정은 대중의 불신을 키웠다.
논쟁에서 중요한 건 연좌제가 아니다. 대중은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활동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적 인물이 가족사를 자신의 이미지와 서사로 활용할 때, 그 안에 불편한 역사까지 포함돼 있다면 최소한의 확인과 태도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혁오의 경우는 결이 조금 다르다. 혁오는 18일 6년 만의 신곡 ‘갓스피드!’를 발매했다. 그러나 공개를 앞두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의 가문사가 논란이 됐다. 안도 사쿠라는 영화 ‘어느 가족’ ‘괴물’ ‘백엔의 사랑’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다.
문제가 된 부분은 안도 사쿠라가 일제강점기 제29대 일본 내각총리대신을 지낸 이누카이 쓰요시의 외증손녀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누카이 쓰요시의 조선 인식과 제국주의적 발언 등을 근거로, 광복절 직후 공개되는 한국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해당 배우를 기용한 것이 적절했느냐고 지적했다.
배우 개인의 책임과 가문의 역사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안도 사쿠라 역시 일본 영화계에서 독자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다. 문제는 기용 시점과 한국 대중이 받아들이는 역사적 감수성이다. 특히 광복절 직후라는 시기, 6년 만의 컴백이라는 상징성, 한국 밴드의 신곡 뮤직비디오라는 조건이 겹치면서 논란은 더 빠르게 번졌다.
혁오 논란 역시 핵심은 ‘일본 배우를 쓰면 안 된다’가 아니다. K팝과 한국 대중음악은 이미 국경을 넘어 다양한 창작자, 배우, 스태프와 협업하고 있다. 문제는 협업 대상의 배경이 한국 대중에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때, 제작진이 그 맥락을 사전에 얼마나 검토했느냐다.
최근 연예계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나 태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 젠더, 학교폭력, 가족사, 국가 정체성처럼 사회적 감수성과 직결된 이슈가 작품과 활동 전반을 흔든다. 특히 글로벌 활동이 일상화된 지금, 제작진과 소속사는 콘텐츠 안팎의 맥락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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