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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비뇽 사로잡은 이자람의 '눈, 눈, 눈'…10월 더 큰 무대로

소리꾼 이자람은 지난달 아비뇽 축제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아비뇽 축제는 매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연극ㆍ공연예술 축제다.

오는 10월23~24일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

"꿈나라 같았던 아비뇽…뜨거운 열기 경험"

"판소리 엔진은 관객 상상력…아름답고 시적"

소리꾼 이자람은 지난달 아비뇽 축제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아비뇽 축제는 매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연극ㆍ공연예술 축제다. 이자람은 올해 아비뇽 축제에 공식 초청돼 지난달 17~22일(현지시간) 700석 규모의 아비뇽 오페라극장에서 창작 판소리 '눈, 눈, 눈'을 4회 공연했다. 4회 공연 모두 전석 매진됐고 기립박수를 받으며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이자람은 25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월 아비뇽의 뜨거운 기온만큼 공연 당시 객석의 열기도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 아비뇽이라는 공간은 아예 다른 곳이구나. 예술가들과 그들 옆에서 예술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간의 80% 이상을 채우고 있는 꿈나라 같은 곳이라고 느꼈다."

소리꾼 이자람이 25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창작 판소리 '눈, 눈, 눈'을 아비뇽 축제에서 공연했던 소감을 말하고 있다.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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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눈, 눈'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주인과 일꾼'을 바탕으로 이자람이 작창해 지난해 초연한 판소리다. 눈보라 속에서 돈에 집착하는 지주 바실리와 일꾼 니키타가 죽음의 위기를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눈, 눈, 눈'은 지난해 LG아트센터 유플러스에서 초연해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오는 10월 23~24일 더 큰 무대인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로 자리를 옮겨 재연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플러스 스테이지가 365석에 불과한 데 반해 시그니처홀은 1300석 규모다. 관객의 환호 속에 서울과 아비뇽 무대를 거치며 매번 객석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있는 셈이다.

이자람은 "처음 공연을 할 때 정말 광활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 제가 눈보라를 맞으며 조그맣게 서 있어서 관객들조차 어떡하지, 저 사람 저기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느낌을 가졌으면 했다"며 "그런 점에서 유플러스 극장은 좀 작았다"고 말했다. 이어 "'눈, 눈, 눈' 공연이 그동안 관객들을 만나고 저도 아비뇽 오페라극장이라는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며 "소설을 읽고 상상했던 커다란 극장을 만났을 때 또 어떠한 마법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판소리에서는 북을 치며 추임새를 넣어주는 고수와 소리꾼 두 명만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전한다. 그런 판소리 공연을 이자람은 소리꾼과 관객의 상상력이 마주치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엄청나게 상상력에 힘을 쓰면서 무대 위에 존재하지만, 그 상상력은 결국 관객의 상상력이라는 엔진을 먹고 움직인다. 함께 힘을 써서 자기만의 상상력 안에서 어떤 광경을 보고, 그것을 품은 채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굉장히 시적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자람은 2011년과 2016년에도 아비뇽 축제에서 각각 '사천가', '이방인의 노래'를 공연했다. 당시에는 축제 측이 작품을 선정해 초청하는 공식 프로그램을 뜻하는 인(In) 공연이 아니라 오프(Off) 무대 공연이었다. 오프는 공연단체가 극장과 직접 계약해 참가하는 독립·자율 참여 공연을 뜻한다.

이자람은 "오프 공연은 400개 이상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열심히 홍보를 하지 않으면 관객을 끌어들이기가 너무 힘들다. 과거 오프 공연 때는 거리로 나가 탈춤도 추고 꽹과리도 치고, 포스터도 붙이러 다녔다. 올해 인 공연은 포스터가 길에 없어도 이미 관객들이 예매를 하고 오기 때문에 홍보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청 공연으로 아비뇽 축제에 참여하면서 한국이 문화적으로 많이 팽창하고 성장했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자람_'눈, 눈, 눈' 아비뇽 오페라 극장 공연 현장 사진. 완성 플레이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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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한국적인 판소리가 프랑스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자람은 판소리가 사람을 뜨겁게 달구는 성격의 공연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소리는 온전히 몸에서 나오는 소리의 질감만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먼 이야기도 엄청 가깝게 끌어당겨 말하는 방식의 공연예술"이라며 "관객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고 이야기를 확 끌어올려서 전달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엄청난 힘이 있는 매력적인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슬픔들을 노래할 때 높고 거친 소리로 '으악'하고 울어버리면 관객은 다른 연극에서 배우가 '으악'하고 우는 것보다도 강렬한 절규를 듣게 된다"고 말했다. 관객을 지나치게 끌어당기는 것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이자람이 국내 작가가 아닌 외국 작가의 먼 이야기를 가져와 작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아비뇽 축제 오프 무대에서 공연한 '사천가'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 '이방인의 노래'는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소설 '대통령 각하, 즐거운 여행을!'이 원작이었다.

이자람은 "한국의 근·현대 소설을 판소리로 담아내려 하면 너무 가까워지고 엄청 적나라해진다고 생각한다. 그 과한 것이 힘이 될 수도 있지만 저라는 소리꾼이 그 과한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 피로감을 관객에게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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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해외 원작만 많이 하느냐는 질문은 앞으로도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하던 대로 작창을 해나가겠다"며 간담회를 마쳤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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