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

[정문일침] BTS도 군대 갔다 -사회인 야구에 이기고 병역 면제라니-

“BTS도 군대 갔다.” 이 한 마디는 오늘날 대한민국 병역 의무가 지녀야 할 공정성과 형평성의 기준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정문일침] BTS도 군대 갔다 -사회인 야구에 이기고 병역 면제라니-

윤삼수  서울본부장

“BTS도 군대 갔다.” 이 한 마디는 오늘날 대한민국 병역 의무가 지녀야 할 공정성과 형평성의 기준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서 비틀즈, 마이클 잭슨의 뒤를 이어 음악 하나로 전 세계를 연결하고 전무후무한 국위선양을 이뤄낸 BTS조차 군 복무를 성실히 이행했다.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글로벌 문화 지형을 바꾼 아티스트도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대다.

그러나 여전히 아시안게임 현장에서는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이 단체 구기 종목 금메달 하나로 병역 면제 혜택을 챙기는 시대착오적 풍경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공헌의 진정한 가치와 시대적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야구·축구 등 프로 선수가 주축을 이루는 단체전의 병역 특례(예술·체육요원 편입)는 전면 재검토되거나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현재 체육요원 병역 혜택은 3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뒤 34개월간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대체복무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상대국 전력과 경기 과정, 그리고 선수들의 태도를 들여다보면 과연 이 혜택이 국방의 의무와 바꿀 만큼 정당한 보상인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특히 종목 특성을 들여다보면 야구의 ‘가성비 병역 해결’ 논란은 더욱 두드러진다.

90분 내내 멈추지 않고 10km 이상을 달리고 부딪히며, 11명 전원이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축구는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력이 요구되는 스포츠다. 반면 정지 시간과 휴식이 길고 개별 대결 위주로 진행되는 야구는 축구에 비해 신체적·구조적 부하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야구는 상대국 전력과의 불균형이 가장 심각하다. 우리가 ‘숙명의 라이벌’이라 부르며 비장하게 맞서는 일본 야구 대표팀은 프로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순수 아마추어 실업 리그(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만 역시 마이너리그나 연령 제한 선수 위주로 팀을 짜서 나온다. 반면 한국은 억대 연봉을 받고 종일 야구만 하는 KBO 최정예 프로리거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경기 내내 답답한 행보를 보였다. 본업이 따로 있거나 실업팀에서 뛰는 일본 사회인 야구 선수들에게 무기력하게 패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으며, 결승전 역시 진땀을 뺀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었다.

야구 대표팀 24명 중 16명이 병역 혜택 대상이 되었지만, 이 우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스포츠 정신 대신 ‘병역 문제 해결’이 최우선 목적처럼 변질된 대표팀의 모습에 국민들은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당시 기사 댓글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은 일침 역시 “BTS도 군대 갔다 왔다”였다. 억대 연봉 프로선수들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상대로 겨우 이겨 얻어낸 병역 면제가 과연 국민적 납득을 얻을 수 있겠는가.

물론 축구 역시 체급 불균형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한국은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해외파 9명과 K리그 최정예 자원을 끌어모으고 와일드카드 3명까지 동원했지만, 일본은 와일드카드 없이 전원 U-21 연령대 선수들(J리그 16명, 해외파 4명, 대학팀 3명)로 팀을 꾸렸다.

더욱이 경기 후 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언행은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양민혁 선수는 인터뷰에서 “금메달이고 트로피고 다 중요하지 않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태극마크의 무게와 금메달의 가치를 스스로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주장 이기혁 선수는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박승수 선수는 라커룸에서 예비군 표식이 달린 ‘전역모’를 쓰고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리며 경솔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즉각적인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계 관계자들은 “국가대표 선수로서 언행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고, 안철수 국회의원은 “국가를 대표해 뛴 자부심보다 군 면제 혜택만을 드러내는 태도는 성실히 군 복무를 이행하는 장병들과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준다”며 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재고해야 한다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선수들의 솔직한 심정이었을 수는 있으나, 국가대표라는 중책을 맡은 자리에서 보여준 경솔한 언행은 병역 특례 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었다.

90분 내내 피와 땀을 쏟아부어야 하는 종목의 치열함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현격한 체급 차이와 자부심 결여 속에서 거둔 우승에 ‘병역 면제’라는 파격적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금메달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자,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싱가포르나 이스라엘처럼 징병제를 시행하는 안보 특수 국가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국가대표나 스포츠 영웅이라도 무조건적인 병역 면제를 주지 않는 것이 확립된 원칙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최초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조셉 스쿨링은 물론, 이스라엘 출신의 NBA 선수들조차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의 대한민국 국격으로 볼 때,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단일 실적 하나만으로 병역 혜택을 남발하는 것은 제도의 수준 자체가 시대에 뒤처졌음을 증명한다. 또한 단체전에 묻혀 개인의 실력과 무관하게 혜택을 누리는 구조는, 오직 자신의 피땀으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비인기 종목 개인전 선수들의 노력을 저평가하는 일이다.

‘BTS도 다녀온 군대’라는 시대적 상식 앞에서, 특히 프로 자원들이 독식하는 단체 종목의 병역 특례는 개인전 중심의 엄격한 기준으로 전환되거나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공정이라는 원칙 위에서 병역 의무의 존엄성과 국위선양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윤삼수  서울본부장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