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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 AI 시대, 우리는 왜 도서관에 가는가

#. "할머니! 어디예요? 왜 맨날 도서관에 있어요? " 손녀 가온 양은 이선주(70)씨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이씨는 매일 오전 9시면 도서관에 '출석'한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자택과 도보 10분 거리인 '구산동도서관마을'로다.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 AI 시대, 우리는 왜 도서관에 가는가

'개관 10년' 구산동도서관마을

매일 2000명 찾는 마을이 된 도서관

서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전경. 주택가 골목의 빌라와 단독주택 8채를 이어 붙여 지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제공

#. "할머니! 어디예요? 왜 맨날 도서관에 있어요?" 손녀 가온 양은 이선주(70)씨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이씨는 매일 오전 9시면 도서관에 '출석'한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자택과 도보 10분 거리인 '구산동도서관마을'로다. 이씨는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 젊은 시절 살던 이 동네로 2020년 다시 돌아왔다. 순전히 도서관 때문이다. 그는 "오래전 내가 살던 바로 그 골목에 도서관이 들어선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아이들 다 키우면 꼭 돌아오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심심할 틈이 없다는 그는 3년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서가 정리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도서관에는 모든 게 다 있어요.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거, 그리고 내가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책으로 다 만날 수 있거든요."

#. 권민재(26)씨는 '도서관 키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우연히 찾은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 특히 도서관 청소년운영위원회 '청화' 활동을 했던 3년으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할 만큼 각별하다. 그는 "책을 안 읽는 학생이었는데 도서관에만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며 "그 시간이 사춘기를 단단히 붙잡아줬고,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고 했다. 청화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인연은 성인이 된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 '청문회'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도서관에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실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17일 구산동도서관마을 1층에서 주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기존 건물의 벽돌 외벽과 창문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권영은 기자

이렇듯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빌리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 개관 10년을 맞은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도서관의 현재이자 미래다. 은평구 구산동 주택가 골목 안에 자리한 이곳은 말 그대로 '도서관마을'. 네모반듯한 건물이 아니라 단독주택 5채와 빌라 3동을 이어 붙여 지었다. 내부에는 기존 빨간 벽돌 외벽과 창문, 계단 대부분을 남겼고, 55개 방 구조도 그대로 뒀다. 이 방들은 각각 자료실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인다. 우리 집 서재에 있는 듯한 아늑함을 준다. 최지희 구산동도서관마을 총괄팀장은 "엄숙하고 딱딱한 곳이 아닌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책 읽고 사람을 만나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는, 주민 삶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공간"이라고 했다.

기존 주택 여러 채를 이어 붙인 구산동도서관마을 내부에는 기존 계단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제공

55개 방 구조도 그대로 살려 자료실이나 커뮤니티룸으로 활용한다. 구산동도서관마을 제공

기존 주택과 주택 사이 골목은 도서관 내 복도가 됐다. 구산동도서관마을 제공

2015년 11월 개관 이후 구산동도서관마을에는 연간 60만여 명, 하루 평균 2,000명이 찾는다. 무엇보다 마을과 함께 성장하고 만들어진 도서관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주민 청원으로 시작된 이곳은 현재 은평도서관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도서관인 셈. '어린이도, 성인도 아닌'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자료실'과 학습만화가 아닌 순정만화 등 만화책 9,000권을 갖춘 '만화자료실'을 따로 운영하는 것도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도서관은 이제 필수적인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세권'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순임 구산동도서관마을 관장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값만 해도 몇천 원인데, 도서관은 인문학 강의,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교육 문화 예술 복지까지 도서관의 역할은 끝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눈앞의 성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만큼 큰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도서관의 공공적 가치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표순희 숭의여대 교수가 개발한 공공도서관 경제적 가치 측정 모형에 따르면, 구산동도서관마을의 경제적 가치는 147억 원에 달한다. 2025년 1~10월 방문자 59만131명을 기준으로, 1회 방문 시 평균 2만4,962원의 편익을 환산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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