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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단상] 자생력과 공공성, 두 바퀴로 굴러가는 시민구단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남긴 아쉬움은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문책으로 그치지 않았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프로축구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K리그 전체로 번졌고, 시민구단이 그 논의의 한복판에 섰다. 그리고 그 무게중심에 바로 경기와 인천이 있다.

[스포츠단상] 자생력과 공공성, 두 바퀴로 굴러가는 시민구단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남긴 아쉬움은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문책으로 그치지 않았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프로축구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K리그 전체로 번졌고, 시민구단이 그 논의의 한복판에 섰다. 그리고 그 무게중심에 바로 경기와 인천이 있다.

2026년 K리그1·2 29개 구단 가운데 17개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며, 그 상당수가 경인 지역에 있다. 김포, 부천, 성남, 수원FC, 안산, 안양, 인천, 화성, 여기에 올해 새로 합류한 용인과 파주까지. 경기와 인천은 K리그 시민구단의 심장부다.

이 구단들은 지난 세월 지역에 적지 않은 것을 돌려주었다. 도시의 이름을 단 팀은 시민에게 공통의 자긍심과 소속감을 만들어 주었고, 유소년 육성과 생활체육,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과 호흡해 왔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화두인 시대에, 주말마다 사람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는 지역 연고 구단의 가치는 절대 작지 않다.

다만 최근 잇달아 불거진 구단 운영 문제는 뼈아픈 경종이다. 김포FC는 회계 담당 직원의 대규모 공금 유용이 드러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전문가 지원팀을 파견했고, 올해 리그에 진입한 파주프런티어FC는 재정난으로 파주시의 종합감사를 받고 있다. 이 사안들은 개별 구단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공적 예산으로 운영되면서도 그에 걸맞은 재정 투명성과 내부통제, 견제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시민구단 공통의 과제를 드러낸 것이다.

프로축구단은 기업구단이든 시민구단이든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다. 관중을 부르고 콘텐츠를 팔고 스스로 수익을 만드는 시장성과 자생력이야말로 프로구단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책무다. 시·도민구단이 지금 흔들리는 근본 원인도 여기에 있다. 자생의 기반을 시장에서 다지는 대신 지자체 예산에 과도하게 기대 온 구조가 위기의 순간 구단을 취약하게 만든 것이다. 세금은 마중물일 뿐, 종착점일 수 없다. 개혁의 출발점은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자생력을 키우는 데 있다.

그렇다면 시민의 세금이 마중물로 투입되는 명분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 답은 시민의 마음속에 있다. 필자가 2022년 K리그 시·도민구단 관람객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시민들은 상업적 성과나 지역경제 효과를 그 자체로 ‘공익’의 증표로 여기지는 않았다. 대신 공정한 운영과 지속가능성(구단-지역 상생), 사회적 약자를 아우르는 스포츠 복지(사회 통합), 시민이 주인이 되는 지역 스포츠문화(문화 주도)를 공익으로 꼽았다. 이 결과를 시장성이 덜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시장성은 프로구단의 생존을 떠받치는 기본기이고, 공익성은 시민구단이 세금이라는 특별한 지원을 정당화하는 명분이다. 시·도민구단이 상업성을 배제한 채 공익성만 좇아서도 곤란하다. 두 가치는 함께 굴러가야 할 두 바퀴다.

두 바퀴가 함께 돌 수 있다는 것은 해외 사례가 증명한다. 스페인의 소시오(socios) 회원 소유, 독일 분데스리가의 50+1(회원이 과반을 통제하는 규정), 영국의 서포터즈 트러스트는 모두 시민의 참여와 통제로 구단의 공공성을 지탱한다. 그러면서도 회원들이 소유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50+1 원칙을 지키는 바이에른 뮌헨은 연간 매출 최상위권을 나란히 차지해 왔다. 시민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구단이 곧 세계 최고의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다는 사실은 시민 통제와 시장성이 같은 방향을 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가운 신호도 있다. 김포에서는 팬들이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공공스포츠 운영체계’를 스스로 제안하며 재건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안산그리너스FC가 이어온 다문화축구교실과 어르신 건강증진 프로그램처럼, 구단이 지역의 삶으로 스며든 사례도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성적과 관중은 프로구단의 생명선이다.

K리그 시·도민구단이 그 생명선을 시장에서 스스로 튼튼히 하고, 그 위에 시민이 함께 만드는 공정함과 사회적 가치를 얹는다면, 오늘의 위기는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어느 시민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시민구단의 홈경기는 90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이기고 시민이 주인 되는 구단, 그 모범을 경기와 인천이 먼저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명왕성 한신대학교 특수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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