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중동 사태에 소상공인 금융 지원 권고
6·3 지방선거까지 정책 무게 포용금융으로 옮겨갈 듯
이억원(가운데)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월 8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포용적 금융 대전환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들어 포용금융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박지훈 기자]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급등하고 중동 사태로 경영 여건까지 악화되면서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정책금융을 통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산적금융 기조를 유지하되 효과가 빠른 포용금융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금융위가 IBK기업은행에 1500억원을 출자해 이를 재원으로 ‘IBK소상공인 희망드림 대출’ 규모를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상품은 원가 상승과 매출 감소로 경영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출시됐다.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 상승과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데 당정이 의견을 모았다.
생산적금융에서 포용금융으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은행권은 최근 정부의 금융정책 무게중심이 개인사업자 대상 ‘포용금융’으로 다소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을 AI 등 첨단 전략산업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는 취약 차주 지원을 강조하는 방향이 한층 부각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58조3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904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은 22조5516억원, 중소법인 대출은 30조5183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신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 영향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1%로 2년 전보다 0.15%포인트(p) 상승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0.08%p 높다.
중소법인 대출은 연체율 자체는 개인사업자보다 높은 경우가 있지만, 부실 발생 시 회수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공장·기계·재고·매출채권 등 법인 자산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폐업 시 회수 대상이 제한적이고 정책보증 비중이 높아 보증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호성(오른쪽) 하나은행장은 지난 2일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최항도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과 서울시 경제 활성화 및 포용금융 실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하나은행>
중동 리스크에 민생금융 강화…은행권도 호응
여기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자영업자의 영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실물경제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되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포용금융 자체는 오래 전부터 실행해 왔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으로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금융권에 더욱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은행권도 최근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초 서울특별시,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형 소상공인 안심통장 3호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19일부터 서울시 소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2000억원 규모의 보증서 기반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을 공급하고 있다.
해당 상품의 대출 한도는 최대 1000만원이며 만기는 기본 1년에 심사를 거쳐 최장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대표자 신용평점이 600점 이상(NICE 기준)이면 신청 가능하고, 일부 보증료 지원과 한도 미사용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KB국민은행은 이날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금융취약계층이 기존 고금리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KB국민도약대출’을 출시했다. 6개월 이상 제2금융권 신용대출을 이용 중인 차주는 최고금리 연 9.5% 이하 조건으로 대환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이용 중인 중·저신용자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축은행 대환 전용 대출’을 올해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재직기간 1년 이상,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대출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설정해 장기적인 신용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정책금융 기조에서 포용금융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개인사업자의 경영 여건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물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민생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메시지를 내왔고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며 “반면 취약 차주 지원 정책은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는 만큼 당분간 관련 분야에 정책 역량이 더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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