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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비전 동서남북] 무인체계 격변, 대한민국 국방은 준비되었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이란, 이스라엘, 헤즈볼라 간의 충돌 양상에서 보듯 무인체계의 활약상은 전쟁의 형태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첨단 고가 무기로 무장한 군사 강국들이 수천만 원에 불과한 저가 드론과 무인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중이다.

[비전 동서남북] 무인체계 격변, 대한민국 국방은 준비되었는가?

▲ 문재웅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이란, 이스라엘, 헤즈볼라 간의 충돌 양상에서 보듯 무인체계의 활약상은 전쟁의 형태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첨단 고가 무기로 무장한 군사 강국들이 수천만 원에 불과한 저가 드론과 무인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중이다. 최근 이란의 자폭 드론이 미국의 아파치 헬기를 격추한 사건이나, 단돈 2만 달러(약 3100만 원) 상당의 드론을 떨어뜨리기 위해 400만 달러(약 62억 원)에 달하는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쏘아 올려야 하는 비대칭적 상황이 실제 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저렴한 장거리 자폭 드론이 군사 강국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강력한 비대칭 무기임이 증명되면서 전 세계 국방 전술은 격변을 맞이했다. 이제 무인체계는 전쟁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주역이다. 이처럼 현대전에서 저가 드론과 로봇이 골칫거리로 떠오르는 가운데 기술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지능형 무인체계의 진화다. 스스로 목표를 탐지하고 공격과 방어를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기반 무인체계가 공중, 지상, 수중을 가리지 않고 전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나라도 무인체계에 대한 국가적 패러다임의 설계를 새로 짜야 한다. 피지컬 AI를 접목한 무인체계를 강력한 국방 무기로 대처하는 능력과 함께, 국가 안보와 첨단 기술을 아우르는 미래지향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우리 군이 한국형 3축 체계를 갖추고 고도화하고 있지만, 앞으로 급변할 안보 정세 속에서 드론과 로봇이 초래할 위협은 이미 '핵 위협' 못지않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수백 개씩 밀려오는 적 드론의 공격을 고가의 패트리엇 미사일로만 막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존의 값비싼 요격 미사일 위주의 방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가성비' 높은 안티드론(Anti-Drone) 기술이 필수적이다. 고출력 레이저 무기나 고출력 전자기파(EMP)를 활용하여 적 드론의 회로를 태워버리는 '소프트 킬' 기술을 민간 테크 기업과 협력해 빠르게 전력화해야 한다. 아울러 적 드론을 그물로 포획하거나 전파 교란(Jamming)을 통해 격추하는 요격 전용 드론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해 다층 방공망을 완성해야 한다.

동시에 지능형 무인체계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하려면 배터리의 한계도 해결해야 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거운 무게에 비해 작동 시간이 짧아 작전 반경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방산 시장은 제트엔진을 동력원으로 삼은 유럽 에어버스의 요격 드론 '버드 오브 프레이(Bird of Prey)'처럼,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수소연료전지나 하이브리드 엔진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 군 역시 새로운 동력원 확보와 기술력 강화를 위한 국가적 R&D 투자가 선행되어야만 안보를 체계적으로 지켜낼 수 있다.

우리가 무인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군 조직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군은 단순한 '드론부대'의 영역을 넘어 공중·지상·수중을 통합 지휘하는 '무인체계 특수전문부대'를 창설하고 전문가와 기술자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독자적인 무인체계 기술력은 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수천 조 원 규모의 세계 무인체계 산업을 선도해 나가는 한편,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신음하는 대한민국의 제조업, 농업 등 민간 산업 전반에 이식되어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무인 병기의 공습 앞에 대한민국이 생존하는 길은 기득권을 내려놓은 파괴적 국방 혁신과 국가적 과학기술 로드맵의 신속한 실행뿐이다.

/문재웅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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