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입센상 사무국장 킬데 인터뷰
아시아 최초·역대 최연소 수상 구자하
“역사와 현재 연결해 사유의 공간 열어”
“K컬처 이어 한국 연극에도 세계 주목
창의성·역동적 에너지 지녀”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군힐드 킬데 국제입센상 사무국장이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아트마켓 제공
“구자하의 작품은 매우 정치적이지만 분노에 머물지 않습니다. 식민주의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찾아내죠.”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난 군힐드 킬데 국제입센상 사무국장은 “입센상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실과 자유”라며 올해 수상자로 한국 연출가 구자하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킬데 사무국장은 지난 13일 개막한 서울아트마켓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구자하는 올해 국제입센상 역사상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극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입센상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이름을 따 2007년 제정된 상으로, 공연예술에 새로운 차원을 열어준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국제입센상을 수상한 연출가 구자하. 국제입센상 제공
한국과 벨기에를 오가며 활동하는 구자하는 다큐멘터리와 영상, 퍼포먼스를 결합한 독창적 작품을 통해 역사와 이주,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해왔다. 대표작 <한국 서양극의 역사>(The History of Korean Western Theatre)에서는 서구 연극이 한국에 유입된 역사를 되짚고, <쿠쿠>에서는 전기밥솥과 대화하며 한국 사회의 변화와 개인의 삶을 풀어낸다. <하리보 김치>에서는 이주민의 경험을 음식과 냄새, 기억을 통해 들여다봤다.
킬데 사무국장은 “구자하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문제를 흥미롭게 연결한다”며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는 찬성과 반대, 서로 다른 입장으로 극심하게 양극화돼 있다”며 “구자하의 작품은 그 사이에 사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크게 소리치는 사람이 아니라 연민과 친절함으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구자하를 세계 연극계의 “화제의 인물(talk of the town)”이라고 표현하며 “뉴욕과 빈, 에든버러 등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라고 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연출가 구자하가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국제입센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국제입센상 제공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구자하가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밝힌 것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킬데 사무국장은 언어 권력을 다룬 구자하의 작품 <롤링 앤 롤링>을 언급하며 “자신의 모국어로 소신을 밝힌 것은 그가 추구하는 진실과 자유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평했다.
지난 7월 세계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한국어가 초청 언어로 선정됐다. 킬데 사무국장은 “지금 세계의 시선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며 “K팝과 드라마, 영화, 문학에 이어 한국 연극에도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지금은 한국 연극에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한국 공연예술의 특징으로 꼽았다.
노르웨이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한국에 간다고 하니 딸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킬데 사무국장은 디지털 시대일수록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극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군힐드 킬데 국제입센상 사무국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아트마켓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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