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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현장] 일본 프로축구팀이 ‘개의 날’ 챙긴 이유는

“다른 팀은 몰라도 우리 팀은 ‘개의 날’ 반드시 챙겨야죠.”

-J리그 제프, 11월 1일 ‘완완완 데이’ 특별 이벤트

일본 ‘개의 날’인 11월 1일 열린 프로축구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의 홈관중에게 주어진 콜레오 시트. 구단의 마스코트 아키타 견을 의인화한 캐릭터 제피, 유니티, 미나가 그려져 있다. 박재림 기자

개의 날을 기념한 ‘완완완 데이’를 알리는 이미지. 제프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다른 팀은 몰라도 우리 팀은 ‘개의 날’ 반드시 챙겨야죠.”

일본에서 매년 11월 1일은 개의 날이다. 올해도 이날 전국 각지에서 반려견 행사 및 유기견 봉사 캠페인 등이 펼쳐진 가운데 프로축구 최상위리그인 J1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지바 구단도 매치데이를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6살 아들과 경기장을 찾은 제프 팬 후쿠다 씨는 “우리팀 마스코트가 아키타 견이지 않나”라며 웃었다.

숫자 ‘1’을 일본식 영어로 읽으면 ‘완(ワン)’으로 발음된다. 그 숫자가 세 번 반복되는 11월 1일은 ‘완완완’ 데이인 셈인데 그 소리가 “왕왕왕” 개 짖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일본애견클럽이 1987년 제정한 것이 개의 날이다.

이날을 프로축구팀인 제프가 챙기는 것은 후쿠다 씨의 말대로 구단의 상징이 일본의 ‘국견’ 아키타 견이기 때문이다. 아키타 견은 193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죽은 반려인을 10년 넘게 기다렸다는 ‘충견 하치코’ 이야기 주인공의 견종이기도 하다.

아키타 견을 의인화한 마스코트들이 팬들의 응원을 독려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제프 홈구장 방문을 환영하는 플래카드. 박재림 기자

이러한 아키타 견을 의인화한 제프의 캐릭터인 누렁이 형제 ‘제피’와 ‘유니티’, 그리고 흰둥이 ‘미나’가 마스코트로 활동 중이다. 또한 구단 엠블럼은 물론 각종 응원도구와 잡화품에 아키타 견의 실루엣과 캐릭터가 반영돼 있다.

‘완!완!완! 데이’로 명명된 제프-아비스파 후쿠오카전 J1리그 13라운드가 열린 이날, 일본철도 JR 소가역에서 제프 홈구장 ‘후쿠다 전자 아레나’까지 도보 약 15분 거리의 도로와 보도는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마스코트의 동상, 현수막, 에어벌룬, 사진, 안내판 등에 더해 경기장까지 따라가도록 유도하는 강아지 발자국들도 눈에 띄었다.

JR 소가역에서 제프 홈구장으로 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제프 마스코트 동상. 박재림 기자

제프 홈구장 방문을 환영하는 에어벌룬. 박재림 기자

스타디움 광장에서도 여러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제프 구단의 모기업 중 하나인 JR 동일본의 지바 마스코트 캐릭터 ‘역장견’이 방문해 제피, 유니티, 미나와 함께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울러 ‘이누(일본어로 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유명 연예인과 그의 동료들이 출연한 라이브 코미디 쇼도 펼쳐졌다. 또한 지바현의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가 들어갔다는 핫‘도그’가 특별 먹거리 메뉴로 판매 중이었다.

덧붙여 구단은 팬 대상 SNS 이벤트로 반려견 자랑 사진을 응모 받고 추첨을 통해 11명에게 선수 사인 굿즈를 선물했다.

제프 팬들이 JR 동일본의 지바 마스코트 캐릭터 ‘역장견’과 구단 마스코트 제피, 유니티, 미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프 유나이티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제프 홈구장 내 미니 신사. 박재림 기자

이날 홈 관중 전원에게는 비닐 짐색과 더불어 제프, 유니티, 미나가 들어간 노란색 응원 종이 겸 좌석 깔개 ‘콜레오 시트’가 제공됐다. 팬들이 선수 입장에 맞춰 콜레오 시트를 높이 들자 노란 물결이 너울 쳤다. 이날 관중이 1만4110명이었으니 그 순간 약 4만 마리의 아키타 견이 ‘완완완’ 소리 없이 짖은 셈이다.

후쿠다 씨는 “개의 날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행사인 것 같다”고 엄지를 세우며 “반려견을 키우는 서포터 동료는 ‘언젠가 강아지와 함께 홈구장에 와서 같이 경기를 볼 날이 올까’ 기대하더라”고 전했다.

경기장에 걸린 제프 응원 걸개에 아키타 견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다. 박재림 기자

개들의 힘(?)이었을까. 이날 제프는 올시즌 첫 3득점 경기를 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전까지 12경기 1승(4무 7패)에 머문 최하위 20위였지만 단숨에 탈꼴찌를 하며 18위로 뛰어 올랐다.

한편 일본에는 개의 날 말고도 ‘고양이의 날’도 있다. 매년 2월 22일로, 숫자 2의 일본어 발음 ‘니(に)’가 세 번 반복되면 고양이 소리 ‘냥냥냥’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제정됐다.

구단 마스코트 모자를 쓴 제프 팬. 박재림 기자

지바=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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