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이던 서버 한 대가 지금은 6000만원이다. 이 상태라면 공공 IT 사업은 하면 할수록 적자다.”
국내 중견 IT서비스기업 관계자의 탄식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단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맞물리면서 서버·스토리지·스위치 등 주요 하드웨어(HW) 가격이 일제히 치솟고 있다. 특히 서버 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문제는 공공 IT사업 예산이 이 같은 외부 시장 충격을 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공공 정보화 사업 예산은 전년도 상반기에 편성돼 국회 심의를 거친다. 당시의 시장가로 짜인 예산을 들고, 1년 새 수배 뛴 장비값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예산은 1년 전 시장가로 고정돼 있지만 장비값은 매일 달라진다.
한 관계자는 “요즘 서버 가격을 총판에 물어보면 ‘시가’라는 답이 돌아온다”며 고정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몇몇 발주 기관들도 자구책을 내놓고는 있다.
DIDC의 ‘26년 국방재해복구시스템 구축사업’과 심평원의 ‘DW시스템 및 노후장비 개선 사업’ 제안요청서를 보면 기존 자원 재활용, 보유 라이선스 이전 설치 등 예산 절감 방안이 담겨 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과업의 범위를 조정하거나 효율화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업계는 냉담하다.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자원 재활용이나 라이선스 이전은 초기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노후 장비 유지보수 비용 증가나 성능 저하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근본적인 예산 확충 없이는 사업 품질 자체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건축 사업은 원자재값이 오르면 설계 변경과 비용 증액을 활발히 논의한다.
IT 인프라 사업엔 그런 안전장치가 없다. 확정된 예산이라는 행정 논리 앞에서 기업만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결과는 뻔하다. “요즘 공공사업은 무조건 한 번은 유찰된다”는 말이 업계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공공 사업을 외면하면서 국가 정보화 사업의 연속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기업의 희생 위에 공공 IT 생태계를 쌓아 올린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 답은 유찰이 당연한 수순이 된 현실이 말해준다.
디지털 강국을 외치면서 정작 그 토대를 받치는 기업들의 부담을 외면해온 관행, 이제는 손볼 때가 됐다. 급변하는 HW 단가를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예산 및 과업 조정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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