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틀 빅 히어로' 영화 캡처.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대화할 때 해당 주제에 맞게 적절한 소재를 찾아 응대하면 분위기도 무르익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얘기가 나올 때, 메카닉 쪽에 밝은 사람은 그에 대해 얘기할 것이고, 다양한 모델을 타본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BMW는 어떻고 페라리는 어떻고 등등 시승기를 논할 것이다. 이때 자연스럽게 한마디하며 분위기를 더할 수 있는 게 바로 특정 영화에 등장했던 다양한 자동차들과 출연 배우들의 멘트다.
‘대화를 리드하는 이럴 때 이 대사’는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공개된 많은 영화와 드라마 중에서 사랑, 프로포즈, 남자, 여자, 술, 자동차, 커피, 이별, 키스, 음식, 결혼, 인생, 성공, 마피아/야쿠자/삼합회, 범죄, 정치, 법 등등 250여 개의 소재로 나눠 각 영화 출연자들의 인상적인 대사 2,545개를 엄선 정리했다.
캐롤 리드, 앙리 베르누이, 빌리 와일더, 르네 클레망, 존 휴스턴, 비토리오 데 시카, 조지 스티븐스, 구로사와 아키라, 프랑소아 트뤼포, 빅터 플레밍, 블레이크 에드워즈, 존 아미엘, 프레드 진네만, 시드니 루멧 등 추억의 거장 감독들에서 최근 감독들의 작품 및 미드와 영드까지 포괄했다.
단지 대사의 나열로만 그치지 않고 각 항목마다 그 대사가 나오게 되는 이유를 해당 씬의 부연 설명과 함께 구체적으로 다뤄 해당 대사가 어떻게 해서 나온 건지 맥락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대화에 단골도 등장하는 특정 주제의 경우 각 항목별로 나눠 디테일을 더했다.
예를 들어 술의 경우 출연자들이 해당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흥미롭고 인상적인 말을 하는지 술1 / 술2(위스키‧리쿠르) / 술3(와인) / 술4(맥주) / 술5(꼬냑‧데킬라‧보드카 etc) / 술6(칵테일) 등 종목별로 분류해 100개가 넘는 다양한 대사를 접할 수 있다. 자동차도 자동차1 / 자동차2(캐딜락‧페라리‧포르쉐) / 자동차3(애스턴마틴‧알파로메오) / 자동차4(람보르기니‧메르세데스 벤츠‧콜벳) / 자동차5(그 외) 등으로 세분화해 다채로운 관련 멘트를 정리했다. 이외에 음악 카테고리 등 인기 주제들은 각 100여개 내외의 많은 양의 대사를 담았다.
사진='레드 리버' 영화 캡처.
대학 시절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멋진 멘트가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급히 받아적는 버릇이 생겼다. 관련된 주제로 대화할 때 사용하거나 또는 원고 기고를 할 때 인용하기 위해서다. 졸업 후 첫 직장이 잡지사였는데, 이전에 정리해둔 영화와 드라마 속 대사들을 기사를 작성할 때 인용하곤 했다. 종종 외부 청탁을 받아 칼럼을 기고할 때에도 이전에 봤던 장면과 대사가 오버랩될 땐 정리해둔 자료를 찾아 인용했다. 나름대로 꽤 유익하게 사용한 것 같다.
이후 컴퓨터가 대중화되며 노트에 메모한 대사들을 PC에 옮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터도 더 많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데이터를 기사와 칼럼에만 인용하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가족, 사랑 등에 관한 담론, 프러포즈하며 날리는 각종 멋진 멘트들 등등 관련 내용이 필요한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참고하면 좋겠다고 여겼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해당 주제들이 어떤 식의 대사로 나타나는지 표현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좋은 참고가 될만한 기록물로도 의미가 있고 유용할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책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단행본 한권 분량은 200자 원고 기준 500매 내외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화를 리드하는 이럴때 이대사-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영화‧드라마 명대사 2,545’는 약 2,400매 내외로 일반 단행본 5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내용을 꽉꽉 눌러담아 A4 사이즈 367쪽 분량으로 서술했다. 만일 일반 단행본 크기에 파트마다 도비라 페이지 등 편집상의 여러 여백까지 활용했다면 800여 쪽 이상이 넘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이유로 전자책(e-북)으로만 발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쓰며 가장 힘든 게 있었다. 오래전에 본 영화들이 꽤 되는 만큼, 해당 대사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대사와 영화 제목 위주로만 메모해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에 나도는 흔한 대사들이 아닌 만큼 해당 영화에서 특정 대사가 어떻게 나온건지 맥락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하나하나 영화를 다시 봐야만 했다.
일일이 여러 다운로드 사이트를 뒤져가며 유료 비용으로 하나하나 다시 ‘역주행’했고, 어떤 건 단 2줄을 위해 한 편에 몇천원 넘는 영화도 다시 봐야만 했다. 특히 고전영화 데이터가 많은 곳이 없어 찾느라 꽤 고생을 했다. 책을 쓰면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 부분이다.
사진=영화 '빅 컨츄리' 공식 포스터.
‘
대화를 리드하는 이럴때 이대사
’
에 등장하는 영화별 연도 표기는 국내 개봉 기준이 아니라 각 작품이 처음 공개된 해를 기준으로 삼았다.
좀 더 속도감 있게 읽힐 수 있도록 모든 문장을 축약형으로 표기했다. 예) 나는=난, 되었다=됐다. 또한 외래어 한글표기법에만 치중하면 혼동을 야기할 수 있는 어휘들은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을 따랐다. 예) 신=씬, 애드리브=애들립.
대사는 나오질 않지만, 특정 영화하면 떠오르는 장면도 많다. ‘어카운턴트’의 주인공은 뭘 하기 전 항상 입으로 손에 묻은 먼지를 부는 버릇이 있다. 영화 내내 나오는 장면이지만 해당 대사가 없어 이 책에 다루진 않았다. 대사는 없지만,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 너무 잔인하게 고통을 주는 방식 등등 캐릭터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나타내는 인상적인 작품들도 정말 많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관련 영화들도 주제별로 나눠 책으로 엮고 싶다.
이 책이 사석에서 대화할 때나 강연은 물론 기사‧칼럼 등의 글쓰기 등 다양한 곳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그럼으로써 해당 영화/드라마에 관심을 두거나 한 번 더 보게 되는 사람들도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참고로 각 카테고리에 등장하는 몇몇 대사 중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랙타임은 어디에도 가둬둘 수 없어요. 사방팔방으로 퍼지니까 바이러스에 감염된 기분이에요. 하지만 아프게 하기 보다 행복하게 만들죠.” - 뉴 올리언즈(1947)
“남자란 남들 앞에서가 아니고 자신을 위해서 증명해 보일 일도 있는 것.” - 빅 컨츄리(1958)
“바로 이 딱정벌레-MG TF-인가요? 우리 고향의 산토끼도 이것보단 클 거예요” - 필로우 토크(1959)
“제 아무리 멋진 카슈미르 계곡이라해도 동반자 없인 멋지지 않죠. 어느 곳이든 사람이 없인 의미가 없는 겁니다.” - 영광의 탈출(1960)
“사랑은 우릴 이상하게 만들죠. 그건 생명의 언어예요. 그건 무정하지도 냉담하지도 않죠. 고뇌와 절정 중 하나예요.” - 애거니 앤 엑스터시(1965)
“나이가 들수록 술이 필요하지.” -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1966)
“아름다운 음악은 아이를 즐겁게 하고 소에겐 젖이 많이 나게 하지.” - 25시(1967)
“군대는 하나의 팀과 같다. 한 팀으로 먹고 자고 싸우는 거다. 개성이고 뭐고 하는 건 쓸데없는 개소리다. 우리는 최고의 설비와 질 좋은 음식, 사기 높은 최고의 군인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와 싸우게 될 놈들을 진심으로 동정한다.” - 패튼 대전차 군단(1970)
“혁명은 어떤 상황이 강요한 것이다. 혁명은 다른 출구가 없을 때만 일어난다.” - 트로츠키 암살(1972)
“저는 군인이고 군인의 의무는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겁니다. 조국이 틀렸어도….” - 철십자 훈장(1977)
“품위는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냐.” - 디어헌터(1978)
“돈이란 하기 싫은 것도 하게 만들지. 남의 것을 사고팔지 말고 자기 것을 창조해라.” - 월스트리트(1987)
“베토벤과 마돈나의 차이는? 베토벤은 일정한 리듬이나 템포를 쓰지 않아 춤추기에 맞지 않는다. 마돈나는 시종 4분의 4박자지. 멜로디는 바뀌어도 리듬은 일정해. 그러니 춤을 출 수 있는 거야. 하지만 현악4중주는 멜로디, 리듬이 다 바뀌지.” - 허공에의 질주(1988)
“우리 엄마가 뮤지션과는 절대 결혼하지 말랬어. 뮤지션과 살면 슬픔, 아픔, 눈물로 살거라고.” - 모 베터 블루스(1990)
“정치인들은 나중을 위해 져주기도 해야 하는데 그들은 그걸 못하죠.” - 하바나(1990)
“당신은 불안한 곳에서 안전을 찾고 있어. 그건 아냐. 주식, 저축, 이런 것보다 부동산이 제일 좋지. 돈을 벌 기회잖아?” - 글렌개리 글렌 로스(1992)
사진='의로운 살인' 영화 공식 포스터
“비결을 팔아서 벌은 돈은 언젠가는 다 없어지지. 하지만 비결을 간직한다면 세상 어딜가도 구걸은 안하는 법.” - 변검(1995)
“변호사와 사냥꾼의 차이는? 사냥꾼은 사냥 후 잡아먹으면 땡이지만 변호사는 후에 훌륭한 경력을 남기는 것이다. 수많은 변호사들이 사건을 처리하는 동안 진짜 가야하는 자신의 길을 최소한도 알지 못한다.…만약 그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일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 레인메이커(1997)
“BMW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 더블크라임(1999)
“사랑이란 건 없어. 호르몬과 화학 물질이 섞여 만들어내는 환상일 뿐.” - 하트브레이커스(2001)
“내가 바라는 상은 노벨상이 아니에요. 바로 당신을 얻는 거죠.” - 다운 위드 러브(2003)
“요즘엔 이런 노래가 안 나와. 80년대 곡들이 짱이지. 건즈 앤 로지스가 최고야. 머틀리 크루랑 데프 레파드까지. 근데 찌질이 코베인이 그 모든 걸 망쳐버렸지. 90년대 음악 진짜 구려.” - 더 레슬러(2008)
“맞선은 주식과 같아요. 괜찮은 주식 있으면 동시에 살펴보면서 냉철하게 분석 후 결정하죠. 맞선도 마찬가지예요. 외모나 몸매, 성격, 학벌 같은 걸 냉정하게 분석하죠.” - 쉬즈 더 원(2008)
“우리의 일은 99%의 사람들을 1%의 악당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문제는 그 1%와 함께 인생의 절반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업에 충실하면 할수록 99%의 사람들은 우리의 필요성을 못느낀다.” - 의로운 살인(2008)
“아침에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고 아내를 볼 때면 그로 인해 제겐 어떤 목적의식이 생깁니다. 저로 하여금 일어나고, 나가서, 할 일을 찾게 해준다는 점에서 자식들은 제 삶의 목적입니다. 가족(패밀리) 말이죠.” - 업 인 디 에어(2009)
“국가간의 분쟁으로 발생하는 진정한 가치는 분쟁 과정에서 생기는 빚이죠. 채무를 장악하면 모든 걸 장악하죠. 그게 바로 금융산업의 본질입니다. 국가건 개인이건 고객을 빚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거죠.” - 인터내셔널(2009)
“다이아몬드가 여자에겐 최고의 친구지.” - 리미츠 오브 컨트롤(2009)
“우리에겐 세 가지 담력이 있습니다. 첫째 담은 ‘주(酒)담’, 잔을 들었다면 끝까지 마십니다. 둘째 담은 ‘색(色)담’, 미인을 봤다면 끝까지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충간의담(忠肝義膽)’-일편단심으로 충성하고 의리가 있다-도 있습니다. 국가가 우리 두 형제를 선택한 이상 결코 거절하지 않고 기꺼이 끝까지 함께 갑니다.” - 대상해(2012)
“사람들은 멋들어진 요리도구를 사지만 가장 좋은 도구는 사람 몸에 달린 바로 이 손이예요.” - 레이버 데이(2013)
“글쓰기는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죠. 최고의 음악교사한테 배운다고 폴 매카트니가 될까요?” - 한번 더 해피엔딩(2014)
“과연 루브르 없는 프랑스를 누가 바랄까? 전리품이 보관된 루브르 박물관을 국립으로 지정한 건 나폴레옹이었다. 프랑스가 깨달은 것이다. 박물관 없인 국가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 프랑코포니아(2015)
“이런 귀한 차를 다룰 땐 ‘모는’ 게 아니라 ‘모시는’ 수준은 돼야지. 여느 차가 아니잖아. 자그마치 롤즈로이스야 그것도 실버 클라우드, 어마어마한 차지.” - 모데카이(2015)
“좋은 지도자는 규칙에 따라 살아가고 위대한 지도자는 언제 규칙을 깨야 할지 안다.” - 워 머신(2017)
“전 항상 아이디어가 넘치는 선거 운동을 꿈꿨습니다. 아이디어엔 힘이 있기 때문이고 아이디어가 좋아야 정책이 살고 정책이 살아야 좋은 대통령입니다.…세상은 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바뀝니다.” - 프론트 러너(2018)
“아기의 냄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지.” - 향기를 만드는 자(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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