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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위해 청춘 바친 푸른 눈의 영웅들…‘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고귀한 희생과 자유를 위한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We will never forget your noble sacrifice and dedication for our 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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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해 청춘 바친 푸른 눈의 영웅들…‘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입력:

2026-06-06 12:39

수정:

2026-06-06 13:04

[현장 르포] 새에덴교회가 20년간 지킨 약속

한국전에 참여한 한·미 장병들이 5일 미국 버지니아주 레스턴의 JW 메리어트 호텔 연회장 앞에서 전몰장병들의 액자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교회 제공

‘우리는 당신의 고귀한 희생과 자유를 위한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We will never forget your noble sacrifice and dedication for our freedom).’

6월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버지니아주 레스턴의 JW 메리어트 호텔 연회장 입구.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현수막 앞에서 백발의 노병들이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그 아래로는 한국전 전몰장병들의 액자가 노란 스카프에 둘러싸인 채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교회측이 유가족으로부터 받은 작은 사진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것이다. 한·미 노병들은 액자 속 동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한국전에 참여한 전몰장병들의 액자가 가지런히 진열된 모습. 교회 제공

이곳에서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가 주최한 ‘한국전 참전용사 및 가족 초청 보은 행사’가 열렸다. 제복을 갖춰 입은 은빛의 노병들이 하나둘 연회장을 채워갔다. 백발이 성성한 노병들이 서로의 야윈 손을 맞잡자 7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눈물이 깊은 주름을 타고 흘러내렸다. 알지 못하는 나라의 자유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참전용사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

새에덴교회가 5일 주최한 ‘한국전 참전용사 및 가족 초청 보은 행사’ 현장. 교회 제공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보은 행사의 첫발은 2007년 1월 소강석 목사가 미국 방문 당시 리딕 나다니엘 제임스(1921~2013)라는 흑인 참전용사를 만난 것이 계기였다. 새에덴교회는 그해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행사를 열어왔다. 초창기에는 참전용사들을 국내로 초청했으나 최근에는 고령화된 노병들의 건강을 고려해 현지 방문 행사와 국내 행사를 병행해 왔다. 일 년에 두 번 개최될 만큼 열기가 뜨거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고령의 해외 참전용사들이 겪는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이번 행사를 끝으로 대규모 해외 참전용사 초청 행사는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국군 참전용사 초청 행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295명이 채운 연회장, 워싱턴서 댈러스까지

이날 행사에는 미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을 역임한 폴 헨리 커닝햄 박사와 인천상륙작전 및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글렌 A 갈테리 목사 등 미국의 참전용사와 한인 참전용사, 전몰장병 유가족, 주한미군전우회 관계자와 가족 등 172명이 찾았다. 한미 정·관계 인사들과 워싱턴 지역 주요 한인 단체 관계자 등을 포함해 총 295명이 자리를 메웠다. 이들 중에는 워싱턴 인근뿐 아니라 댈러스 등 원거리에서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7~8시간을 직접 운전해 온 노병도 있었다.

교회의 보은 행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역대 현직 대통령의 공식 축사를 받아온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이재명 대통령이 서면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여러분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전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전용사와 가족들의 희생에 감사하며 오늘의 대한민국과 한미동맹은 그 헌신 위에 서 있다”고 말했다.

초청행사 준비위원장인 해군소장 김종대(왼쪽 두 번째) 새에덴교회 장로 등 예비역 군인들이 한국전 선배 전우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소강석(오른쪽 두 번째) 목사는 큰절을 올렸다. 교회 제공

행사장은 한미 양국의 국기가 나란히 내걸린 가운데 엄숙하면서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특히 한국 예비역 군인들이 제복을 갖춰 입고 한국전 선배 전우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올릴 때는 객석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소 목사는 환영사에서 “오늘 이 자리가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사랑과 평화의 징검다리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한 뒤 연단에서 내려와 참전용사들을 향해 한국식 큰절을 올렸다.

“잊힌 줄 알았는데” 평화의 사도 메달 수여

소강석(윗줄 두 번째) 목사가 미 한국전참전용사회장을 역임한 폴 헨리 커닝햄(왼쪽) 박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회 제공

이날 참전용사 10명과 전몰장병 5명의 가족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보증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이 수여됐다. 새에덴교회의 유년부 어린이들도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영어로 “할아버지들의 용기 덕분에 우리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연설을 했다.

참전용사 제임스 론 트웬티(90)씨는 “전쟁 직후 고향에 돌아왔을 때는 잊힌 것 같았지만, 한국교회와 국민이 늦은 나이까지도 끊임없이 기억하고 예우해 주어 깊은 감사를 느낀다”며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모습에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행사에서 만나는 동료와 한국인들이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새에덴교회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영어 연설을 하는 모습. 교회 제공

영어 연설에 참여한 이은성(11)양은 참전용사들에게 태극기와 부채를 직접 전달했다. 이 양은 “이름도 잘 모르는 나라였는데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주신 참전용사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 행사 때 큰 감동을 받아 두 번째 행사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통역 봉사에 나선 장기준(21)씨는 “어린 시절부터 행사와 봉사에 참여하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접해 왔다”며 “이름도 없던 한국을 위해 헌신한 분들께 감사하고, 자신도 이들처럼 희생정신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년의 보은, 그리고 이어질 기억

소강석 목사가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격려하는 모습. 교회 제공

안내팀으로 봉사한 홍송이(42) 집사는 “전 교인이 함께 봉사에 참여하면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고 한국에 있을 때는 잘 몰랐던 부분들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는 점에서 다음세대 교육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20주년 행사의 의미에 대해 “20년째 되니까 참전용사들의 진정한 헌신과 사랑과 감사가 보이고 느껴진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미국 내 친한파 운동을 일으키고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민간외교의 현장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병들의 건강을 고려해 이번 행사로 대미를 장식하지만, 참전용들을 향한 기억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레스턴(미국)=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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