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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테크M 트렌드] '더현대' 성공 공식, 화면 위에서도 통할까...'더현대 하...

이마트의 신선식품 경쟁력도, 롯데의 그룹 시너지도 쿠팡의 배송 속도나 네이버의 검색 트래픽 같은 플랫폼... 네이버에는 검색이라는 습관이 있고, 무신사에는 커뮤니티라는 소속감이 있고, 쿠팡에는 배송이라는...

[테크M 트렌드] '더현대' 성공 공식, 화면 위에서도 통할까...'더현대 하...

현대백화점 '더현대 하이'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지갑을 열기 전에 사람부터 모아라. '더현대 서울'이 새로 쓴 공식이다. 3대 명품 대신 팝업 스토어를, 고급 식자재 대신 유명 맛집을, 쇼핑 대신 체험을 채운 공간엔 백화점에 발길을 끊었던 MZ세대로 가득찼다. 살 게 없어도 가볼 이유가 생겼고, 온 사람은 결국 지갑을 열었다.

2011년 개점 후 국내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원 돌파, 국내 백화점 순위 7위 도약,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2030 비중, 기록이 말하듯 더현대 서울이 새로운 성공 방식을 세웠다는 데는 경쟁사들조차 이견이 없다.

최근 보수적 경영에서 공격적 확장으로 모드를 전환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 핵심축 역시 '더현대' 브랜다. 내년 '더현대 부산', 2029년 '더현대 광주' 신규 출점 계획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행보가 '더현대 하이(Hi)'다. 더현대의 성공 공식을 온라인에서도 펼쳐보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전통 유통사 이커머스 '흑역사' 고리 끊을까

현대백화점은 지난 6일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를 론칭하며 더현대 브랜드의 온라인 확장을 선포했다. 기존 온라인몰 '더현대닷컴'과 식품 전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합한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더현대의 DNA를 디지털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더현대 서울

전통 유통사의 이커머스 도전은 아직까지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다. SSG닷컴은 2019년 출범 이후 7년째 단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누적 영업손실이 5000억원을 넘었다. 롯데온도 2020년 출범 후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두 플랫폼의 고전에는 공통된 지점이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브랜드 신뢰가 온라인 트래픽으로 자동 전환되지 않았다는 것. 이마트의 신선식품 경쟁력도, 롯데의 그룹 시너지도 쿠팡의 배송 속도나 네이버의 검색 트래픽 같은 플랫폼 고유의 무기를 대체하지 못했다.

더현대 하이는 이 전철을 의식한 듯, 오프라인 성공 요인의 각 항목을 온라인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을 택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인인 공간 체험, 콘텐츠 회전, MZ 트래픽을 스마트폰 화면 위에 올린다는 전략이다.

오프라인 성공 요인의 온라인적 해석

일단 당장 살 게 없어도 볼 게 있게 만든다. 메인 화면 최상단에 할인이나 기획전 대신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콘텐츠를 배치했다. 수만 개 업체가 입점하는 오픈마켓 대신, 현대백화점 바이어가 검증한 3000여 개 브랜드만 선별해 올렸다. 오프라인에서 2000여 개 브랜드가 매장을 운영 중인데, 여기에 기존 이커머스에서 보기 힘들었던 1000여 개 팬덤 브랜드를 더한 구성이다.

더현대 하이는 봉마르쉐의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의 프리미엄 유럽 식료품 400여 종을 아시아 최초로 입점시키고, '에이프', '데우스 엑스 마키나', '김해김' 등 브랜드 전문관을 유통업계 최초로 열었다.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HEYDI)'를 통한 대화형 큐레이팅도 도입해 구매 이력과 선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추천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이 '가볼 이유'를 만들었다면, 더현대 하이에서는 전문관과 AI 추천으로 '열어볼 이유'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하이'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이에 더해 더현대 하이는 모델, 인플루언서, 작가 등 각 분야 크리에이터의 큐레이션 콘텐츠를 담은 '아이콘샵'을 운영하고, 고객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 '미스페이스(Me Space)'를 도입했다. 더현대 서울에서 이용자들이 팝업 현장을 SNS에 공유하며 자발적 바이럴을 만들어냈듯이, 온라인에서는 미스페이스를 통해 취향 공유가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설계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은 여의도라는 입지와 공간 자체의 흡인력으로 트래픽을 끌어왔다. 온라인에서는 자체 앱만으로 트래픽을 확보하기 어렵다. 더현대 하이는 카카오톡의 AI 연동 서비스 '카카오툴즈'에 합류했다. 이용자가 카카오톡 내에서 쇼핑 관련 질문을 하면 AI가 더현대 하이의 브랜드·상품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추천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톡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약 4900만 명에 달한다.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안에 쇼핑 접점을 심은 셈인데, 론칭 직후부터 자체 앱 밖의 유입 경로를 확보한 점은 SSG닷컴이나 롯데온과 다른 출발점이다. 다만 카카오톡 내에서의 노출이 실제 전환율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메신저 환경에서 쇼핑 행위로의 전환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경로이기 때문이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큐레이션형 이커머스 성공의 사전 답안지

이 전략이 작동할 수 있는가. 큐레이션형 이커머스의 성패에 대한 답은 이미 시장에 존재한다.

29CM는 긍정적 사례다. 2025년 연간 거래액 1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무신사 인수 후 4년 만에 5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고감도 큐레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높은 객단가를 유지하면서 가격 경쟁 대신 취향 기반 소비를 이끌어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2539 여성'이라는 명확한 타깃 설정이다. 타깃이 좁을수록 큐레이션의 밀도가 올라가고, 밀도가 올라갈수록 커뮤니티의 응집력이 커진다. 브랜드 스토리를 영상으로 소개하는 콘텐츠 커머스 전략은 참여 브랜드의 거래액을 수배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여줬다. 가격이 아니라 콘텐츠가 구매를 유도하는 모델이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

/사진=29CM 제공

더현대 하이의 타깃은 아직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발견과 선택에 가치를 두는 백화점 고객'이라는 정의는 넓다. 프리미엄 식품을 사는 고객과 스트리트 패션 전문관을 찾는 고객의 취향은 다르다. 봉마르쉐 식품관과 에이프 전문관이 같은 화면에서 누구를 위해 공존하는지, 그 접점이 정리되지 않으면 큐레이션이 아니라 나열이 된다.

29CM는 2011년 론칭 이후 10년 넘게 디지털 네이티브로 콘텐츠 감각을 다듬어왔고, 무신사라는 물류·자금 파트너가 성장을 뒷받침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을 지켜야 하는 현업 조직과 온라인 플랫폼 성장을 추구하는 조직 사이의 긴장은 모든 유통사가 겪는 구조적 딜레마다. 현대백화점 역시 '더현대'라는 이름만으로 단기간 내 온라인에서의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파페치에서 읽은 위험 요소

반대편에는 파페치(Farfetch)가 있다. 대형 백화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과 큐레이션을 앞세워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에 판매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과도한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으로 시가총액이 230억달러에서 2억5000만달러까지 폭락하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2024년 초 쿠팡이 5억 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뒤 비핵심 사업부를 정리하고 마켓플레이스 본업에 집중시켜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프리미엄 큐레이션 모델의 구조적 위험을 드러낸다.

럭셔리 콘텐츠만으로는 트래픽을 유지할 수 없었고, 트래픽 유지를 위한 투자는 수익성을 갉아먹는 악순환에 빠졌다. 더현대 하이가 론칭 초기부터 큐레이션, 커뮤니티, AI, 카카오톡 연동 등 여러 전선을 동시에 여는 것이 파페치의 초기 과잉 확장과 닮은 꼴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사진=파페치

수익 모델의 검증도 필요한 대목이다. 3000개 브랜드 큐레이션, AI 쇼핑 어시스턴트, 크리에이터 콘텐츠, 카카오톡 연동까지 론칭 초기에 투입한 자원이 적지 않다. SSG닷컴과 롯데온이 보여준 것처럼, 전통 유통사의 이커머스는 투자 대비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길고 그 사이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파페치는 그 기간을 버티지 못했다. 더현대 하이가 이 함정을 피하려면 초기부터 비용 규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큐레이션'이라는 습관을 만들 수 있는가

더현대 서울이 성공한 것은 결국 '공간의 재정의'였다.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쇼핑 외의 이유를 만들어냈기에 가능했다. 더현대 하이가 같은 성공을 거두려면 '큐레이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좋은 물건을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취향을 발견하고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플랫폼을 여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

네이버에는 검색이라는 습관이 있고, 무신사에는 커뮤니티라는 소속감이 있고, 쿠팡에는 배송이라는 편의가 있다. 더현대 하이가 만들어야 할 것은 '큐레이션이라는 습관'이다. 오프라인에서 부산과 광주로 확장하는 것과, 온라인에서 네이버·무신사·쿠팡의 영토에 진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전쟁이다. '더현대'라는 이름이 공간을 넘어 플랫폼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 답은 아직 열려 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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