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장 오래된 배구단 ‘한국전력’
남선전기로 출발… ‘3사 통합’ 팀 성장
제1회 실업연맹·도쿄 AG 활약 ‘전성기’
V리그 출범후 25연패 등 역경의 시간도
2023년 매각 위기 이겨내고 새로운 도약
1945년 함께 첫발을 내디딘 경인일보와 한국전력 빅스톰은 80여 년의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이름과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지역 언론과 배구 구단으로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나온 영광과 시련을 발판 삼아 미래를 향해 오늘도 힘차게 점프한다. /KOVO 제공,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1945년, 경인일보가 첫발을 내디딘 해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배구단의 역사도 시작됐다. 광복 직후 1945년 11월 남선전기 배구단으로 창단한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창간 81주년을 맞은 경인일보와 ‘동갑내기’인 한국전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배구단으로 81년째 코트를 지키고 있다. 한국 배구 역사가 올해로 110년을 맞아, 배구 역사의 4분의 3을 함께한 셈이다.
81년의 세월만큼 영광과 시련의 순간도 무수히 거쳤다. 남선전기로 출발한 배구단은 1961년 남선전기·경성전기·조선전업 등 전기 3사가 통합되면서 한국전력의 이름을 달았다.
실업 배구가 한국 스포츠의 한 축으로 성장하던 1960년대에는 수많은 대회에서 성과를 올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1964년 제1회 전국남녀실업배구연맹전 정상에 올랐고, 1958년 도쿄 아시안게임 때는 한국전력 배구단이 대표팀이 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970년에는 시즌 종합우승과 전국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최고 배구단으로 우뚝 섰다.
한국전력은 실업배구가 저물면서 또 다른 변곡점을 맞았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하며 한국전력은 상무와 함께 초청팀으로 참가했고 이후 2008년 프로구단으로 전환됐다. 당시 이름은 KEPCO45. ‘45’에는 1945년 시작된 팀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08~2009시즌에는 개막 후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5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고, 2012~2013시즌 2승28패까지 추락하며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역사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014~2015시즌 23승13패로 정규리그 3위에 올라 프로 출범 이후 처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으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2016~2017시즌에도 정규리그 3위를 기록했고, KOVO컵에서는 2016·2017·2020년 세 차례 정상에 올랐다.
코트 밖에서도 위기는 찾아왔다. 2023년에는 구단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80년 가까이 이어진 역사가 흔들릴 상황에 놓였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은 다시 살아남았다.
프로 전환과 함께 수원과의 인연도 깊어졌다. 수원실내체육관을 안방으로 삼은 한국전력은 이제 수원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 구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남선전기에서 한국전력으로, 실업에서 프로로, 시대와 이름은 바뀌었지만 1945년부터 이어진 배구단의 역사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제 시선은 과거의 영광이 아닌 새로운 도약으로 향한다.
한국전력은 원클럽맨 김철수 단장의 지휘 아래 새로운 사령탑 석진욱 감독과 함께 담대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밟지 못한 V리그 정상은 81년 배구명가에 남겨진 가장 큰 숙제이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동력이다.
‘한전맨’ 김철수 빅스톰 단장 “안 거쳐간 선수 없어… 구단과 역사 동행 행운”
김철수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 단장. 2026.9.18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선수·감독 이어 단장까지 팀과 ‘30년’
클럽하우스 완공… 환경 개선 큰보람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게임 노력을”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의 김철수(사진) 단장은 선수 생활부터 시작해 배구 행정가로서의 역할까지 한국전력에서만 오롯이 30여 년을 걸어온 이른바 ‘한전맨’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 단장은 1993년 당시 실업팀이었던 한국전력 배구단에 입사해 2006년까지 선수로서 코트를 누볐다.
김 단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여러 팀이 있었지만 선수를 했으면 시합을 뛰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팀을 선택하게 됐다”며 “선수 생활이 끝난 후에도 코치와 감독을 거쳐 지금 단장에 이르기까지 34년째 한국전력과 함께 배구계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라고 말했다.
81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만큼 김 단장 역시 “한국전력은 배구계의 산 역사”라고 강조했다. 웬만한 배구 선수들은 모두 이 팀을 거쳐 갔다고 이야기될 만큼 배구 역사에서 한국전력 배구단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크다. 이후 2005년에 프로배구가 출범했고, 한국전력은 상무와 함께 초청팀으로 리그에 참가했다가 2008년 프로팀으로 전환하며 변곡점을 맞이했다.
김 단장은 “초청팀으로 참가하던 때는 원하는 선수를 얻을 수 없었고 상황이 열악했는데, 프로가 되고 나서 투자가 이뤄지게 됐고 자연스럽게 팬층도 두터워지게 됐다”며 “아직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은 한이다”라고 털어놨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매각설이 불거져 나왔던 시기에는 배구단을 지지해준 임원진들과 동분서주 노력하며 힘을 쏟았다. 그는 “제가 단장일 때 배구단이 없어지면 배구계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 가장 오래된 구단이고 없어지면 안 된다며 힘들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런 김 단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무래도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클럽하우스가 완공됐을 때였다. 이전 연습 체육관은 노후화된 데다 숙소와 떨어져 있어 불편을 겪었는데, 선수들에게 필요한 시설들이 잘 갖춰진 편리한 클럽하우스가 만들어지면서 더 나은 운동 환경이 만들어졌다. 또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 개방과 팬들을 초대하는 행사를 여는 등 소통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베테랑 선수와 신인 선수 간 조화를 이루며 지난해보다 더 좋아진 전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한국전력은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석진욱 감독과 함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를 눈여겨 볼만 하다는 것이 김 단장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선수들은 팬들을 등에 업고 시합을 뛴다. 이번 비시즌 때도 고생을 많이 했고 구단에서도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노력했다”며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게임, 이기든 지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좋은 경기력을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 간 실력 차이가 많이 나지 않도록 그 간격을 줄여가는 것이 문제다. 플레이오프는 꼭 가는 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동갑내기인 경인일보도 100년을 바라보며 우리 배구단과 함께 오랫동안 나아갈 수 있도록 지역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구민주·이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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