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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각 아카이브] 헬시를 말다, K를 담다

이처럼 김밥은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의 인기와 맞물려 간편식으로 자리 잡으며,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김밥은 새롭게 등장한 음식이 아니다. 1920년대 신문에도 소풍 도시락으로 언급될...

[미각 아카이브] 헬시를 말다, K를 담다

한국관광공사 의뢰를 받아 토라이 리퍼블릭에서 촬영한 이미지.

재작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 테마 기획 촬영을 진행했다. 김밥과 분식, 치킨, 명절 음식 등 다양한 주제로 7일간 촬영했는데, 첫날 메뉴는 김밥이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이 음식이 이제는 세계인의 식탁 위에 오른다.

최근 김밥은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미국 대형 마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의 냉동 김밥이 연일 품절되며 화제를 모았고, 틱톡을 통해 시식과 조리 영상이 퍼지며 소비가 확산했다. 해외에서도 7주 연속 비영어 프로그램 1위를 했던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김밥 장면이 관심을 끌었고, 최근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츠 속 김밥 챌린지까지 이어지며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제 김밥은 더 이상 ‘코리안 스시 롤(Korean Sushi Roll)’이나 ‘마끼(Maki)’가 아니다. ‘김밥(Gimbap)’이라는 이름 그대로 불리며 하나의 고유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름이 번역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문화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김밥의 힘은 단순하다. 간편하면서도 균형 잡힌 한 끼라는 점이다. 속재료에 따라 채소 중심의 비건 식단이 되기도 하고, 고기를 더해 든든한 식사가 되기도 한다. 이 유연한 구조 덕분에 김밥은 어느 나라에서든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처럼 김밥은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의 인기와 맞물려 간편식으로 자리 잡으며,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김밥은 새롭게 등장한 음식이 아니다. 1920년대 신문에도 소풍 도시락으로 언급될 만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이후 소풍과 운동회의 대표 음식이 되며 세대를 관통하는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소풍 가는 날이면 어머니는 새벽부터 김밥을 싸느라 분주하셨다. 부엌 가득 퍼지던 밥 냄새와 김의 향, 그리고 한 줄 한 줄 말아내던 손길. 그 김밥은 도시락이 아니라 하루를 먼저 건네받는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김밥은 편의점과 프랜차이즈를 거치며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 K푸드라는 이름 아래 세계를 향해 말려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멀리 가도 김밥의 시작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누군가의 손에서, 누군가를 위해 말아진다.

그리고 그 김밥 한 줄 안에는, 우리가 처음 받아 들었던 어떤 날의 아침이 아직도 남아 있다.

김지훈 음식 사진가

김지훈 사진가

는 2008년 음식 전문 스튜디오 ‘토라이 리퍼블릭’을 설립한 푸드포토그래퍼입니다. 18년간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음식의 맛과 멋을 기록해 왔습니다. 13일부터 한 접시 위에 놓인 시대의 흐름과 문화의 결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미각 아카이브’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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