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조각사회’ 속 2030, 이념보다 정책으로 설득해야 [왜냐면]

여야 정치권이 2030 청년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층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오는 것만 고민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지금의 2030 세대는 과거처럼 진보와 보수, 좌와 우라는 두 개의 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 9월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6 부산청년 메가(Mega) 채용박람회’가 청년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김민섭 |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보건정책실·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연구원

여야 정치권이 2030 청년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층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오는 것만 고민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지금의 2030 세대는 과거처럼 진보와 보수, 좌와 우라는 두 개의 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청년이 어느 쪽으로 이동했느냐보다 정치적 판단의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생 청년 인구학자인 필자에게 2030은 연구 대상인 동시에 스스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주거에서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세금과 연금에서는 자신의 부담과 지속가능성을 따진다. 경쟁의 공정성을 중시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에도 동의할 수 있다. 시장의 활력을 원하면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나의 이념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들이다.

광고

이런 변화상을 ‘조각사회’라고 부르고 싶다. 하나의 거대한 이념이나 집단 정체성이 개인의 모든 판단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주거·일자리·연금·젠더·복지·안보 등 사안마다 각자의 생각과 이해가 달라지는 사회다. 같은 30대라도 자산과 직업, 거주지역, 혼인 여부에 따라 처지가 크게 다르다. 한 사람 안에서도 어떤 문제에서는 보수적이고 다른 문제에서는 진보적인 판단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다양한 이해와 생각은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문제는 서로 다른 조각을 연결할 건강한 토론과 담론 형성의 자리를 ‘분노’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의 논리가 타당한지 살피기 전에 어느 편인지부터 묻고, 복잡한 설명보다 짧고 강한 공격이 더 쉽게 주목 받는다. 정치 역시 이를 정책으로 조정하기보다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쉽다.

광고

광고

분노의 근간을 한 꺼풀 벗겨 보면 의외로 단순한 현실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해와 직접 연결된 문제를 우선시하고, 경쟁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상대적으로 억울하게 느끼기 쉽다. 부동산도, 일자리도, 연금도 세대와 계층에 따라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이해관계의 충돌을 솔직히 드러내고 조정하기보다 거대한 명분과 진영의 언어로 포장해 외면해 왔다. 공정과 정의를 말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고 얻는지는 충분히 토론하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실의 이해관계를 또렷이 바라보는 정치다.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 언론, 시민사회 등에서 사실과 근거를 설명하고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정할 분야별 ‘담론 리더’를 키워야 한다. 연금이라면 노후 소득과 미래세대 부담을, 주거라면 공급과 금융, 실수요자의 접근성을 함께 논의할 사람이 필요하다. 저출생도 일자리와 주거, 돌봄, 가족 형성의 조건을 함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찾아갈 수 있다.

광고

여야 양당이 진정 2030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청년에게 어느 편인지 묻기보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서로 다른 요구가 충돌할 때 비용과 효과를 설명하고, 반대 의견을 설득하며, 필요하면 자신의 정책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토론이 쌓여 사회적 담론이 되고, 그 담론이 더 나은 정책으로 이어지는 정치가 필요하다.

2030은 이념이 없는 세대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이념만으로 묶기 어려운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정치는 이 조각들을 억지로 좌와 우 두 색으로 칠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분노를 모아 상대를 이기는 정치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해 해법을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 ‘조각사회’ 속 2030을 설득하는 힘은 이념의 선명성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의 실력에서 나올 것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