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1차관,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외교부는 미국을 방문 중인 박윤주 1차관이 20일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Fact Sheet·공동 설명 자료) 이행을 포함한 양자(兩者) 현안, 지역 및 글로벌 정세 등에 협의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전날에도 카운터 파트인 앨리슨 후커 정무 담당 차관과 만나 팩트시트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 협의를 논의했고, 이르면 다음 달 서울에서 ‘킥오프’ 회의를 갖는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정권의 명운(命運)이 걸려 있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국내 모드’로 전환하고 있고 대미(對美) 투자, 쿠팡 문제까지 겹치면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부는 이날 회담에서 랜다우가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과 빈틈없는 한미 방위 태세를 확인하는 한편, 한국을 ‘최상의 경제·통상·투자 파트너’로 칭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을 망라한 팩트시트 관련 “우리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 동안 가장 큰 외교적 성과 중 하나”라고 자평하며 “국제 안보·경제 불확실성 아래 한미가 직면한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고 했다. 또 후커가 이르면 다음 달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킥오프 회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전날 합의 이행을 위해 출범한다고 밝힌 ‘워킹그룹’은 한미 간 복잡다단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수사(修辭)에 가깝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 럼프 대통령이 경주에서 만나 주요 안보 분야 합의를 했다. 지난 11월 팩트시트 문안이 발표됐는데 이후 국가안보실이 주도해 원잠, 원자력 등 각 분야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섰지만 미국이 대미 투자 이행 속도에 대한 불만과 이란 상황 등의 여파로 협상단 구성을 보류해 왔다. 이 과정에서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보는 미 조야(朝野) 분위기도 확산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어 왔다. 트럼프 정부가 쿠팡 사태를 안보 분야 합의와 연계하려는 기류도 감지됐는데, 20일 미셸 스틸 박 주미 한국대사 후보에 대한 상원 청문회에서도 트럼프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이 “일부 테크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 받는 듯한 모습이 우려스럽다”며 이 문제를 지적했다. 해거티는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테네시주(州)를 방문한 강경화 대사 등과 만났다.
팩트시트에 명시된 원잠 도입이나 원자력 분야 권한 확대 등은 정부 간 합의에 이르더라도 의회 승인 등을 추가로 거쳐야 미국 내 정치적 변화에 관계 없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성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구조다. 2021년 미국·영국·호주 간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라는 우산 아래서 원잠 도입을 약속받은 호주 역시 실제 협정에 서명하기까지는 3년이나 걸렸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을 탈환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임기 후반 국정 운영 동력을 잃거나 정권이 바뀔 경우 한국에 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민주당 계열 외교·안보 인사들 상당수는 한국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 팩트시트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류가 있고, 국무부·에너지부 내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일도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