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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칼럼] 정완 명예교수 "디자이너 대한민국, 추격을 넘어 선도로"

반도체, 이차전지, 원자력 등 국가전략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공급망에서 누구도 배제할 수 없는 핵심축인 '린치핀'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경쟁력을 넘어 대외 리스크를 분산하고 국제정치에서...

[칼럼] 정완 명예교수 "디자이너 대한민국, 추격을 넘어 선도로"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

<디자이너 대한민국, 추격을 넘어 선도로>

대한민국이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2021년 UNCTAD 선진국 지위 변경은 서막에 불과했다. 이제 한국은 세계 6위권의 국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국가’다. 과거의 우리는 앞선 이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는 ‘빠른 추격자’였으나, 이제는 보이지 않는 길을 먼저 내고 국제질서 문법을 새롭게 빚어내는 ‘디자이너’로 거듭나야 하는 역사적 소명을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국가의 위상은 단순히 경제지표나 군사력 숫자로만 증명되지 않는다. 진정한 가치는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와 책임’에서 나온다. 인류 공통 과제인 기후위기대응, 공급망 안정, 그리고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느냐가 그 나라의 품격을 결정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국익 중심 외교를 넘어 지구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보편적 가치수호에 앞장서야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가장 잘 해낼 수 있고,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전략적 자산은 무엇인가. 그 답은 우리의 ‘독보적 성공DNA’와 ‘첨단기술력’에 있다.

첫째, 우리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한 국가다. 이 ‘K-개발협력(ODA)’ 모델은 개도국에게 단순한 자금지원 이상의 희망과 실전노하우를 제공한다. 농업, 교육, 행정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본 우리의 경험은 개도국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이 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만이 할 수 있는 ‘기여외교’의 정수다.

둘째, 디지털과 AI분야의 초격차 기술력이다. 세계적 IT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은 인공지능윤리와 디지털질서 정립의 최적임자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이롭게 하는 도구가 되도록 하는 ‘디지털권리선언’과 같은 표준제정을 주도해야 한다. 기술강국을 넘어 기술의 윤리적 이정표를 제시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경제안보의 핵심 고리가 되는 것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원자력 등 국가전략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공급망에서 누구도 배제할 수 없는 핵심축인 ‘린치핀’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경쟁력을 넘어 대외 리스크를 분산하고 국제정치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강력한 외교 자산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적 위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내실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밖으로 뻗어나가는 힘은 안에서 응축된 에너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인구절벽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놓여 있다. 초저출생과 고령화는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치명적 약점이다. 단순히 출산율 숫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는 노동구조의 전면적 개편과 미래기술을 다룰 전문인력양성이 시급하다.

동시에 ‘안으로부터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수도권 일극체제와 양극화는 국가혁신 역량을 분산시킨다. 지방주도 성장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혁신이 일어나는 토양을 만들고, 수출의 결실이 중소기업과 민생경제로 흐르는 ‘모두의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전 산업의 AI전환과 탄소중립 이행은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다. 국내산업 구조를 녹색기술 중심으로 재편하지 않고서는 선도국가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우리의 향후 방침은 명확하다. 이른바 ‘3대 선도전략’이다. 먼저 규범 제정자로의 전면적 전환이다. 남이 만든 판에서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산업의 경기규칙을 우리가 먼저 제안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가교국가’ 역할의 강화다. 마지막으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위에 실용적 경제안보를 결합하여 ‘우리의 성장이 곧 세계의 이익’이 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선도국가로 가는 길은 결코 평탄치 않다. 급변하는 지정학적 위기와 자원민족주의의 파고가 높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저력을 가지고 있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미래를 향한 구조혁신을 완수할 때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신뢰하고 닮고 싶어 하는 진정한 ‘매력적 모범국가’가 될 것이다. 추격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우리가 세계질서를 세련되게 디자인할 시간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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