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인근 1.6㎞ 구간 직접 점검
보안등 50개 설치에도 골목 어두워
비상벨 표식 훼손·주변 관리 미흡도
관계자 "정기적 점검 나서고 있어"
지난 25일 찾은 광주특별시 북구 전남대 인근 여성안심귀갓길. 비상벨이 설치된 전신주 아래로 쓰레기 봉지가 있다.
지난 25일 찾은 광주특별시 북구 전남대 인근 여성안심귀갓길. 비상벨임을 알리는 빨간 글씨가 지워져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쭉 이 부근에 살았는데 여기가 여성안심귀갓길인지도 몰랐어요. 시험기간에 새벽까지 공부하고 집에 갈 때면 밤길이 어두워서 무서워요.”
지난 25일 오후 7시께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전남대학교 인근 여성안심귀갓길. 해가 진 골목에는 원룸과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고, 길가에는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보안등이 켜져 있었지만 골목 안쪽까지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성 대상 흉악범죄가 잇따르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범죄 예방을 위해 조성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실상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광주특별시 북구 전남대 인근 여성안심귀갓길. 보안등이 설치된 거리지만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길이 비좁고 어둡다.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다고하지만 보행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위급상황에 필요한 시설도 쉽게 찾기 어려워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면서다.
26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여성안심귀갓길은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고 안전한 지역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원룸촌 등 범죄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2013년 ‘밤길 여성 안심 귀가를 위한 종합대책’에 따라 추진됐으며, 범죄 우려가 크거나 112 신고가 잦은 지역 등에 방범용 CCTV와 비상벨, 노면 표지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경찰 순찰을 강화하는 등 지자체와 경찰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8월 기준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5개 자치구에는 총 53개소의 여성안심귀갓길이 지정됐다. 구별로는 ▲동구 7곳 ▲서구 6곳 ▲남구 11곳 ▲북구 17곳 ▲광산구 12곳이다.
이중 실제로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둘러본 여성 안심귀갓길은 북구 전남대학교 인근 자미로 56부터 서양로 30까지 이어지는 1.6㎞ 구간이다.
지난 25일 찾은 광주특별시 북구 전남대 인근 여성안심귀갓길. 보안등이 설치된 거리지만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길이 비좁고 어둡다.
해당 구간에는 비상벨 5개와 방범용 CCTV 8개, 보안등 50개, 112 신고 안내표지판 3개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안내와 달리 현장에서는 야간 보행 환경과 시설물 관리 측면에서 아쉬운 점들이 확인됐다.
특히 원룸이 밀집한 골목은 길가에 주차된 차량들로 보행 공간이 좁아져 보행자가 주변을 살피며 지나야 했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 늦은 시간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지나가기엔 쉽지 않아 보였다.
이 일대에 거주하는 대학생 임수현(23·여)씨는 “밤늦게 집에 갈 때는 골목이 어둡고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된다”며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지정해놨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상벨 관리 상태도 아쉬웠다. 한 전신주에 설치된 비상벨은 ‘비상벨’이라고 적힌 빨간색 글자가 대부분 지워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지 않으면 비상벨이라는 사실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전신주에는 각종 전단지까지 붙어 있어 시설을 쉽게 식별하기 어려웠고, 다른 비상벨 아래에는 쓰레기봉지가 놓여 있었다.
지난 25일 찾은 광주특별시 북구 전남대 인근 여성안심귀갓길. 보안등이 설치된 거리지만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길이 비좁고 어둡다.
비상벨은 범죄 위험 등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시설인 만큼 누구나 쉽게 발견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표식이 훼손되거나 주변에 장애물이 쌓이면 정작 필요한 순간 시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안심귀갓길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보다 꼼꼼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여성안심귀갓길 시설물은 여러 부서에서 나눠 설치·관리하고 있으며, 비상벨 등은 연 1회 점검하고 있다”며 “민간 후원을 통해 LED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안전시설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현장을 꼼꼼히 살펴 관리가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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