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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백투더주간한국] 갈 곳 잃은 청년 정치…70년대 정치 아이돌 '40代 기수'에 묻다

젊은 정치인에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추진력과 참신함을 기대함과 동시에 경륜과 전문성이 부족할 것이란 질책도 나온다. AI 시대에는 지식 생산성이 무기가 된다. 젊은 정치인에게 청년 유권자의 실질 삶을 바꾸는 체감형 효능이 기대되는 이유다.

[백투더주간한국] 갈 곳 잃은 청년 정치…70년대 정치 아이돌 '40代 기수'에 묻다

야당의 세대교체 바람과 2026년 청년 정치의 초상

[편집자주] 1964년 9월 27일. 국내 첫 주간지 ‘주간한국’은 32면의 타블로이드판 시사주간지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창간 후 4년 뒤 주간한국은 41만 5000부를 인쇄하면서 국내 일간지 및 종합지 등 모든 정기간행물을 통틀어 최대 부수를 발행했습니다. 오락이 배고프던 때 당시 8면이던 일간신문으로는 요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중가요가 지면에 소개된 것은 주간한국이 처음이었습니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 유일하게 생포된 무장간첩 김신조를 단독 인터뷰한 것도 주간한국이었습니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이 난무하는 현시대에 과거 주간한국의 기지와 재미, 엉뚱한 착상 등을 되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소재만 다를 뿐 주간한국 전성기의 제작 기법은 현재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1970년 9월 20일 주간한국 312호. 사진=주간한국DB

[주간한국 조채원 기자] 젊은 정치인에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추진력과 참신함을 기대함과 동시에 경륜과 전문성이 부족할 것이란 질책도 나온다. AI 시대에는 지식 생산성이 무기가 된다. 젊은 정치인에게 청년 유권자의 실질 삶을 바꾸는 체감형 효능이 기대되는 이유다.

◇“젖비린내 난다”며 비웃던 시대 40대 기수론이 쏘아 올린 역사적 균열

1970년 9월 20일 자 <주간한국> 312호엔 한국 정치사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5선 의원 정성태는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부의장 자리라며 청렴성을 강조했고 윤보선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는 일평생 마지막 구국운동을 표방한 가칭 ‘국민당’ 창당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 정국의 가장 뜨거운 핵은 단연 신민당의 ‘40대 기수론’이었다.

당시 만 40대 초반에 불과했던 김영삼(YS)·김대중(DJ)·이철승은 박정희 정권의 삼선개헌 강행 이후 무력감에 빠져 있던 야당에 출사표를 던지고 대선 후보 경선 도전을 선언했다. 당시 유진산 총재를 비롯한 구주류 원로들은 이들의 참신한 도전을 향해 입에서 젖비린내 난다는 뜻의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신조어로 폄하하기 일쑤였다. 원로들은 정치적 미성년자들이라 비웃고 당외의 거물급 인사를 대선 후보로 옹립하자는 당외 거물론을 들고 나와 이들의 진입을 가로막으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듯 역사적 뒤집기였다. 이들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선명성과 정교한 대중경제론 그리고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웅변력으로 대중을 매료시켰다. 40대 기수론은 단순한 연령적 세대교체를 넘어 정권과의 타협주의에 빠져 있던 구주류의 보신주의를 깨부수고 한국 야당 정치의 중심축을 YS·DJ라는 ‘양김 시대’로 전환하고 세대 교체를 이룬 문화사적·역사적 이정표가 됐다.

◇李 정부 개각 발탁 그늘과 ‘용혜인 논란’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청년 정치는 표류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개각과 제22대 국회 내 1980~90년대생 정치인들의 입지는 여전히 복잡한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번 개각에서 30대 여성 정치인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1990년생)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고 만 40세인 이소영 의원(1985년생) 역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용혜인 후보자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사회 각층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명 이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불거진 겸직 논란부터 상징적·운동권적 성향 외에 한 부처와 가족 정책 전체를 총괄할 실무적 국정 전문성과 삶의 경륜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자질론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숫자로만 보면 청년 정치인의 정당 진출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늘었다. 국민의힘에서는 험지 도봉구 갑에서 자력 당선된 김재섭 의원을 비롯해 조지연·우재준·김용태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소영·차지호·이재강·김동아·김용만·모경종·백승아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천하람 의원도 청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들 80·90년대생 의원들이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당내 원로와 기성 계파의 벽을 깨고 세대교체의 중심 세력으로 정착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한 6곳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윗줄 왼쪽부터 재정경재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형일 1차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강신철 전 연합사 부사령관. 아랫줄 왼쪽부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국토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홍지선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민주당 이소영 의원. 사진=청와대 제공

◇ 속도 조절과 전문성 vs 기득권의 싹 자르기

전문가들은 21세기 청년 정치인들이 1970년 40대 기수들과 달리 주류가 되지 못하고 외면 받는 이유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에서 매서운 분석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자는 기성 세대의 기득권 독점과 선거 구조의 불리함을 핵심 원인으로 짚는다. 그는 정치권에 청년 인재의 공급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젊은 정치인이 좀 클 것 같으면 싹이 크기 전에 잘라버린다”라며 기성 세력의 견제를 강하게 비판한다. 586·686 정치 네트워크가 권력과 자리를 독점한 채 젊은 경쟁자들을 정치적으로 고사시키고 현행 소선거구제 역시 인구 구조상 50~70대 표심이 압도적이라 청년이 지역구에서 생존하기 극도로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현재의 2030 청년 유권자층이 젠더와 계층·지역으로 심각하게 분열돼 1970년대처럼 자기 세대 정치인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대중적 방패막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반면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단계적 성장과 정당 내 전문성의 부재를 지적하며 청년이 무작정 권력의 전면에 나서는 풍토를 경계한다. 양 교수는 1970년대 삼김 정치가 민주 대 독재라는 시대적 특수성 속에서 검증받은 예외적 사례라 분석하고 오늘날 2030 세대가 기성 정치를 단번에 바꾸려는 태도에는 속도에 대한 오만이 있다고 본다. 그는 참된 정치적 전문성이 하루아침에 장관이나 당 대표가 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당 하부 조직과 지방자치·커뮤니티 활동에서부터 시작해 사회적 규범에 적응하며 공공성을 쌓아가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개각 인사를 두고 “가족을 알고 자식을 키워봤는가 그런 이들이 나와 설치면 오히려 사회가 불안정해진다”며 검증 없는 발탁 정치가 초래할 부작용을 매섭게 질타한다.

◇ ‘지식의 세습’ 타파할 인공지능

한편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구도가 들어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나이와 경험에서 비롯된 지식에 따른 연공서열 권력 구도가 AI 기술이 발전하며 세대간 지식 격차를 뒤집을 것이란 관측이다.

<계급욕망의 유전자> 저자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식이 기득권 세습의 수단으로 변질된 구조를 지목하면서도 AI 시대가 가져올 파격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토지를 세습하던 과거 귀족과 달리, 자본가들은 금전 자산을 물려줄 경우 한 세대 만에 탕진하기 쉽다는 점을 깨닫고 교육과 지식을 세습의 가장 강력한 도구로 삼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최근 온라인 대담에서 “미래 사회에서는 바로 바로 답신해 주는 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단순한 정보 보유량보다 지체 현상 없는 즉각적이고 명확한 지식의 발화와 인간 고유의 최종 판단력이 개인의 사회적 계급과 가치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학자 역시 AI로 인한 장기 반전의 가능성을 찾는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조직의 자리를 장악한 586 기성세대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와 첨단 지식 도구로 무장한 청년 세대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성세대의 연공서열식 경험 지식이 AI 자동화로 가치를 잃어감에 따라 기술적 수용성과 데이터 활용 능력이 뛰어난 청년 세대가 생산성 역전을 이루고 장기적으로 자산과 자리의 격차를 추월하며 실질적인 권력 이동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개연성 있는 전망이다. 그는 “AI 도구를 활용해 지식과 기술을 구비한 젊은 세대가 단기적으론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과 자리를 장악한 기성세대를 따라잡을 것”이라 말했다.

조채원 기자 cwlight2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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