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폰’ T1 사전신청 정보 유출 의혹
호주 프로그래머가 취약점 발견해 신고
이름·이메일·우편주소 등 고객 정보 대상
스마트폰 제조 MAGA 주장했지만 ‘글쎄’
트럼프모바일에서 출시한 499달러(75만 원) 상당의 T1 스마트폰. 트럼프모바일 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스마트폰 업체 트럼프모바일 홈페이지에서 2만 7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모바일은 성명을 통해 “독립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개인정보 유출)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들은 모두 트럼프모바일이 출시한 첫 스마트폰 T1 예약 구매를 신청한 고객들로, 사전 주문서를 작성한 고객들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IT업계에서 약 20년간 일해온 한 호주 프로그래머가 보안 취약점을 우연히 발견해 트럼프모바일에 신고하면서 해당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개인 공격 우려로 신원 공개를 거부했다. T1을 예약 주문했다는 암호화폐 유튜버 보이드질라도 “신용카드 번호만 빼고 우편과 이메일 주소 등 내 모든 정보가 유출됐다”는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모바일은 “현재까지 트럼프모바일의 시스템과 인프라, 네트워크가 직접 침해당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유출된 정보는 이름과 이메일, 우편주소, 주문번호, 휴대폰 번호 등 일부 고객 정보에 한정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카드, 은행, 사회보장번호(SSN), 통화 기록, 문자메시지 등 민감한 데이터는 유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2만 7000명이란 피해 규모 또한 외부에서 직접 추산한 숫자다. 조너선 소마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출 피해를 제보한 호주 프로그래머의 코드를 분석해 “주문 시도 때마다 목록에 1이 추가되는 구조로, 누적 2만 7224건의 사전 주문이 기록됐다”고 전했다.
트럼프모바일 측은 “추가 보안 조치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며 “관련 통지 의무 이행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메이드 인 USA’ 내세웠던 트럼프폰…성조기 오류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트럼프 그룹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 10주년에 맞춰 499달러(약 75만 원) 상당의 금색 스마트폰 T1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최고를 기대하는 고객들을 위해 미국에서 자랑스럽게 설계·제조한 세련된 금색 스마트폰”이라고 홍보했다. 트럼프모바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징검다리 재임(45대·47대 대통령)을 뜻하는 월 47.45달러에 알뜰 요금제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미국산 스마트폰의 출시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잇달았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레오 게비 분석가는 당시 “미국이 스마트폰 조립에 필요한 첨단 기술 공급망을 갖추고 있지 않다. 특히 8월 출시 시기에 맞춰 조립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다만 해외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미국에서 조립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였다. 당초 그 해 8월을 예정했던 T1 출시일은 9개월이 지난 이달 중순까지 미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이 강조한 ‘미국산 제품’이라는 점도 “미국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공식 웹사이트의 설명으로 완화됐다. 팻 오브라이언 트럼프모바일 최고경영자(CEO)는 “첫 T1 휴대폰은 미국에서 조립됐고, 향후 부품도 주로 현지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베일을 벗은 T1의 사양은 6.78인치 디스플레이와 퀄컴 스냅드래곤 7 시리즈 프로세서, 트리플 카메라, 5000mAh 배터리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다.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나 미국 기업 애플 아이폰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뒤처지는 스펙이다.
실제로 IT리뷰 매체 씨넷(CNET)은 T1 이용기를 통해 “T1을 완전히 충전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렸는데, 삼성 갤럭시 S23 플러스 충전 시간보다는 확실히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삼성 갤럭시 최신 모델은 45W 유선 충전을 지원하지만, T1은 최대 30W 유선 충전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또 씨넷은 “언론 관계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제품을 받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배송 중”이라는 오브라이언 CEO의 발표와는 달리 소비자들의 실제 이용 후기는 저조하다.
T1을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T1 뒷면 성조기 줄 개수가 13개가 아닌 11개만 있다고 보도했다. 가로로 놓여진 13개의 줄은 미국 독립 당시 13개 주를 의미한다. 애국 마케팅에 기반해 출시된 휴대전화에 정작 잘못된 국기가 인쇄된 것이다. T1이 2024년 출시된 대만 HTC 스마트폰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