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4곳서 2천6백여건 '부적격' 판정
인력 의존한 실거주 직접확인 한계 명확
농촌 온정주의 특성…'봐주기' 배제 못해
"자율권 부여·자동 시스템 도입 등 시급"
진보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들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이 지난 8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광주청사 브리핑룸에서 농어촌기본소득 전면 실시와 추진본부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진보당 광주시당 제공
전남광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에서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신청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된 인력이 실거주 여부 등을 일일이 검증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전면 도입 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1차 선정지 10곳의 실거주 현장조사 결과 ‘부적격’ 판정은 총 1만 224건으로 집계됐다.
전남광주에서는 신안 1천202건, 곡성은 160건이 부적격으로 판단됐다. 부적격 사유로는 ‘관외전출’ 사례가 신안 666건, 곡성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외 ▲실거주 요건 위반(137건·39건) ▲사망(257건·18건) ▲관외병원 입원·군입대·주택외 건축물 거주·신청취소(142건·51건) 등이다.
지원금 지급 사 감사·점검에서 적발돼 환수 조치된 사례도 잇따랐다. 곡성에서는 실거주 요건 위반으로 270만원(18건)이 환수됐고, 신안에서는 대리신청 3건에 대해 60만원 환수가 이뤄졌다.
2차 공모에 선정돼 지난 8월부터 지급이 이뤄진 구례와 보성에서도 다수의 부적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구례는 전체 2만2천850건 중 926건이 부적격으로 결정됐다. 보류는 403건으로 3개월 실거주 확인 기간을 거치는 신규 신청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보성은 총 3만5천907건 중 부적합 353건, 보류 1천442건, 712건은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대상 조건이 아님에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요청하는데는 조사 공백을 노리고 악용하려는 의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자 선정은 주 3일 이상 지역에 거주하는지가 핵심이다. 기존 거주자는 주민등록등본 등으로 거주했던 기간을 확인하고, 신규 전입은 실거주 여부 확인 절차가 이뤄진다.
아파트 등이 들어선 인구 밀집 지역은 고용된 외부 조사원이 업무를 수행하고, 이외에는 이장·통장·부녀회장 등 해당 마을 주민 4~5인으로 이뤄진 자치위원회가 직접 확인한다. 대상자 주거지에 수차례 방문하고 만장일치 판단이 있어야 지급 요건을 얻을 수 있다.
위장전입이 의심되면 지자체에 알리고, 카드 사용내역·부동산계약서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마을 공동체 특유의 온정주의로 인해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규모 농촌 특성상 지인이나 친척인 경우가 많아, 위장전입이 의심되더라도 이웃 간 얼굴을 붉히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 마을 내 갈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과 원망이 오롯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구조적 맹점도 안고 있다.
또한 주 3일 이상 거주 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적발할 권한과 수단도 마땅치 않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대상자가 지역에 머무르는지 상시로 감시하고 증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전남광주의 한 기본소득 담당 직원은 “수 만명 주민을 일일이 확인하는건 불가능해 외부에서 고용된 조사원이나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부정수급 신고도 종종 들어오지만, 한 다리 건너 지인인 농촌 특성상 신고자와 대상자 모두 익명으로 제보되는 등 현실적으로 검증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어촌 기본소득의 전면 도입을 위해서는 부적격 수급 문제를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GPS 등 실거주 여부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도입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실제 각 군청에 민간 플랫폼 사업체들이 방문해 이같은 제안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병기 전남연구원 기본소득연구센터장은 “농어촌의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해당 지역에 머무는 빈도를 정량적으로 일원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지방자치단체에 지급 기준 선정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현재 인력에 의존한 실거주 확인 방법은 한계가 명확하고 예산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며 “정부는 건강보험·통신사 기지국 데이터·공공요금 데이터 등을 연계해 판단하는 시스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승현기자 hon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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