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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펄펄 끓는 바다에 낙지가 녹았다”···전남 어획량 급감

‘낙지의 고장’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에서 낙지가 사라졌다. 음력 9~10월 머리에 흰 쌀밥 같은 알을 배기 전에 몸 가득 양분을 축적하는 낙지는 가을이 제철인데도, 전남권 해역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전남 낙지 생산량 1년 새 27% 감소…2021년 정점 이후 하락세

고수온에 산란·부화 차질 가능성…남획·서식지 훼손도 원인으로 거론

종자 생산 6개월 소요·생존율 5% 안팎…방류만으로 자원 회복 한계

‘낙지의 고장’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에서 낙지가 사라졌다. 음력 9~10월 머리에 흰 쌀밥 같은 알을 배기 전에 몸 가득 양분을 축적하는 낙지는 가을이 제철인데도, 전남권 해역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이처럼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지역 대표 축제마저 취소되는 등 어민들의 생계는 물론 지역 수산업과 관광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남획과 갯벌 서식지 훼손에 더해 기후변화에 따른 고수온이 낙지의 산란과 생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종자 방류 등 자원 회복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낙지의 생태적 특성과 양식 기술의 한계까지 겹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남 낙지 생산량 1년 새 27% 감소…전국 생산량도 급감

전남 낙지 감소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일 광주특별시 해양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전남 낙지 생산량은 2021년 4천429t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3천542t, 2023년 3천674t, 2024년 3천397t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2천470t까지 떨어졌다. 1년 사이 927t(27.3%) 감소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44.2% 줄어든 규모다. 전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국 생산량은 2021년 6천472t에서 2024년 5천888t으로 소폭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4천4t으로 급감했다. 1년 사이 감소율은 32%에 달한다.

전남은 여전히 국내 낙지 생산의 중심지다. 지난해 전남 생산량은 전국의 62%를 차지했다. 생산액 역시 819억원으로 전국 생산액 1천201억원의 68%를 차지했다. 하지만 생산량과 생산액 모두 전년보다 크게 줄면서 지역 수산업계의 타격도 커지고 있다. 무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무안군 낙지 어획량은 2023년 303만2천140마리에서 2024년 160만9천220마리, 지난해 62만7천220마리로 급감했다. 2년 사이 79.3% 감소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위판량도 1만4천마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4만200마리보다 65.2% 줄었다.

낙지 공급이 줄면서 가격도 상승했다. 2022~2023년 마리당 5천원 가량이던 거래 가격은 지난해 약 7천500원으로 50%가량 올랐다. 낙지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은 어획량 감소와 조업 비용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길어지는 고수온…산란부터 부화까지 위협 가능성

감소 원인으로 가장 주목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다. 낙지는 일반적으로 4~7월이 주 산란기다. 이 시기에 어미 낙지가 알을 낳고 부화한 어린 낙지가 성장하면서 개체 수를 유지한다. 그러나 여름철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 산란과 부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지훈 광주특별시 해양수산과학원 자원조성연구소장은 “어민들과 소통해보면 남획과 고수온에 따른 폐사가 낙지 감소 원인으로 거론된다”며 “특히 과거에는 여름철인 6~8월 정도였던 고수온기가 최근에는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수온이 실제 낙지 개체 수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산란한 알이 고수온으로 정상적으로 부화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추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획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어획량 감소에 대응해 무분별한 조업을 제한하고 산란기 보호 등 자원관리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낙지는 지역과 해역에 따라 산란 시기가 달라 포획금지 기간도 차이가 있다. 해역별 수온과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자원 감소가 남획과 환경 변화 중 어느 요인에서 비롯됐는지부터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종자 방류 사업 계속…자원 회복 노력

낙지 자원 회복을 위한 종자 생산과 방류 사업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자원조성연구소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낙지 종자를 직접 생산해 바다에 방류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가 암컷과 수컷 낙지를 확보해 교접시킨 뒤 어미를 바다에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자원 회복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연구소는 어린 낙지까지 생산해 방류한다.

방류 시기·장소도 중요하다. 어업인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해역의 환경을 확인한 뒤 수온과 물 때, 낙지가 갯벌에 잠입하기 적합한 시기를 고려해 방류한다. 무조건 많은 종자를 풀어놓는 것보다 방류 이후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자 생산 자체가 쉽지 않다. 낙지는 다른 수산종자보다 생산 기간이 길고 관리에 필요한 인력도 많이 투입된다. 다른 품종에 한 명이 투입되는 작업이라면 낙지는 같은 작업에 5명가량이 필요할 정도라는 게 연구원측 설명이다. 낙지 방류 실적은 2014년부터 2026년까지 누적 27만1천마리다. 연도별로는 2023년 5만마리, 2024년 2만5천마리, 2025년 5만3천마리, 2026년 4만마리를 생산·방류했다. 낙지는 단순한 수산물을 넘어 서남권의 갯벌과 어민의 생계, 지역 관광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자산이다. 지역의 대표 먹거리이자 상징인 낙지가 사라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방류사업을 넘어 원인 규명과 서식환경 개선, 지속 가능한 어획 관리까지 아우르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송 소장은 “낙지 자원 회복을 위해서는 무분별한 어획을 줄이는 동시에 인위적인 종자 방류를 통해 개체 수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수온기가 길어지면서 낙지의 산란과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방류 시기와 수온 등을 고려한 자원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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