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과 과학기술 관계 추적
신화 곳곳 미래기술 흔적 남아
그리스 ‘탈로스’ 휴머노이드 떠올려
과거 이야기 아닌 기술 발전 출발점
이인식 지음/ 드림셀러/ 240쪽/ 1만8천원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우주 탐사, 영생 기술을 21세기에 등장한 첨단 과학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 모든 것을 상상해왔다. 그 흔적은 그리스, 중국, 이집트, 북유럽 신화 곳곳에 남아 있다.
2026년 4월 아르테미스 2호가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달 궤도를 비행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중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 역시 신화 속 달의 여신 ‘항아(창어)’의 이름을 사용한다. 최첨단 우주 기술은 이처럼 오래된 신화적 상상력과 맞닿아 있다.
책은 인간의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관계를 추적해온 저자가 신화를 미래기술의 기원으로 다시 읽어낸 융합 교양서다. 저자는 신화를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인류가 가장 먼저 미래를 상상한 기록으로 해석한다. 그리스 신화의 청동 거인 탈로스는 현대 휴머노이드와 트랜스휴머니즘을 떠올리게 하고,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은 인공지능의 경로 탐색 알고리즘을 연상시킨다. 중국 창세신화 속 반고의 우주 분화 서사는 빅뱅 이론을 떠올리게 하며 카오스 신화는 복잡계 과학과 나비효과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틀이 된다.
신화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인간이 왜 시대를 초월해 동일한 질문을 반복해왔는지를 탐구한다. 인간은 왜 하늘을 날고 싶어 했는가, 왜 죽음을 넘어 영생을 꿈꾸었는가, 왜 인간과 닮은 존재를 만들고자 했는가라는 질문이 신화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책은 이러한 상상력이 현대 과학기술로 이어지는 과정을 촘촘히 추적한다. 거미줄과 누에고치 신화는 생체모방공학과 청색기술로 확장되고 탈로스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 상상력의 원형으로 읽힌다. 신화는 더 이상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술 발전의 서사적 출발점으로 재배치된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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