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비정규직 처우 문제와 관련해 "(정규직은) 안정성이라고 하는 보상을 받으니까, 사실 (비정규직이)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을 더해 똑같은 조건이면 보수가 더 많아야 된다"며 보상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회의에서 "(노동의) 안정성이 이미 다 훼손돼 버렸다. 왜냐하면 안정적으로 고용을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사용자가) 아예 정규직을 절대 안 뽑는다. 웬만하면 다 하청 주거나 아니면 기간계약직으로 하거나, 온갖 꼼수를 통해 정규직을 아예 뽑지 않아버린다"며 "이게 사실은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정규직이 되려고 그렇게 난리냐. 정규직이 되면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불안정한 노동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해야 되는데, 불안정하면 덜 준다"며 "똑같은 일을 하는데 고용이 안정된 사람을 더 많이 받는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고용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덜 준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비정규직은 덜 주고, 알바는 더 덜 주고, 희한하다.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만약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이 정상적으로 주어진다면, 노동에 대한 수요는 일정하게 있을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행 고용보험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자발적 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현행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으며 오히려 편법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자발적 실업에 실업수당을 안 주니 다들 사용자와 합의해 '권고사직' 형식으로 실제로 사퇴한다"며 "자발적 실업에 보상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편법과 탈법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업수당 받으려고 실업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자발적 실업은 자기가 좋아서 그만둔 것이라 실업수당을 안 준다는 생각은 매우 전근대적이며 수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또 '2년 경과 시 정규직 전환' 제도에 대해서도 "정규직화를 강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실제로는 2년 이상 고용을 절대 안 하거나 11개월 만에 끝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부 장관(민주노총 출신)과 산업부 장관(기업인 출신)을 예로 들며 "노동 규제도 이념과 가치에 매이지 말고 실용적으로 접근해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액 투자자들을 위한 배당소득 분리 과세와 장기 보유 세제 혜택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에 묶인 비생산적 자본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해 국민의 노후와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설명했다.
회의에서 김동환 자문위원은 일반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소액 투자자 배당소득 분리 과세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리 있는 말씀"이라며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 보유 인센티브 제도와 관련해 "장기 보유 인센티브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 주주들에게 이익이 몰아질 가능성이 많다"며 "그래서 소액 주주들만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자본이 비생산적인 분야, 특히 부동산 시장에 잠겨 있는데 이를 생산적 분야로 전환시키는 것은 이번 정부의 최대 과제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행 주식 거래세 제도에 대해서도 "거래세는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다 내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며 "돈 못 버는 사람도 다 내는 역진성이 있어 언젠가는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같은 수준에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비(非)업무용 부동산 보유에 대한 강한 규제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데 대규모로 부동산을 갖고 있을 이유가 무엇이냐"며 "그런 부분에는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해보자"고 말했다.
이어 "주택 문제의 다음 단계로 농지, 그 다음 단계는 일반 부동산까지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청와대 정책실에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운영해 이익을 보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대한민국 산업 경제 체제가 제대로 굴러간다"며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 제93조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자문기구로 주요 경제 현안과 정책 방향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회의에는 김성식 부의장을 비롯한 민간 자문위원단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 9명,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성장수석 등 총 50여 명이 참석했다.
민간 자문위원으로는 류근관 서울대 명예교수,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박원주 동국대 석좌교수,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부교수 등 28명이 위촉됐다. 이들은 ▲성장경제 ▲민생경제 ▲미래기획 ▲전략경제협력 ▲경제안보 등 5개 분과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차출론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하 수석을 향해 "요새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누가 작업 들어오는 것 같더라"며 "할 일도 많은데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하 수석은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당에서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출마 요청을 할 날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며 차출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전재수 의원이 부산시장 경선 출마로 비게 되는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후보로 하 수석을 거론하며 차출론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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