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반려만 6만5000건… 수사권 조정 4년 새 ‘보완 요구’ 27% 급증
"남 좋은 일 왜 하나" vs "잦은 짜깁기 요구"… 검경 깊어지는 감정골
사기 미제 10배 폭증, 연 20만건 적체… ‘인사 이동’에 옛 사건 기피 심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기관 간의 엇박자로 인한 치안 공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올해 상반기에만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되돌려 보낸 사건이 6만건을 넘어섰고,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 역시 10만건 이상 적체되면서 국민들의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검찰이 경찰로 반려한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총 6만5913건으로 집계됐다.
보완수사 요구는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인 11만623건을 기록했다. 이는 수사권 조정 시행 첫해인 2021년과 비교해 4년 새 27.2%나 급증한 규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검찰청 폐지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향후 경찰을 견제할 유일한 수단으로 꼽히는 '보완수사 요구권'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직접 수사권을 뜻하는 보완수사권과 달리, 보완수사 요구권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대신 대신 경찰에 사건을 돌려보내 증거 보강이나 법리 재검토를 지시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경찰의 초기 역량 부족과 만성적인 인력·예산 부족이 겹치며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사 권한은 커졌지만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탓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냉랭하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복잡한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검찰과 소통하며 적용 혐의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런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는 위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니 일부 검사들 사이에선 '굳이 남 좋은 일을 할 필요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경찰 내부에서는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담당 사건이 130건을 상회한다는 한 경정급 경찰관은 "검찰이 영장을 바로 청구할 수 있는 간단한 사건도 일주일 넘게 검토하다가 '판례를 보충하라'며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기관 간의 갈등과 대립은 대형 민생 범죄 수사의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다. 약 2600억원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건의 경우,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1년 넘게 수사를 이어가며 구속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은 모두 반려·기각했다. 서울남부지검 측은 경찰이 요구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3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연예기획사 원헌드레드 레이블의 차가원 대표 사건 역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검찰 단계에서 두 차례 모두 반려되며 혐의 재검토 요구를 받았다.
기관 간 사건 주고받기가 이어지는 사이, 경찰이 손을 대지 못해 쌓이는 미제 사건은 임계점을 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10만2567건의 미제 사건이 등록돼 올해도 연간 20만건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로써 4년 연속 연간 20만 건 이상의 미제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 경찰의 연간 접수 사건이 약 300만건임을 고려하면 매년 7%가량이 미궁에 빠지는 셈이다.
특히 2018년 13만5431건이던 전체 미제 사건은 지난해 22만241건으로 62.6% 늘었다. 이 중 민생과 직결된 사기 사건의 미제 등록은 지난해 8만건을 돌파하며 2018년(7093건) 대비 10배 이상 폭증했다.
이러한 해묵은 미제 적체 현상은 조직 문화와도 직결된다. 한 차장검사는 "경찰은 인사가 잦아 미제 사건보단 당장 배당된 사건에 수사력을 모으는 게 일반적"이라며 "전임자가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에 손대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미제 사건을 줄이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안착 과정에서 발생할 수사 공백을 메울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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