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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용·시간 많이 드는 실험미술… 문화예술위 장기 지원받아 완성했죠”

어두운 방 한가운데 ‘블랙 미러’로 명명된 구조물이 자리해 있다. 지름 1.5m의 원형 구조물 주변에선 선동가와 권력자들의 혐오 발언이 울려 퍼진다. 누군가 구조물에 다가가 ‘진실’을 말했을 때에야 비로소 다른 편에 있던 피해자들의 이름에 조명이 비춰진다.

“비용·시간 많이 드는 실험미술… 문화예술위 장기 지원받아 완성했죠”

■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개편

작가 경력·분야별 다년간 지원

내년 예산 337억 늘려 939억원

박혜수 작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제작한 작품 ‘우리에 갇힌 우리’를 소개하고 있다. 금호미술관 제공

어두운 방 한가운데 ‘블랙 미러’로 명명된 구조물이 자리해 있다. 지름 1.5m의 원형 구조물 주변에선 선동가와 권력자들의 혐오 발언이 울려 퍼진다. 누군가 구조물에 다가가 ‘진실’을 말했을 때에야 비로소 다른 편에 있던 피해자들의 이름에 조명이 비춰진다. 박혜수 작가가 지난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에서 연 개인전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에서 첫선을 보인 설치작품이다. ‘마녀사냥’이라는 이름의 작품은 구상부터 구조물 설계 및 제작, 배우 섭외와 녹음 등에 3년이 걸렸다. 또 다른 층에 전시된 작품 ‘우리에 갇힌 우리’에는 1600여 장의 설문지가 사용됐는데 이 역시 설문 진행과 회수, 데이터 분석업체와의 협업, 전시물 제작 등에 수년이 소요됐다.

17일 전시장에서 만난 박 작가는 “실험적인 전시는 준비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소요돼 외부 지원이 없으면 작품화되기까지 어려움이 많다”며 “이런 이유로 2023년 미술관에서 전시를 제안받은 후 한 차례 거절했지만, 이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후 작품 준비에 몰두해 전시를 개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박 작가는 2024년 예술위가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하는 시각예술창작산실 다년차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돼 3년째 지원을 받고 있다.

기초예술 분야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예술위는 이러한 현장의 사례를 참고해 내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을 상당 부분 개편했다고 21일 밝혔다. 예술가의 성장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고, 다년도 지원을 확대한 것이 내년 사업의 특징이다. 예술위에 따르면 내년에는 나이가 아닌 경력을 기준으로 해 신진·유망·중견으로 지원체계를 변경하고, 유망·중견과 단체에는 2∼3년간의 다년 지원을 늘렸다. 이에 더해 예술현장에 처음 진입하는 예비예술인 지원 예산은 127억 원으로 확대하고, 하나의 사업으로 운영했던 ‘청년예술가도약지원’은 장르별 4개 사업으로 분리·개편했다.

예술위는 지원체계 개편을 위해 852명이 참여한 예술생태계 연구, 8개 장르별 현장업무보고, 44회의 라운드테이블과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문학 분야의 한강·성해나 작가와 시각예술 분야 김아영 작가 등도 문예진흥기금의 창작지원을 받은 대표 사례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국내 창작뮤지컬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장기 공연을 한 ‘마리 퀴리’가 지원 수혜를 입었다.

예술위에 따르면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내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예산은 총 939억 원으로, 올해보다 337억 원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국내 기초예술 창작자 및 작품이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교류 지원 예산도 올해 18억 원에서 45억3600만 원으로 2.5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예술위는 해외에 있는 협력 레지던시도 기존 22개소에서 26개소로 늘렸다.

2024년 예술위에서 문학상주작가로 선정됐던 김병운 작가는 예술위 지원으로 지난해 영국에 다녀왔다. 현지 문화원, 도서관, 작가 레지던시 등을 방문한 그는 “실제로 해외에 어떤 출판·문학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지, 작가들이 해외에 나가서 어떤 기획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지 보면서 작가로서 큰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올해도 문학상주작가 및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대상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문학시설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문학상주작가의 경우, 영국에도 없는 한국만의 사업이었는데 예술위가 이처럼 특색있는 예술가 지원사업을 지속 발굴해갔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내년 문예진흥기금 지원 신청은 다음달 5일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or.kr)을 통해 할 수 있다. 이범헌 예술위 위원장은 “가장 많은 지원 예산이 편성된 2027년은 기초예술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선도적인 예술지원 모델을 통해 잠재력 있는 예술가를 발굴·육성하고 기초예술이 국민의 일상과 맞닿는 접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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