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수수께끼
미국, 유럽 등 서방 언론들이 화웨이를 유별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지배구조다.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화웨이는 지분을 갖고 있는 존재가 둘 뿐이다. 창업자인 런정페이와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다. 화웨이 지분은 99% 이상을 노조 구성원, 즉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런정페이 창업자는 1% 미만을 갖고 있다.
지분 구조만 보면 화웨이는 직원들이 움직이는 회사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약한 지분을 갖고 있는 런정페이가 회사를 좌우한다. 그리고 런정페이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또다른 사내 조직이 있다. 바로 기업 내 공산당 위원회다. 이처럼 특이한 지배구조는 중국의 정치제도와 닮았다. 그렇다 보니 서방 언론들은 화웨이가 보이지 않는 손, 곧 중국 공산당이 좌우하는 국영기업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202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찾은 관람객들이 화웨이 전시관을 살펴보고 있다.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직원들이 사들인 권리 없는 주식
1987년 투자자 5명과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는 초기부터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사도록 권유했다. 직원들이 주식을 갖고 있으면 주인의식을 발휘해 더 열심히 일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당시 직원들이 사들인 주식은 요즘 주식과 성격이 달랐다.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팔 수 없었고 회사를 퇴사할 때 액면가로 회사에만 되팔 수 있었다. 아무리 주식을 많이 갖고 있어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니 의미가 없었다. 유일한 혜택은 회사 이익에 따라 분배하는 배당금 뿐이었다.
이 같은 형태가 변한 것은 1992년이다. 1991년 중국 정부는 집체기업이라고 부르는 집단소유기업제도를 도입했다. 집체기업은 개인이 아닌 노동자 집단 또는 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회사를 말한다. 국가가 경영하며 손익을 책임지는 국영기업과 달리 소유 집단이 경영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
이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집체기업으로 변신했다. 이유는 집체기업이 되면 은행 대출과 세금 우대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이를 노린 가짜 집체기업도 등장했다. 당시 중국언론은 이를 위장 집체기업이라고 불렀다. 위장 집체기업은 실제로는 개인 소유의 민간기업인데 서류상 노동자들의 공동 소유인 집체기업처럼 꾸몄다. 1998년 상하이종합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상하이 민간기업의 4분의 1이 위장 집체기업이었다. 위장이 통했던 것은 관련 기관 등에서 일정 부분 뒷돈을 받고 눈감아 줬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집단소유 형태를 도입해 집체기업으로 변신했다. 이에 따라 당기 순이익의 40%를 직원들로 구성된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30%를 복지기금, 나머지 30%를 미래 사업을 위한 잉여자금으로 축적했다.
그러나 집체기업은 해외로 진출할 때 걸림돌이 됐다. 서방에서는 집체기업을 국영기업과 동일시했다. 결국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업 형태를 바꿔야 했다.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 건물. 연합뉴스
폭탄이 된 이상한 지배구조
1997년 화웨이는 유한책임회사로 다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기업 형태를 규정한 중국의 공사법(公司法)은 유한책임회사의 주주를 50명 이내로 제한했다. 그런데 화웨이는 주식을 가진 직원이 50명 이상이었다. 화웨이 뿐 아니라 이런 기업들이 당시 중국에 많았다.
화웨이가 위치한 선전시는 이런 기업들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해결책을 내놓았다. 주식을 가진 직원들을 노동조합으로 묶어 하나의 주주로 등록하는 방법이다. 화웨이도 이 방식으로 선전시의 특별 승인을 받아 주주가 런정페이와 노조, 둘 뿐인 회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 런정페이와 화웨이를 설립한 초기 투자자 5명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런정페이는 지분을 내놓으면 상당한 이익을 보상하겠다고 했으나 일부 투자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화웨이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셴딩싱과 다른 투자자가 반기를 들며 소송을 제기했다. 셴딩싱은 'BH-01'이라는 전화교환기를 개발해 주하이쥐룽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인물이다. 화웨이는 초창기에 셴딩싱이 만든 BH-01을 복제해 팔았다. 결국 1999년까지 이어진 지분 소송 끝에 화웨이는 이들에게 투자금의 최대 300%를 지급하며 지배 구조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런정페이도 대리인을 통해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가 런정페이와 노조 둘 뿐인 화웨이의 지배구조는 훗날 미국에서 재앙의 폭탄이 됐다. 2019년 4월 풀브라이트대학 베트남 캠퍼스의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와 조지워싱턴대학의 도널드 클라크 교수는 화웨이의 지배 구조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이 논문을 통해 불투명한 화웨이 노조의 지분이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 해 7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볼딩 교수는 중국인들의 고용 정보를 수록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화웨이 직원 2만5,000명이 중국 인민해방군 및 정보기관과 연관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해킹 및 통신감청 분야에서 일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힘을 실어줬다.
화웨이는 이를 사실 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화웨이는 입장문을 통해 "화웨이는 직원들이 소유한 회사이며, 군이나 정부에서 일한 사람은 채용 과정에서 관계 종료를 확인하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볼딩 교수가 주장한 화웨이 직원들의 군 및 정부 관련 이력은 확인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산당 방식을 닮은 대표위원회
그렇다면 화웨이는 정말 직원들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회사일까. 화웨이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지배구조를 보면 최상단에 주주총회가 있고 그 아래 6명의 순환 회장이 속한 이사회가 있다. 이 구조만 보면 화웨이는 약 21만 명의 직원이 주주로 있는 노조가 회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그렇다고 직원 21만 명이 모두 주총에 참여할 수 없으니 수십 명의 대의원이 대신 의견을 전하는 대표위원회를 두었다. 노조는 대표위원회를 통해 주총에 참여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직원들은 주총에서 이사를 선출하고, 이들이 속한 이사회가 대표를 선임한다.
언뜻보면 상당히 민주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대표위원회 구성을 보면 과연 그럴지 의문이 든다. 알려진 바로는 대표위원회에 참가하는 대의원들은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그런데 회장을 지낸 쑨야팡 등 런정페이와 가까운 고위직과 런정페이의 친척들이 대의원으로 포진해 있다. 대의원에 속한 고위직들이 자신들을 이사로 뽑고 이들이 이사회를 통해 런정페이를 대표로 추대하는 식이다. 이때 보유 주식수 만큼 의결권이 커지기 때문에 일반 직원들보다 주식을 많이 가진 런정페이 및 고위직들의 영향력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에바 더우 기자는 책 '화웨이 쇼크'에서 이 같은 방식이 중국 정치체제를 닮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최고권력기구는 공산당이다. 당을 대표하는 총 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정부 각료에 해당하는 상무위원 등은 약 200명의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뽑는다. 중앙위원회 위원들은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당원들을 대신해 참가하는 2,300명의 대의원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진핑 국가주석이 총 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하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선전=AP 연합뉴스
사내 당 위원회와 주식 상장 금지한 화웨이 기본법
화웨이가 의심을 받는 또다른 요인은 내부에 존재하는 공산당 위원회다. 당 서기가 이끄는 당 위원회는 노조와 다른, 기업 내 당원들의 모임이다. 중국은 원래 공장과 농장 등에 공산당 지부를 만들도록 법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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