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정당 실패는 정치 실패의 필요조건이다. 정당 실패는 정당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수행해야 하는 5대 기능-게이트키퍼, 대표성, 당내 민주주의, 정책 경쟁력, 소통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정당 실패는 정치 실패의 입구로,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민주적으로 조정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공동체 내 소통 단절과 대표성 악화 그리고 극단적인 정서적 양극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치 실패는 갈등 확대와 공동체 분열 그리고 거버넌스의 붕괴, 각 진영이 자기 진영의 목소리만 증폭시키는 에코 챔버(echo chamber)에 갇혀버리는 공론장 붕괴, 정서적 양극화와 반사이익의 정치에 의존하는 기득권 양당으로 구체화된다. 정치 실패는 효과성-정당성-효능감 위기로 증폭되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붕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당을 민주주의 보루이자 근간으로 본다면 정당 실패는 민주주의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특히 1년 여 전부터 우리가 겪고 있는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위기’의 핵심이다. 정당의 기능 저하는 곧 민주주의 전체의 질적 하락과 체제 퇴행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양당 집중은 극단적이다. 지난 2024년 총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무소속 당선자가 없는 첫 국회의원 선거였다. 올해는 물론이고 4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광역의원 당선자의 95% 이상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2026년 10월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 준비와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 진영의 승리와 당내 권력 장악’을 위한 쇼츠형 여론전에 몰두한다.
집권 여당 민주당은 국민통합과 민생 의제 설정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국정 성과와 민생 과제의 책임보다 당내 갈등과 코어 지지층 결집에 몰두한다. 국회 절대 다수당이 된 지도 오래이고 1987년 민주화 이후 4번째 집권임에도 여당다운 공동체 통합의제 제시와 성과 창출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집권 야당’의 모습이다.
‘어떤 제도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주도해야 할 민주당은 ‘누구를 응징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일자리, 부동산 그리고 메가 특구 등 다양한 과제와 현안 앞에서 제한된 자원과 정책 수단에 따른 ‘선택과 집중’은 없다. 여당이 권력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지 알 수 없다. 최근 논란이 된 “소방 재정 빨대” 발언과 그 뒤를 이은 대응과 처리 과정은 현재의 민주당을 웅변한다. 추미애 경기지사와 부승찬 의원의 소방 예산 관련 발언은 단순 개인 실언을 넘어선다. 그들이 민생과 현장 그리고 약자 의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이미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0.5% 강성 당원’에 갇힌 채 정책을 강행했다. 보완수사 폐지와 관련하여 국민의 61%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자신들의 입장을 수정하지 못했다.
여당 실패는 권력 실패의 충분 조건이다. 윤석열의 실패는 당시 여당 국민의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냐 ‘민주당의 이재명’이냐롤 놓고 권력 투쟁 중인 민주당과 대통령을 걱정하며 주목하는 이유다.
대안 부재의 공포에도 우리는 익숙하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으로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야당으로서 정권 견제를 대안과 검증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강성 지지층 결집을 우선 의존한다는 점이다. 중도의 신뢰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 다수당 나아가 대선 승리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민심의 공적 창구’가 아니라 ‘강성 코어 지지층의 정치적 동원을 위한 사적 조직’으로 전락했다. 공적 기구의 사적 유용이다. 그 결과가 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극단적 팬덤 정치의 고착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누가 더 나쁜가’를 선택하게 되고 정당은 승리할수록 신뢰를 잃는 역설의 악순환에 빠진다.
양당 모두 사적 목적을 위한 코어 지지층 동원 조직이 된 데는 공천이 결정적이다. 양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지역의 공천은 선출직이 아니라 사실상 임명직처럼 작동하는 게 현실이다. ‘공천권 독점-소수 팬덤 중심의 계파 공천-공천 공포와 눈치 보기-민심 이반과 정당 퇴행’의 악순환이다. 중앙집권적 공천 구도에 가장 중요한 공천권 장악을 위한 당권 투쟁이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되는 이유다.
정당 실패-정치 실패-권력 실패-민주주의 위기의 연결고리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출발점은 공천 개혁이다. 공천 개혁으로 정치 충원의 내용과 방식 등이 교체되고 이를 바탕으로 결국 리더십과 거버넌스의 혁신으로 이어져야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한 정치와 권력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내후년 4월 총선을 향한 공천의 정치개혁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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