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르호봇 바이오랩실 모습. 클린벤치와 오토클레이브, 볼밀 등이 비치돼 있다. 사진=민준영 기자
[메디파나뉴스 = 민준영 기자] "바이오 기업들이 이곳에 모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실험 장비들을 공유하며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8일 송도 르호봇 바이오융복합센터에서 만난 차소영 매니저의 말처럼 바이오 산업은 인내와 자본의 산업이다. 신약 하나가 나오기까지 10년 이상의 기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초기 벤처가 독자적인 연구 공간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인 장벽이 된다.
이는 지난 4월 출범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바이오 산업은 전 과정이 길고 복잡해서 한 단계만 실패해도 손실이 큰 고위험 산업이자 주체 간 협력이 필수적인 산업'으로 정의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메디파나뉴스는 이러한 정책적 흐름 속에서 개별 기업의 초기 자본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송도 르호봇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연구소 설립 요건 갖춘 전문 인프라
센터 자동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깔끔하게 정돈된 개방형 라운지가 나타난다. 2020년 개관한 이곳은 총 51개 호실 중 70% 업체가 입주해있다.
송도 르호봇 라운지. 사진=민준영 기자
현장 라운지 옆 휴게 공간과 사무실 창밖으로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전경과 포스코타워가 조망되고, 빈백과 나무 조형물이 배치돼 연구원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겉모습은 일반적인 공유 오피스와 유사하나, 기획 단계부터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에 필요한 법적 시설 요건을 충족했다.
24시간 출입이 가능한 운영 체계로 연구 일정에 따라 새벽에 출근해 자리를 지키는 입주업체 담당자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센터 측은 입주 기업들이 새벽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입출입을 자유롭게 운영 중이다.
센터는 입주사 간 단순한 공간 공유를 넘어 네트워킹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차소영 매니저는 "공유오피스 특성을 살려 입주사 네트워크로 TEDX 강연회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 르호봇 8인 회의실과 라운지에서 회의 중인 입주업체 담당자들. 사진=민준영 기자
이러한 교류의 흐름은 사무 공간 내부로도 이어진다. 입주 기업들은 화이트보드와 대형 모니터가 갖춰진 전용 회의실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며 협력의 기회를 모색한다.
공간 지원뿐 아니라 스타트업의 자본 운용을 돕는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도 제공된다. 이곳은 국제업무지역 특례에 따른 세제 혜택을 제공받는다. 입주 기업은 법인세 75% 감면 혜택을 받으며, 외국 기업의 경우 5년간 100%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유인책은 1인 청년 사업가부터 장기 계약 업체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송도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이 때문에 2020년 개관 당시부터 현재까지 장기 입주 중인 기업도 있다.
세포 배양부터 멸균까지…24시간 멈추지 않는 '공유 실험실'
실험실 내부로 들어서면 중앙의 넓은 실험대를 중심으로 인큐베이터와 증류 장치 등 기초 연구 기기들이 일정한 기계음을 내며 가동된다.
흰 가운과 장갑을 착용한 연구원이 외부 오염을 차단하는 '클린벤치'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 실험을 진행한다. 그 옆으로는 멸균 장치인 '오토클레이브'가 열기를 내뿜으며 작동한다. 특히 시료를 미세하게 분쇄하는 '볼밀' 장비 등이 정교하게 돌아가며 연구 밀도를 더한다.
클린벤치에서 연구 중인 바이오 벤처 업체 대표. 사진=민준영 기자
이날 센터에서 만난 한 바이오 업체 대표는 "실험에 필수적인 무균 작업 시설을 센터로부터 제공받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센터에 입주한 이유를 밝혔다.
바이오 스타트업이 신뢰도 있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통제된 무균 환경이 필수적이나, 초기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무균실험대나 배양 장비를 개별 구매하고 유지·관리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따른다. 센터는 이런 필수 장비들을 상시 관리하며 기업들의 초기 투자 비용을 분담한다.
공유 실험실인 만큼 자원 배분과 기업 간의 이용 시간 조율이 운영의 핵심이다. 한 연구원은 "소음이 발생하거나 가동 시간이 길어 타 업체 연구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실험은 주로 야간 시간을 활용해 밤새 가동해둔다"며 운영 비결을 전했다.
수백만원의 장비 부담은 줄이고 연구 밀도는 높이는, 이른바 '바이오형 공유 경제'가 실현되는 현장이다. 센터는 사용자 입주 시점에 맞춰 장비 정비를 거친 후 제공해 연구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지원한다.
실험실 내부 장비 구성은 연구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큐베이터와 증류 장비 등 기초 인프라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차 매니저는 "입주 업체의 다양성으로 인해 모든 기술 건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인큐베이터 기본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현재 자체적인 기술 협약 프로그램이 상시 진행 중인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실험 인프라를 공유하며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은 밤낮없이 이어진다.
대형사와 벤처가 공유하는 복도…송도 바이오 생태계 풍경
IBS타워 24층 센터의 진정한 입지적 가치는 단순한 조망이 아닌 '동선의 공유'에 있다. 센터 내부 공간이 입주사뿐만 아니라 송도 내 바이오 기업들의 실질적인 미팅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르호봇 2423호실 내부. 사진=민준영 기자
특히 센터 내부에 마련된 6인용 소형 회의실부터 최대 20인까지 수용 가능한 세미나실은 외부 기업들도 대관을 하는 핵심 인프라다. 실제로 같은 건물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임원진이 면담을 위해 종종 이곳 회의실을 이용하고, 이 과정에서 대형 제약사 인력들이 벤처 연구원들의 업무 공간을 자연스럽게 오가게 된다.
송도 르호봇 20인 세미나실 내부. 사진=민준영 기자
비록 지금 당장 가시적인 사업적 파트너십을 맺거나 협업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글로벌 기업 핵심 인력들과 초기 스타트업이 한 통로를 사용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환경 자체가 송도 바이오 생태계의 현장을 보여준다. 24층 회의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물리적 공존은, 초기 벤처들이 대형 기업과 같은 생태계의 공기를 마시며 성장하는 현장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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