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국일보 금융포럼]
신용정보 등 단편 정보 위주의 자금 집행 탈피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 분석으로 포용 금융 전환
"실패에 대한 부담 더 크면 한국 금융 제자리걸음"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6 한국일보 금융포럼 ;AI, 자본시장의 변화를 말하다'에서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인공지능(AI)는 금융의 '옵션'이 아닌 '기본 인프라'가 되고 있습니다."
손병두 토스 인사이트 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6 한국일보 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AI 기술이 금융산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과거 재무제표와 신용점수 등 단편적 지표에 의존해 안정적 자금 집행에 머물렀던 금융권의 관행에서 벗어나 수천 개의 비정형 변수를 분석해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능동적 자본 배분'의 주역으로 금융이 거듭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AI 도입은 금융사의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대출 심사는 AI 모델이 수행하고 사람은 이를 감독하는 형태로 진화하며, 정산·회계 업무는 자동화돼 정확도를 높인다. 리스크 관리 부서 또한 실시간 모니터링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손 대표는 "AI는 정보 판단 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해 개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시스템으로 옮기고, 비용과 리스크를 줄여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글로벌 금융 현장에서는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AI 비서 도입 후 30억 건의 상담을 처리했고, JP모건은 계약 분석 시스템으로 연간 36만 시간의 업무를 절감했다.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연간 최대 4조4,000억 달러의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초개인화 금융' 시대도 앞당겨질 것으로 손 대표는 전망했다. 평균 고객군을 설정해 획일적 상품을 내놓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생애주기와 재무 상태를 실시간 반영한 맞춤형 금리 및 리밸런싱 제공이 가능해진다. 또한 공과금 납부 이력, 소비패턴, 직업훈련 이력 등 대안 데이터를 분석해 과거 고소득자 위주로 흘렀던 자금의 물길을 혁신 기업과 금융 소외계층으로 넓히는 '포용 금융'의 실현도 가능해진다.
다만 현실의 벽은 여전하다. 부서 간 데이터 분절, 노후화된 시스템, 데이터 표준화 부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실패의 보상은 작고 사고의 책임은 무거운 보수적 규제 환경은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손 대표는 지적했다. 금융권과 당국의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손 대표는 "
허용된 것만 할 수 있는 사전허가 중심 체제는 혁신 속도를 저하시킨다
"며 "
당국의 규제를 '원칙 중심'으로 바꾸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 제언했다. 정부가 합리적인 최소 기준을 제시해 다양한 혁신 시도를 유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혁신할 때보다 사고 칠 때 감당해야 할 무게가 더 크다면 한국 금융은 제자리걸음만 할 것"이라며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규제 체계를 구축해야 금융 혁신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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