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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플렉스는 이제 끝”…고물가에 지갑 닫은 2030, ‘거지맵·거지방’ 확...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도 ‘무지출 챌린지’, ‘거지방 수다방’ 등 관련 채팅방이 잇따라 개설되며 ‘십대 거지방’처럼 연령대 별로 세분화된 거지방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에 더해 중동 전쟁 등 외부...

“플렉스는 이제 끝”…고물가에 지갑 닫은 2030, ‘거지맵·거지방’ 확...

[일요신문]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로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지출을 최소화하는 ‘생존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무지출 인증과 절약·할인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 ‘거지방’부터 1만 원 이하 가성비 식당을 모은 지도 서비스 ‘거지맵’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고물가와 자산 격차 확대 등 경제 환경 변화가 반영된 소비 구조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1000원부터 최대 1만 원 수준의 식당 정보를 지도 형태로 제공하는 거지맵. 사진=거지맵 홈페이지 캡처

최근 유통업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1만 원 이하 식당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거지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 극가성비 식당 모음’을 표방한 이 서비스는 1000원부터 최대 1만 원 수준의 식당 정보를 지도 형태로 제공한다. 이용자가 직접 가게를 등록하는 구조로 가격과 음식 종류를 한눈에 확인하고 후기까지 남길 수 있어 직장인과 대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다. 3월 20일 출시된 거지맵의 누적 이용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온라인 커뮤니티 거지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거지방에서는 생활비 지출 내역을 공유하거나 일정 기간 소비를 하지 않는 ‘무지출 인증’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용자 간 소비 절제를 독려한다. 이와 함께 식비 절약 노하우 등 실질적인 소비 절감 방법과 할인 및 절약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당근마켓에서 거지방을 검색하면 관련 채팅방이 수십 개 확인된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올해 2월 개설된 한 거지방 카페는 가입자 수가 1만 3300여 명에 달한다. 해당 방에는 ‘오늘 나의 거지 레벨’, ‘절약 꿀팁 공유’ 등의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이용자들은 “자고 일어나면 허기가 사라진다”, “걸어 다니는 건 공짜다” 등의 반응을 공유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도 ‘무지출 챌린지’, ‘거지방 수다방’ 등 관련 채팅방이 잇따라 개설되며 ‘십대 거지방’처럼 연령대 별로 세분화된 거지방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에 더해 중동 전쟁 등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고물가 부담이 커지자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월 외식서비스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약 27% 상승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칼국수 1인분 평균 가격은 올해 3월 1만 38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섰고, 김밥 한 줄 가격도 3800원으로 5년 전(2692원)보다 약 41% 올랐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전 아무개 씨(29)는 “요즘은 친구와 가볍게 밥 한 끼만 먹어도 3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크다”며 “혼자 먹을 때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최대한 저렴한 식당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주문이나 결제, 배달이 발생하지 않는 '음식만안와요'. 사진=음식만안와요 홈페이지 캡처

최근에는 ‘가짜 체험형 사이트’도 주목받고 있다. 배달앱 이용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 서비스로 실제 주문 없이 가상의 소비 경험만 제공하는 가짜 배달앱 ‘음식만안와요’가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식당과 메뉴를 선택해 장바구니에 담고 주소와 연락처를 입력한 뒤 결제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으며, 가상 라이더가 배정되는 화면까지 구현된다. 다만 실제 결제는 이뤄지지 않고 음식도 배달되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 존재할 수 없는 물건을 판매하는 가상 쇼핑몰 ‘사자사자’도 있다. ‘먹어도 살찌지 않는 피자’, ‘자동 세탁 양말’ 등 실재하지 않는 상품을 정교한 상세 페이지로 구현한다. 이용자들은 리뷰를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다. 한 SNS 유저는 “실제 결제를 하지 않으면서도 소비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소비 욕구를 참을 때마다 돈을 아낀다는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소비문화가 과거에는 과시적 성향이 강했지만, 자산 격차 확대와 고물가 영향으로 최근에는 절약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욜로(YOLO·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는 뜻)나 과시적 소비문화가 두드러졌고, 이후 부를 과시하고 고액 소비를 자랑하는 ‘플렉스’ 문화로 바뀌었다”며 “이 과정에서 자산 격차를 체감한 청년들이 저축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소비 습관이 절약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정세 불안과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한 이러한 절약 중심 소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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