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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화려한 아비뇽 축제의 그늘, 공연 노동자…그들의 권리 지켜줘야”

프랑스 아비뇽의 여름은 축제 그 자체다. 중세 성벽을 따라 수천 장의 공연 포스터가 붙고, 거리마다 분장한 배우들이 관객을 불러 모은다.

“화려한 아비뇽 축제의 그늘, 공연 노동자…그들의 권리 지켜줘야”

프랑스 공연예술 노동조합 연맹 막심 세쇼도당 사무차장

잦은 폭염 등에 공연 취소 늘어

건강·생계 문제 등 법안도 추진

한국 노동단체와도 꾸준히 교류

프랑스 아비뇽의 여름은 축제 그 자체다. 중세 성벽을 따라 수천 장의 공연 포스터가 붙고, 거리마다 분장한 배우들이 관객을 불러 모은다.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은 다채로운 무대로 주목받지만, 무대 뒤에는 38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 장비를 나르고 땡볕에 무대를 설치하는 공연노동자들이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예술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공론장이기도 하다.

무대 뒤 공연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CGT Spectacle(프랑스 공연예술노동조합연맹)은 프랑스 최대 노조 CGT 산하 조직으로, 다양한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을 아우른다. 프랑스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노조 가운데 하나로, 예술인 노동권 보호와 특수고용 예술인 실업보험 제도인 ‘앵테르미탕’을 지키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문화정책을 감시하고 집회와 파업도 조직한다. 14일(현지시간) 아비뇽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막심 세쇼도당 CGT Spectacle 공동 사무차장(사진)을 만났다.

연맹은 축제 기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 배우와 초청 예술가, 무대 기술직 스태프가 초과 노동에 시달리지 않는지, 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안전 규정은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감시한다. 예술인과 스태프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노동 상담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의 주시하는 영역은 ‘오프’(Off·자율참가형) 프로그램이다. 지원이 안정적인 인(In·공식 초청) 프로그램은 95% 이상 노동법이 준수되지만, 1500편 넘는 작품이 참가하는 오프 프로그램은 사정이 다르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상당수 예술가가 은행 대출까지 받아 극장 대관료와 숙박비를 마련한다”며 “배우와 스태프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올해 프랑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문화예산 삭감을 추진하며 올가을부터 공연을 중단하는 중소 극단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페스티벌 기간 아비뇽 거리에서는 프랑스 정부를 규탄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예년보다 두 배 가까운 문화예술 기관과 노동단체가 올해 아비뇽에 모인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온으로 인한 공연 취소로 공연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사례가 늘어나며 기후위기 역시 새로운 노동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살인적인 폭염이 프랑스를 덮치며 지난 6월 학교나 극장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축제가 한창인 아비뇽의 한낮 기온도 연일 38도에 육박한다. 연맹은 페스티벌 기간 기술 스태프 등 공연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한낮을 피해 밤 시간에 작업하도록 가이드라인을 협의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프랑스 건설노동자들은 실내 온도가 40도를 넘으면 법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임금을 보전받을 권리가 있지만, 예술계에는 아직 이런 법적 장치가 없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취소 사태 시 예술노동자들의 소득을 보장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하며 한국 문학과 공연예술을 집중 조명했다. 9개의 한국 작품이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돼 아비뇽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는 한국 노동단체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며 “한국의 한 젊은 여성 예술가(최고은 작가)가 생활고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예술가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해 국제적인 연대와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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