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김동훈 입시교육컨설턴트
포스트모더니즘의 여러 특징 중에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라는 개념이 있다.
실제와 그것을 모방한 모사물의 경계가 무너져, 모사물이 실제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말한다. 배우 최불암이 농민의 삶과 애환을 담은 전원일기라는 인기 드라마에 김 회장으로 출연하였다. 농민들은 붕괴해가는 농촌경제를 농촌진흥청 직원이 아닌, 김 회장 즉 배우 최불암에게 호소하며 해결책을 요구하였다. 최불암의 명품 연기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농촌진흥청이라는 실제를 대체한 것이다.
1990년 서울시 송파구 소재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자거나 딴짓을 하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학교 교사는 외면받고, 자격증 없는 학원 강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받았다. 국가 인증 자격증을 기준으로 볼 때, 교단에서도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199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수능시험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은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지 않았다. 관리자, 학생, 학부모, 교사 즉, 학교 교육공동체의 묵인하에 자습 시간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교육과정의 효율적 진행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다시 교육과정에 피드백하기 위해 운영되는 교육평가가 오히려 교육과정을 붕괴시켰다. 수능시험이 교육 자체가 되었다. 가짜가 진짜를 죽이고 진짜를 대체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며 사회가 국제화·다원화되면서 교사들의 휴직, 파견, 연수 등이 늘었다. 따라서 기간제교원의 비중도 확대되었다. 2000년대 초반 3%, 2016년 기준 중학교는 14.4% 고등학교는 14.5%, 2024년 기준 중학교는 20.3% 고등학교 22.5%에 달한다. 중·고등학교 교사 다섯 명 중 한 명은 기간제 교사가 대체한다. 담임교사 업무가 늘어나고 민원이 거칠어지면서 담임교사는 기피 대상이 되었다. 폭탄 돌리기처럼, 전입 교사나 기간제 교사가 경험과 능력에 상관없이 담임교사 업무를 맡게 되었다. 자격증 없이 이렇게 쉽게 자격증 소지자를 대체하는 것은 그 어느 분야에도 없다. 의사, 약사, 법무사 하다못해 공인중개사도 자격증 없이 개업할 수 없다. 교사 구성과 업무분장에도 하이퍼리얼리티가 판치고 있다.
2023년 서이초에서 급우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이 발생했다. 관련 학부모들의 지속적 악성 민원으로 교사가 자살했다. 2019년 관평초에서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도에 순응하지 않아 교장실로 보내 지도했다. 4년에 걸친 지속적이고 전방위적 악질 민원에 시달리다 교사가 자살했다.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교사의 지도가 정당했다는 것과 수십 차례 학교 관리자와 관련 교육기관에 부당함과 고통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1998년 김대중 전대통령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국가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세계적 석학 앨빈 토플러 박사에게 자문했다. 2001년 6월 앨빈 토플러가 김대중 전대통령에게 전달한 보고서 중 교육 관련 언론 보도는 다음과 같다.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적 교육체제하의 대한민국 교육은 마지막 숨을 헉헉 몰아쉬며 쓰러지는 절멸 직전의 공룡과 같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 도래를 앞두고, 하이퍼리얼리티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분석해보았다. 탤런트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 가사처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치는 세상에서 한국 교육이 숨을 쉬나 엄정히 진단할 시점이다.
김동훈 입시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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