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전면전 확산 공포가 금융시장을 집어삼키며 국내 양대 지수가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49% 급락한 5,405.75포인트에 장을 마쳤으며, 코스닥 역시 5.56% 내린 1,096.89포인트로 마감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는 장 초반 급격한 지수 하락으로 인해 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 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시장의 공포 심리가 극에 달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매파적 Fed
이번 폭락의 도화선은 미 증시의 하락과 지정학적 불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의 매파적 발언이 가세하며 금리 상승 압력을 높였고,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나스닥 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 이탈은 장기 추세 훼손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했다. 특히 AI 서버 업체인 SMCI(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AI 칩 밀수출 및 사법 리스크 여파로 33.3% 폭락하며 반도체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고, 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2%대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내 증시 또한 이러한 대외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 중동 리스크와 SMCI 사태가 맞물리며 삼성전자(-6.57%), SK하이닉스(-7.35%)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거센 매도세가 출몰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 종목 수(53개)가 55개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하락 종목(864개)이 압도적이었으며, 투자심리는 바닥을 쳤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합산 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린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6조 원대를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로 맞대응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51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해 외환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이란 전쟁 여파를 1970년대 오일쇼크와 우크라이나 가스 위기를 합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 과정에서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고, 관련 테마주들이 시장 하락 속에서도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냈다.
임정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증시는 미국 3월 잠정 PMI,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 주요 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동 리스크가 경기둔화 우려와 공포심리로 확산될지 여부가 핵심 변수"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논의와 유가 흐름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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