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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 '인간 대 기계' 경쟁 현실화 되나

테크레이더 등 해외 기술매체도 이번 시연이 기술 진전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작업 정확도와 상업적... 이에 따른 대응 방향으로 액추에이터와 제어 시스템 등 핵심 부품 자립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 '인간 대 기계' 경쟁 현실화 되나

= 피규어 AI X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이 주말 동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피규어 AI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F.03이 소형 택배를 집어 올린 뒤 바코드가 아래를 향하도록 컨베이어 위에 정렬하는 작업을 유튜브와 X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당초 8시간 연속 작업을 보여주는 데서 출발한 시연은 이후 24시간을 넘어섰고, 18일 오전 기준 라이브 화면에서는 누적 작업 시간이 100시간을 넘긴 채 계속 진행되고 있다.

피규어 AI 창업자 브렛 애드콕 CEO는 이번 시연에 대해 F.03이 로봇 머리의 카메라 픽셀을 바탕으로 직접 추론하고 있으며, 회사의 온보드 인공지능 시스템인 ‘헬릭스-02’를 통해 완전 자율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격 조작은 없으며, 모든 행동은 헬릭스-02에서 직접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연이 더 큰 관심을 끈 것은 이후 진행중인 ‘인간 대 기계’ 형식의 비교 실험 때문이다. 애드콕 CEO는 X를 통해 로봇과 인간 작업자가 10시간 동안 같은 소형 패키지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더 많은 패키지를 분류한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 작업자에게는 캘리포니아 노동법에 따라 식사 휴식과 유급 휴식 시간이 제공된다고 밝혔다. 같은 작업을 두고 인간에게는 법정 휴식이 적용되고, 로봇은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조건을 공개적으로 비교한 셈이다.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의 기술 시연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특정 동작을 보여주는 방식이 많았다. 걷기, 물건 집기, 공장 부품 운반, 가정 내 정리 작업처럼 특정 기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번 피규어 AI 시연은 장시간 반복 작업과 인간 작업자와의 직접 비교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평가 기준이 “얼마나 사람처럼 움직이는가”에서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생산성을 내며 일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시연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규모 산업 도입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된 작업은 바코드가 있는 소형 패키지를 집어 지정된 방향으로 놓는 비교적 제한된 과제였다. 실제 물류센터에서는 찢어진 포장, 무게와 형태가 다른 물품, 작업자와의 충돌 가능성, 컨베이어 정체, 긴급 정지, 안전 규정 등 훨씬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테크레이더 등 해외 기술매체도 이번 시연이 기술 진전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작업 정확도와 상업적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봤다.

= 레인보우로보틱스 누리집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인간 노동자를 기준으로 구축된 작업 환경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용 설비와 고정된 라인을 전제로 하는 기존 자동화와 달리,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손과 팔, 시야, 보행 구조를 모방해 작업대, 컨베이어, 선반, 도구를 활용하도록 설계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공장과 물류센터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자동화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시장 전망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는 최근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상과학적 개념에서 산업 현실로 이동하고 있으며, AI와 로봇 하드웨어의 발전, 노동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실제 배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5년 최대 7500억 달러, 2050년 최대 4조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향후 시간당 운영 비용이 2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경우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을 겪는 지역에서 경제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기계연구원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상업적 응용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계연은 지난달 펴낸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 글로벌 동향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2026년을 기점으로 휴머노이드가 현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적 임계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또 휴머노이드 가치사슬은 하드웨어, 지능, 데이터 등으로 구성되며, 부품 원가 경쟁부터 알고리즘, 데이터 경쟁까지 전 영역에서 기술 경쟁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계연은 한국의 경우 세계적 수준의 제조·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AI 원천기술과 핵심 부품 자립도에서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른 대응 방향으로 액추에이터와 제어 시스템 등 핵심 부품 자립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한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 국제 안전 표준 선점, 비정형 작업 데이터 확보 등이 제시됐다.

산업 선점을 위한 주요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피규어 AI를 비롯해 테슬라, 어질리티 로보틱스, 앱트로닉 등이 휴머노이드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피규어 AI는 BMW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테스트와 물류 분류 시연, 가정 작업 시연을 잇달아 공개하며 산업용과 가정용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전기차 생산 체계와 결합하려 하고,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물류 현장에 특화된 디지트를 앞세우고 있다. 앱트로닉은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물류 공정 적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중국이 국가 주도 자본과 전기차 가치사슬을 결합해 양산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니트리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은 미국 대비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피지컬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 등을 통해 로봇 분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역시 피지컬 AI를 제조업 AI 전환의 핵심 축으로 보고 육성을 가속하고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30년까지 피지컬 AI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한 인공지능행동계획안을 공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업 AI 전환을 전담하는 산업인공지능정책관을 신설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까지 가사·돌봄 노동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를 개발·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NC AI를 중심으로 리얼월드, 씨메스, 펑션베이, 레인보우로보틱스, ETRI, 한국자동차연구원, 주요 대학과 제조·물류 수요기업이 참여하는 ‘K-피지컬 AI 얼라이언스’가 수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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