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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도입한 ‘블록형 거점도매’ 모델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의약품 유통업계가 독점 구조 심화와 유통 질서 훼손을 이유로 반발하는 가운데, 대웅제약은 약국과 환자의 편익을 위한 의약품 유통 선진화 모델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제약사-도매상 간 갈등을 넘어 국내 의약품 유통 체계의 구조 개편 방향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특정 업체에만 공급권을 부여하거나 기존 거래업체와의 거래를 특별한 사유 없이 중단하는 행위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이 협회 측 주장이다.
“배송 추적·품절 예방”…유통 선진화 명분 내세운 대웅
이번 논란은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블록형 거점도매' 시스템 구축을 선언하면서부터 불거졌다. 블록형 거점도매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선정 도매상을 중심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구조다.
대웅제약은 5곳의 거점 도매업체를 선정한 뒤 지난 달부터 해당 시스템을 가동했다. 회사 측은 공개 입찰과 KGSP 운영 체계, 권역 커버리지, IT 시스템, CS 운영 역량 등을 평가해 유통 파트너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기존 유통 구조에서 약국이 겪어온 배송 불확실성, 품절 대응 한계, 반품 지연, 품질 훼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의약품 전용 차량을 활용한 전 공정 콜드체인 구축, 실시간 배송 추적(TMS), AI 기반 수요예측 및 품절 방지 시스템 도입 등을 핵심 차별점으로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통 단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영세 사업자가 많아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선진국형 유통 구조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 제기
실제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주한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에서는 국내 의약품 유통 구조가 수급 불안정, 재고 가시성 부족, 배송 품질 편차, 콜드체인 관리 미흡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디지털 기반 공급망 관리와 유통 구조 효율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배송 과정의 디지털화와 재고 가시성 확보는 최근 의약품 공급망 관리의 핵심 화두다.
해당 연구에서도 미국·유럽 등 주요국이 GDP(Good Distribution Practices) 기반 품질관리와 공급망 추적 시스템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디지털 유통정보 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웅제약은 "블록형 거점도매는 특정 업체 독점 구조가 아닌 엄격한 물류 기준을 충족하는 책임형 파트너 모델”이라며 "매년 평가와 재입찰을 통해 누구에게나 참여 기회가 열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율화냐 집중화냐”…유통업계 반발 지속
반면 유통업계는 블록형 거점도매가 장기적으로 일부 업체 중심 시장 집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권역에 물량이 집중되면 중소 도매업체의 입지가 축소되고, 공급망 병목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의 입찰 공고 직후부터 유통협회가 재검토 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나, 대웅제약이 이를 강행하면서 반발이 확산됐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최근 대웅제약 본사와 계열사 이지메디컴 앞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거점도매를 둘러싼 갈등은 유통업계를 넘어 약사사회로도 번졌다. 대한약사회와 서울시약사회와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등은 대웅제약의 거점도매로 인해 전국 약국에서 의약품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정책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선정 구조의 공정성과 시장 지배력 확대 가능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선정 과정과 기준이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탈락 유통업체들이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통 구조 개편 자체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내 의약품 유통체계가 공급망 안정성과 품질관리 측면에서 선진국 대비 개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블록형 거점도매는 특정 업체의 판매 독점을 위한 구조가 될 수 없고,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과 품질관리, 배송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 모델"이라며 "또한 거점도매상과 도매상의 거래에 관해서는 대웅제약이 관여하는 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유통 선진화'와 '시장 집중화' 우려 사이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다른 제약사로 유사 모델이 확산될지, 또는 공정거래·유통 질서 논란 속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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