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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풍향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돈으로 사야 하는 것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 콘텐츠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돈을 쓰는 모습’과 ‘돈을 번 모습’이다.

풍향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돈으로 사야 하는 것

▲ 한국교통대 교수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 콘텐츠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돈을 쓰는 모습’과 ‘돈을 번 모습’이다. 모든 컨텐츠를 이 같은 범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채널을 돌릴 때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화려한 해외여행을 즐기고, 일반인들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집에서 삶을 즐기고 소위 맛집이라고 하는 곳에서 고급 요리를 먹는 모습이 쏟아진다. 다른 한켠에서는 ‘이렇게 해서 부자가 됐다’며 돈 버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SNS로 오면 이 현상은 한층 더 폭발적이다. 화려한 쇼핑 인증샷과 주식·부동산 투자를 통한 대박 신화가 피드를 가득 채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풍경이다. 사람들은 돈을 버는 법과 쓰는 법 모두에 열광한다. 이를 굳이 요약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남부럽지 않게 쓰고 싶다.”일 것이다. 돈에 열광하는 지금, 굳이 원론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는 왜 그토록 돈을 벌려고 하는가?”

‘돈의 심리학’과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모건 하우젤(Morgan Housel)은 부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복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자유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타인의 존경과 부러움 혹은 칭찬을 위한 비싼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벌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때 자동차를 고를 때 ‘승차감’ 보다 ‘하차감’이 중요하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운전자와 가족이 누릴 편안함 보다 차에서 내릴 때 타인이 보내는 부러운 시선을 즐기는 심리를 ‘하차감’이라고 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만족감을 자동차에서는 하차감이라고 했지만 이는 비단 자동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각종 제품들에 있어서 제품 자체의 성능에서 느껴지는 편리함이 아닌 브랜드를 보여줌으로써 얻는 만족감을 구매하는 행위는 흔하다. 심지어 여행을 하면서도 남에게 이 정도 여행은 해야 타인이 나를 인정하겠지, 혹은 이런 여행을 하는 나의 일상이 남들보다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 여행조차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음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하차감’이나 타인의 시선을 통한 심리적 보상을 경제학에서는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과시적 소비 현상을 뜻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로 설명한다.

그럼에도 타인이 부러워하는 것은 ‘나’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다. 그들이 부러워하고 인정하는 것은 내가 소지한 물건이나 물질적 여유일 뿐이다. 즉 나란 사람 자체에 대한 인정과 존경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SNS 등을 통해 값비싼 소비야말로 타인에게 인정받는 길이라고 끊임없이 유혹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그것도 남들보다 빠르게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허망할 수밖에 없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이렇게 경고한 바 있다. ‘가지고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과 필요한 것을 거는 행위는 바보 같은 짓이다.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당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걸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이다.

‘돈’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제공한다. 제대로 쓴 돈은 나 자신과 나와 관계한 사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쓸지도 모르는 채 그저 ‘돈벌이’ 그 자체에만 휩쓸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소비를 통해 타인에게 얻는 일시적인 심리적 만족감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모건 하우젤의 말처럼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이들에게 돈을 쓰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만족을 얻는 것이 돈을 쓰는 목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이 분명하다면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어느 정도는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루하루를 각다분하게 사는 이들에게는 그저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온 사회가 ‘돈’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매몰돼 가는 현상이 씁쓸해 던져 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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