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S 2026] 지난 50년의 여정 기반, AI 중심 새로운 혁신 나서
SAS가 2026년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사진=SAS]
[그레이프바인(미국)=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고객을 조직도 맨 위에 올린 1985년의 메모, 메인프레임 시대의 아키텍처 결단, 그리고 에이전틱 AI·디지털 트윈·양자 AI로 향하는 현재 전략은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된다. SAS가 50년 동안 반복해온 그 키워드는 ‘신뢰’다.
1975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한 사용자 모임은 SAS의 역사를 바꾼 장면으로 남아 있다. 짐 굿나잇 SAS 공동 창업자 겸 CEO는 당시 약 350명의 사용자가 모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
대학 연구 프로젝트로 출발한 통계 분석 시스템이 이미 현장의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 경험은 굿나잇과 동료들이 대학을 떠나 독립 회사를 세우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인 1976년 SAS Institute Inc.가 법인으로 설립됐다.
SAS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2026년 회사는 자신을 단순한 통계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AI” 기업으로 규정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SAS는 현재 150여 개국에서 5만여 고객을 지원하고 있으며, 포춘 100대 기업 다수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SAS의 문화적 상징은 1985년 굿나잇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다. 그는 사용자를 SAS 조직도의 최상위에 놓고, CEO인 자신을 최하단에 놓았다. 조직도는 SAS가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고 고객이 최우선임을 상기시킨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쟁력이 고객 락인이나 계약 구조가 아니라 고객의 반복 사용과 장기 신뢰에서 나온다는 경영 원칙이 반영된 것이다
SAS는 이 고객 우선주의를 직원 중심 문화와 결합했다. SAS는 사내 보육, 건강·웰니스 시설, 평생 학습 기회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SAS는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굿나잇의 신념이 5개의 혁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 문화는 오늘날 AI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AI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빠른 실험과 배포를 원하지만, 규제·책임·감사 가능성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SAS가 강조하는 “신뢰”는 이제 고객 서비스의 태도만이 아니라 모델이 어떻게 판단하고 누가 감독하며 어떤 규칙 아래 운영되는지를 설명하는 기술적 요구사항이 됐다.
SAS 이노베이트 2026에서 짐 굿나잇 SAS 창업자가 온라인을 통해 지난 50년을 회고했다. [사진=이상일기자]
1980년대의 ‘멀티 벤더 아키텍처’도 주목할 만 하다. 당시 SAS 고객은 메인프레임을 넘어 다양한 컴퓨터 환경에서 SAS를 실행하기를 원했다. IBM PC 등장 이후에는 16비트 PC라는 제약까지 맞닥뜨렸다. 짐 굿나잇 창업자는 “컴퓨터가 바뀔 때마다 코드를 다시 쓸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SAS가 택한 해법은 운영체제와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고, 추상화 계층을 통해 여러 시스템 위에서 동작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이 기술적 선택은 오늘날의 멀티클라우드·GPU·QPU 전략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과거 아키텍처 설계 패턴이 현재 SAS 바이야(Viya)의 멀티클라우드 구조, 그리고 CPU·GPU·양자처리장치와 상호작용하는 추상화 계층 구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SAS의 경쟁력은 여전히 대규모 데이터, 복잡한 워크로드, 규제 산업의 운영 환경에서 분석을 실제 업무 시간 안에 끝내는 데 있다.
현재 SAS의 전략적 무게중심은 SAS 바이야, 산업 특화 AI, 거버넌스, 에이전틱 AI로 이동하고 있다. SAS는 “통합 데이터 및 AI 플랫폼”으로 소개하며, 조직이 AI를 투명성과 인간 감독 아래 개발·배포·관리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마리넬라 프로피 SAS 에이전틱 AI 글로벌 시장 전략 책임자는 "SAS가 오픈소스의 등장을 배척하지 않고 파이썬(Python),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를 플랫폼에 통합해 왔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AI에서도 같은 접근을 취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LLM을 활용하도록 열어두되, SAS가 차별화하는 영역은 거버넌스, 오케스트레이션, 모니터링, 결정론적 처리, 비즈니스 규칙이라는 것이다.
천공카드를 기반으로 메인프레임 시대에 대응하던 SAS [사진=이상일기자]
보험 인수, 금융 사기 탐지, 공급망 계획, 의료 운영, 공공 서비스처럼 규제가 강하고 오류 비용이 큰 영역에서는 LLM의 유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SAS가 말하는 결정론과 확률론의 결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더라도, 그 행동은 비즈니스 규칙과 감사 가능한 흐름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4월 27일부터 30일까지(현지시간) 개최된 ‘SAS Innovate 2026’에서 SAS는 산업별 AI 에이전트와 모델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핵심은 ‘범용 챗봇’이 아니라 ‘업무 공정에 들어가는 에이전트’다. 공급망 계획은 여러 부서가 스프레드시트로 며칠씩 작업해 6개월에서 12개월의 재고와 수요를 예측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다. 에이전틱 AI 시장에서 승부처가 프롬프트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산업별 데이터 구조·업무 규칙·설명 가능성·운영 통합에 있음을 보여준다.
SAS는 디지털 트윈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한다. 회사는 고객의 산업 환경을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 기반의 가상 시설로 재현해 시나리오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멸균 시설의 병목을 디지털 트윈으로 분석해 실제 생산 흐름을 개선한 사례도 공개했다.
SAS의 향후 50년의 여정을 소개하는 전시물이 SAS 이노베이트 2026 이노베이션 허브 한켠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상일기자]
SAS의 장점은 명확하다. 우선 금융·공공·의료·제조 등 규제 산업에서 장기간 축적한 고객 기반과 업무 지식이 있다. 여기에 통계와 규칙 기반 모델링에서 출발한 기술 DNA가 AI 거버넌스 시대에 다시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AI 시장의 속도는 과거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보다 훨씬 빠르다. 클라우드 대기업, 오픈소스 생태계, 생성형 AI 스타트업, 기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이 모두 같은 시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SAS가 “신뢰”와 “거버넌스”를 내세우는 것은 타당하지만, 고객이 체감할 만큼 빠른 도입 경험과 비용 효율을 제공하지 못하면 그 가치는 보수적 이미지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마리넬라 프로피 책임자는 최근 SAS의 분위기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과거의 50년”이 아니라 “혁신의 50년”을 기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에이전틱 AI, 양자 AI, 디지털 트윈, 합성 데이터에 대한 내부 기대감이 크고, 단순한 발표가 아니라 실제 운영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SAS의 미래 전략은 “AI를 얼마나 화려하게 보여주는가”보다 “AI를 얼마나 안전하게, 반복 가능하게, 산업 현장에 넣는가”에 달려 있다.
SAS가 지난 50년 동안 여러 차례의 기술 전환을 경험해 왔지만, 지금의 AI 전환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제성 자체를 흔들고 있다. 브라이언 해리스 SAS CTO는 "SAS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고객에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미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의 사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면, 에이전틱 AI는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이 변화가 기업의 핵심 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설명 가능성, 정책 통제, 모니터링, 책임 소재가 필수다. SAS가 자신 있는 영역도 바로 그 부분이라는 점에서 미래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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