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만든 기사 이미지 [사진: 챗GPT]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 들어 인공지능(AI) 전략을 한층 구체화하는 가운데, 두 회사의 다른 접근 방식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가 검색·커머스·핀테크·클라우드·로봇까지 사업 전반에 AI를 심는 '확장형 내재화' 전략을 택했다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단일 플랫폼으로 AI를 수렴시키는 '플랫폼 집중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차이는 두 회사의 출발점이 다른 데서 비롯된다. 네이버는 검색·커머스·플레이스·핀테크·클라우드라는 다층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AI를 각 사업의 전환율 개선 장치로 내재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 카카오는 2년간의 계열사 정리를 거치며 핵심 접점이 카카오톡으로 압축됐고, AI 전략 역시 그 안으로 모이는 구조가 됐다.
◆네이버, 검색·커머스·B2B…AI가 수익 구조에 직결
네이버 AI 전략의 핵심 개념은 '온서비스 AI'다. 개별 서비스 안에 AI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실행까지 완결하는 구조다. 2024년부터 이 전략을 선언해 현재 3년차 실행 단계에 있다. 올해는 에이전트를 서비스 전 영역에 전면 도입하는 심화 국면에 진입했다.
전략의 특징은 AI 도입과 기존 수익 구조가 단계를 최소화한 채 연결된다는 점이다. 검색에서는 생성 AI 기반 'AI 브리핑'이 통합검색 지면의 20% 수준까지 확대됐고, 이용자는 3000만명을 넘어섰다. AI 브리핑이 검색 트래픽을 높이면 광고 수익으로 직결된다.
커머스에서는 올해 2월 출시한 AI 쇼핑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구매 맥락을 분석해 상품 정보를 선제 제공한다. 이용자가 구매로 전환하면 스마트스토어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네이버는 연내 AI 쇼핑 에이전트를 쇼핑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내 출시 예정인 건강 에이전트는 이 흐름의 확장판이다. 서울대병원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로컬 환경에 최적화한 정밀 답변을 제공하고, 여기서 이어지는 상품·장소·예약 전환을 쇼핑·플레이스 수익 구조와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검색·쇼핑·플레이스가 AI로 하나의 흐름처럼 연결될 때 이용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맥락이다.
기업간 거래(B2B)로의 확장도 같은 논리 위에 있다.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뉴로클라우드'를 한국은행에 제공하며 금융·공공 분야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수익 구조는 클라우드 구독 기반의 지속 매출이다. 미국·중국 빅테크 의존을 피하려는 국가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소버린 AI'도 같은 모델로 접근한다. 최 대표는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관련 수요가 실제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AI 확장 범위는 디지털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네이버는 온·오프라인 통합과 오프라인 물류 접점 강화를 중장기 전략 축으로 제시하며, 1784 사옥에서 진행 중인 로봇 OS 개발과 배달 로봇 실증도 이 방향의 연장선에 있다.
◆카카오, 계열사 털어낸 자리에 카카오톡·AI 집중
카카오의 AI 전략은 카카오톡 한 곳으로 수렴한다. 이 집중 전략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2년간의 구조조정이 있다. 정신아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비주력 계열사 정리에 착수해 147개였던 계열사를 지난해 말 94개로 줄였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에이엑스지(AXZ)는 업스테이지와의 주식 교환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 중이고, 카카오게임즈의 경영권은 라인야후가 출자한 'LAAA 인베스트먼트'에 오는 5월 이전될 예정이다. 포털과 게임이라는 두 개의 사업 영역을 털어낸 셈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계열사를 줄여 내실을 다지는 면에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이 수렴시킨 결과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한 이후 핵심 자산으로 남은 것은 국내 최대 메신저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이 플랫폼 안에 AI 접점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전략의 핵심 개념은 '에이전틱 AI'다. 이용자의 요청 이전에 AI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행동을 완결하는 단계를 가리킨다.
현재까지의 실적 지표는 유효성을 뒷받침한다. '챗GPT 포 카카오' 이용자는 출시 초기 200만명에서 올해 2월 기준 800만명으로 늘었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다운로드 완료율 80% 이상, 재이용률 7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이를 근거로 "카카오톡 일평균 체류 시간 20% 확대는 충분히 가시권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톡의 일평균 체류 시간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유의미하게 반등한 것이 이 목표 설정의 근거다.
외부 생태계 연결도 카카오톡을 축으로 진행된다. 카카오는 지난 24일 카카오툴즈에 올리브영·무신사·현대백화점·삼쩜삼·마이리얼트립 등 외부 파트너 서비스를 추가했다. 카카오는 올해 말까지 PlayMCP와 AI 에이전트 빌더를 추가로 개방해 파트너 생태계를 더 넓힐 계획이다. 이용자가 카카오톡 안에서 AI 에이전트를 통해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 흐름이 광고·커머스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카카오는 올해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온디바이스 AI 고도화도 추진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기존 매출 동선에 AI를 붙이는 방식이라 초기 성과 측정이 상대적으로 빠를 수 있다"며 "카카오는 카카오톡 체류 시간 확대가 광고·커머스 전환으로 실제 이어질지를 입증하는 단계가 올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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